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유일한 창단멤버. 먹잇감을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악어처럼, 끈질긴 대인마크로 상대 선수를 절대 놓치지 않는 대인마크의 대명사 노종건. 인천 팬들에게 더더욱 인정받고 인천에서 기쁘게 은퇴하는 첫 번째 창단멤버가 되길 바라는 소박한 소망을 담은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4번이라는 등번호를 꽤 오래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애착이 가는 번호라서 그런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했는데 4번 달고 뛸 때가 제일 좋았습니다. 입단했을 때에는 이요한 선수가 4번을 사용하고 있어서 다른 번호를 사용했습니다만 이요한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계속 4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4번을 사용할 때가 왠지 경기력도 더 좋은 것 같고 또 좋아하는 번호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출장횟수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할 때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동계훈련도 군문제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새로 바뀐 감독님한테 내가 가진 모든 걸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남아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또 이번에 선수영입 이후 주변에서 들은 얘기가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오는데 니가 뛸 수 있겠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말들이 많은 자극이 되었고 밀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경기출장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이 많아 위기의식이 컸을 것 같다. 따로 노력한 점이 있나?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나보다 이름값도 있고 실력도 좋은 선수들이라 위기의식은 많이 느꼈습니다. 또 같은자리에 박창헌 선수도 잘해주고 있으니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올해 안 되면 그만둬야 되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생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뛰는 스타일을 변화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 외적인 부분들, 예를 들면 패스나 공을 다루면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집중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에 비해 패싱력이 상당히 좋아졌는데 무엇이 영향을 끼친 것인가?(김창기)
=나는 전에도 패싱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팬들의 생각은 안 그랬던 것 같습니다.(웃음) 기존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팀에서 요구한 부분이 맨투맨이나 수비만 요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통 맨투맨이나 수비 시에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하게 되는데 그 상태에서 공을 잡으면 패스가 좋게 나갈 수가 없습니다. 패스를 잘하는 능력이 생긴 게 아니라 패스를 받고 다시 주는 타이밍과 요령을 익히다보니 패싱력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김기석)
=장점은 일단 체격에 비해 몸싸움이 좋고 인내와 끈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단점은 쉽게 흥분하는 성격을 꼽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운전하다 화가 나서 상대차량을 들이받아 병원까지 간적도 있습니다.(웃음)
-흥분하는 성격에 비해 경기장에서는 심판에게 항의를 한다거나 경기와 상관없는 과격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경기 중에 흥분하는 건 객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도움 안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장에서는 다른 생각 안하고 무조건 이겨야 겠다라고만 생각합니다. 또 팀을 위한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내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하는 작은 행동하나가 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중용이형도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옆에서 마인드컨트롤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체력이 좋은 선수라고 알고있다. 주로 즐겨먹는 보양식이나 음식이 있다면?(김도연)
=체력이 좋다고 생각안합니다. 단지 그냥 남보다 더 잘 참는 것 같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한계를 느끼더라도 그 한계를 좀 더 버티고 참기 때문에 체력이 좋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몸관리를 위해서 하는 건 없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일주일에 4~5일은 무조건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특별한 보양식은 아니지만 장어도 종종 챙겨먹는 편입니다.
-인천에서 뛰면서 큰 부상이 없었다. 부상관리에 대한 비결이 있는가?
=상대방과 부딪칠 때 부상을 생각해서 몸을 사리면 오히려 더 다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선수와 충돌하는 상황이 되어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같이 몸싸움을 하는 편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플레이스타일이 거친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수에게 피해를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에도 경기 전에 심판이 와서 경기가 너무 거치니까 조심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웃음) 근데 실제로 보면 저랑 부딪쳐서 병원신세를 진 선수는 없습니다. 보여지는 건 거칠지만 동업자로서 항상 상대선수를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주장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박다열)
=절대 없습니다. 주장을 하면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습니다. 또 성격상 주장을 하게 되면 팀의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나 패했을 때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 편입니다. 작년에도 그런 부분들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게 된 것입니다. 내 실력이 아무리 좋아지고 주변에서 권해도 절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장이 되면 무슨 일이든 좋게 좋게 얘기해서 팀원들이 수긍하게 해야 하는데 저는 어린선수들한테 감정대로 말이 나올 때도 있어서 절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올해 유병수선수가 국가대표로 뽑혔는데 평소 유병수 선수를 어떻게 보는가? 혹시 자신도 국가대표 욕심은 없는가?(김주영)
=작년에 국가대표에서 좋은 소식을 들을 뻔 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했으니까 인연이 없는가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다. 유병수 선수는 정말 갈만한 선수가 갔다고 생각합니다. 병수를 작년 12월에 처음 봤는데 함께 운동하면서 주변에 우스갯소리로 '병수는 무조건 신인상 타겠다! 라고 했습니다.
-그럼 현재 같이 뛰고 있는 선수 중에서 국가대표에 적극 추천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안재준선수. 재준이가 작년보다 엄청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금 실력으로 다른 팀 수비선수와 비교해서 절대 밀리는 실력이 아닙니다. 리그 실점률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물론 이섭이 형이 잘해 준 것도 있지만 재준이가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좋은 수비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선수인데 국가대표팀에 못가니까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축구를 관두고 싶었을 때는 있는가?
=관두고 싶었을 때는 없었고 관둘 준비는 항상 하고 있습니다. 프로에 와서는 관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열심히만 하면 되는 이 좋은 직장을..(웃음) 일단은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항상 대비한다는 생각입니다. 내 실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나 내가 더 이상 내 가치를 증명해 보이지 못할 때 1년 더 버티려고 구차하게 구는 것보다는 깨끗하게 정리할 준비는 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1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느낌이 어떠한가?
=우선 100경기를 축하해 준 팬에게 굉장히 고마웠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100경기 출장당시 팬이 직접 기념 떡을 해서 주변선수들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주변에서 떡 잘 먹었다고, 100경기 축하한다고 인사도 많이 받았습니다.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처음 프로에 들어올 당시에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1군에서 게임만 뛰고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1군에서 게임을 뛰고 나니 100경기만 뛰고 은퇴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욕심이 생깁니다. 더 열심히 해서 200경기까지 뛰고 싶습니다.
-선수로서 "인천유나이티드를 말한다면? (한휘현)
=다른 팀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종종 얘기는 듣습니다. 비교를 해보면 정말 인천만한 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운동 분위기나 코칭스텝, 선수, 구단직원등 여러 가지 모든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운동여건이 아직은 좀 힘든 편입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좋고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 데뷔를 한 유일한 창단멤버입니다. 인천에서 은퇴를 한다면 또 하나의 기록이 될 텐데.
=인천에서 뛰다가 은퇴하고 싶습니다. 사람 일 이라는건 모른 다지만 매년 열심히 뛰다 보면 인천에서 은퇴를 하고 싶은 소망을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있기 전과 후는 축구를 대하는 마음이 어떻게 다른가?(김태선)
=마음가짐의 변화는 있습니다. 똑같이 열심히 하지만 결혼하기 전에는 힘들면 쉬고 싶은 생각도 하고 게임을 뛰다가도 상대선수에 대한 경쟁의식으로 뛴 적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와이프나 아이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아들이 정말 신기한 게 사복을 입고 외출하는 날은 집을 잠시만 비워도 아빠를 많이 찾는 편입니다. 그런데 팀과 관련된 옷을 입고 나가는 날이면 아무리 늦어도 찾지를 않는다고 합니다.(웃음)
-2세도 축구를 시키고 싶은가?
=시키고 싶습니다. 지금도 공 차는 거 보면 남다른 것 같습니다. 내가 귀찮을 정도로 공을 차자 그러고, 잘 때도 공을 쥐고 잘 때도 많습니다. 가끔 축구인 2세들을 보면 아버지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아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노종건 아들로 대우를 받기 보다는 아이가 정말 잘해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저 이상은 실력이 되어야 축구를 시킬 겁니다. 저는 운동할 당시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유소년 축구도 개선이 많이 되고 있으니까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중요한건 못하면 안시킬겁니다.(웃음)
-예전에 아들이건 딸이건 노종건 선수의 눈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지금 아들의 눈이 본인을 닮았다고 생각하는가?(주홍준)
=완전 만족스럽습니다. 못생긴 건 안 닮고 예쁜 것만 닮은 것 같습니다. 아내한테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주변에서도 모두 예쁘다고 해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만약 상을 받는다면 어떤 상이 가장 받고 싶은가?(권민재)
=상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상복도 없었을 뿐더러 욕심을 내본 적도 없습니다. 단지 오랫동안 축구하다가 기분 좋게 은퇴하고 싶습니다. 은퇴할 때 남들이 모두 축하해주고 수고했다고 해주는 게 가장 큰 상일 거라 생각합니다.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즈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조아름)
=최고다!! 정말 선수들을 많이 아껴주시는 것 같습니다. 경기 중 하는 질책도 잘하라고 하는 거니까 모두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들도 얼마나 답답하면 뛰는 선수들에게 야유를 하겠습니까. 야유나 질책에 대해서는 절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을 내고 와서 경기를 보시는데 우리가 못하면 당연히 의견을 낼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티켓 값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을 때 나타내는 야유에 대해서는 당연히 선수들이 수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일단 인천유나이티드와 저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올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선수구성도 좋고 팀 분위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다른 것보다 성적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팬들의 사랑을 가장 크게 되돌려 드리는 거라 생각합니다. 잠깐 휴식기간이 있었지만 휴식 전까지의 좋았던 분위기 이어가서 마지막에 팬들과 함께 웃고 싶습니다. 열심히 노력할 테니 더 많이 지켜봐주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천에 와서 프로선수가 될 수 있었고, 인천에 와서 한 가정의 가장도 되었기에 다른 곳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는 노종건선수. 모든 질문마다 그의 플레이처럼 성실하고 꼼꼼하게 답해주다가도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끝을 모르는걸 보니 아마도 좋은 아빠가 아닐까 싶다. 아들에게, 또 인천의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뛰고 싶다는 그의 소원대로라면 앞으로 몇 년간 인천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노종건선수가 있음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이 올려주신 질문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채택되신 질문자는 질문 뒤에 이름을 같이 올려드렸습니다. 질문을 올려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글-사진 = 이진경 UTD기자(jk22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