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넣는 선수가 있다면 항상 반대편에는 골을 내주는 선수가 있습니다. 승리와 패배의 순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자리.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골키퍼라 부릅니다. 최후방에 있어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골키퍼. 오늘 우리가 만날 선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등번호 1번을 달고 뛰는 김이섭 선수입니다.
- 골키퍼라는 위치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굉장히 우연한 선택이었죠. 처음에 축구를 시작했을 때 골키퍼보다 다른 위치에서 뛰고 싶었습니다. 골키퍼를 하라고 했을 때 아예 축구하는 자체를 안하겠다고까지 말하며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축구부의 선배 골키퍼가 경기를 못 뛰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투입이 되었는데 하필이면 그날따라 경기가 잘 풀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우연히 시작했는데 너무 잘해낸 거죠. 또 감독님이 골키퍼를 하면 경기를 계속 뛰게 해준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는데 하다보니 골키퍼도 꽤 매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 골키퍼라는 위치는 어느 한 선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주전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많은 특정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나요?(손주영)
=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골키퍼는 컨디션에 따라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도 혹은 밀려날 수도 있는 위치입니다. 특정한 포지션이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다른 포지션도 물론 그렇겠지만 골키퍼 역시 부담이 많은 위치입니다. 골키퍼를 평가하는 것은 실점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차이입니다. 항상 잘하다가도 한순간 실점을 허용해서 나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죠. 이럴 때는 천천히 기회를 기다리며 훈련에 매진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죠. 물론 그 전에 자신의 플레이부터 돌이켜보고 항상 긴장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면 골키퍼에 대해서는 조금 망설여질지도 모르겠군요.
- 골키퍼로서 상대방의 골을 막는 위치에 있지만 반대로 골을 넣는 것에 대해서는 욕심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 크게 욕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상상해보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상대방에 1대0으로 지고 있다고 치는 겁니다. 그런데 경기 종료직전에 우리가 코너킥을 얻은 겁니다. 그러면 제가 상대방 골문까지 나갑니다. 거기서 골을 넣는 상황을 가끔 상상해봅니다. 물론 골킥으로 골을 넣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제가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죠. 1998년에 울산의 김병지 선수가 헤딩골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그 당시에 상대팀이었던 포항의 골키퍼가 저였습니다. 제가 김병지 선수에게 실점 하고 말았죠. 가끔 골을 넣는 상상은 하지만 저에게 그런 기회가 올지는 아직 모르겠군요.
- 자신이 K리그에서 뛰는 골키퍼들 중에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팬들은 때로는 재미있는 질문을 좋아합니다.
= 제가 제 입으로 어떻게 대놓고 말하겠습니까. 저는 딱 중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 위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것은 좋은 일도 아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도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저의 위치는 다른 사람들이 평가를 해 주는 것이지 제가 스스로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 팀에서 고참에 속하는 데 그동안 주장완장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요?
= 주장이라는 역할이 어떻게 보면 참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주장에 대한 욕심이 없습니다. 주장은 굉장히 부담이 많은 자리이기 때문에 힘듭니다. 이 점에서 우리 팀의 주장을 맡았던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팀 내에서 나이가 적지 않은 위치이기 때문에 선배로서 조언을 해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다른 누군가가 팀을 위해서 제가 주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주장 역할을 해야겠죠. 주장은 무서운 자리입니다.
- 같은 팀에서 뛰는 골키퍼 중에 자신의 후계자로 삼을 만한 선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팀 내 골키퍼 선수들에 대해 평가 해주세요.
= 모두 좋은 선수들입니다. 성경모 선수는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있는 터라(웃음) 유망주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죠? 다들 신체적 조건도 좋고 저마다의 능력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 중에서 누구를 뽑을 수가 없군요. 너무 잔인한 질문입니다.
- 식상하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에게 화를 잘 안내는 편입니다. 무조건 화내는 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저는 선수들을 달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천의 모든 선수들에게 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단점이라면 경기의 흐름을 잘 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위기가 오면 제가 잘 넘겨야 하는데 거기서 걸릴 때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유상원)
= 포항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지영이라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팬이었는데 제 생일날 생일파티까지 해줄 정도로 굉장히 친했습니다. 지금은 모델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더군요. 가끔 저에게 남자를 소개시켜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징크스나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이 있나요?(이종후)
= 경기 전날에는 김을 절대 먹지 않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할 때 감독님께서 경기를 잘 못하면 선수들에게 ‘김 말아 먹었냐?’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은근히 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물론 김뿐만 아니라 쌈 종류는 경기 전에 먹지 않습니다. 참 웃기죠?
-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2005년 챔피언결정전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국가대표 후보로도 거론됐고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프로 데뷔 후 첫 우승과 함께 독일로 갈 수도 있었는데요. 지금도 가끔 그때를 회상하는지 그리고 그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조현준)
= 몸 상태는 굉장히 좋았어요. 하지만 그런 경기에 나선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인지 그 당시 선수들이 약간은 흥분한 상태였다고 할까요. 물론 저도 좀 더 조심스럽게 경기에 임했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죠. 경기가 끝나고 ‘나는 여기까지 밖에 안 되는 것인가?’라며 수도 없이 생각을 했어요. 경기에 임했을 때 얼어 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그런 큰 경기에서 의외의 상황(실점)이 벌어지게 되면 정신적으로 압박이 더 심해져요. 다른 선수들도 모두 그랬고요. 많이 배웠죠. 평정심과 대처능력, 마음가짐 등이 그 때 배운 것들이에요. 지금 와서 아쉽다고 생각하기보다 현재 인천의 순위도 좋고 또 앞으로 일정이 반은 남아있으니까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도록 노력할겁니다. 물론 챔피언결정전에 가게 된다면 4년 전의 실수는 절대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작년 4월 성남과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는데 그 때 심경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조아름)
= 그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숨이 턱 막히네요. 그 당시 넘어졌을 때 솔직히 갈비뼈가 부러진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호흡이 잘 안됐거든요. 그 당시 제 컨디션이 좋았는데 도중에 그런 부상을 당했던 것이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그 상태를 계속 유지시켜서 경기에 나섰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생생합니다.
- 특별히 ‘이 팀과의 경기에서는 내가 잘 막았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팀이 있나요?
= 어느 팀을 상대로 할 때 잘 막았다고 생각하기보다 제 개인적으로 전북과 경기를 할 때면 항상 몸 상태가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최고조에 오른다고 할까요? 인천에 오기 전에 뛰던 팀이라 친근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북과 경기를 할 때면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찬 플레이를 합니다. 물론 제가 잘 막느냐 못 막느냐는 제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판단 하시는 것입니다.
- 지난 포항과의 경기에서 대량실점(4실점)을 허용했는데 한 골 한 골 실점할 때마다 심정은 어떠했으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경기가 끝난 후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김주호)
= 아무래도 컨디션을 맞춰놓은 상태에서 혼란이 왔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핑계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작은 리듬 하나가 경기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연기된 일정이 낮 경기였죠. 아마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포항에서 출전한 선수들은 1.5군이었는데 아마 그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잡은 터라 더 필사적이었던 것 같아요. 패기에 밀렸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절실함이 부족했어요. 누구도 그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가장 최근의 홈경기였던 제주전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홈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상황에서 경기 종료직전 프리킥 골을 허용하여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그 당시 팀 분위기는 어땠나요?
= 그때의 아쉬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었습니다. 홈경기였음에도 마지막에 골을 내줘 비기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점에 대해 계속 생각할 마음은 없습니다.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쉬움이나 미련을 두고두고 떠올리는 것보다 한 발짝이라도 더 뛰고 훈련에 매진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 경기의 상대팀은 전남 드래곤즈인데요. 전남에서 위협적인 공격수를 뽑는다면 누가 있을까요? 그리고 경기에 출전하게 되면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실 자신이 있으신가요?
= 슈바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수는 스피드, 볼 컨트롤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선수입니다.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제가 전남과의 경기에 출전하게 되면 당연히 승리를 하기 위해 몸을 날릴 겁니다. 그러면 자연히 무실점은 따라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신감이 없이는 경기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팀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하여 많은 분들에게 주말저녁의 큰 즐거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이섭 선수에게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무엇을 의미하나요?(박다열)
=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 팀입니다. 제가 선수로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기회를 준 팀이죠. 전북에서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하다가 인천에 오면서 저에 대한 자기반성을 할 수 있었어요. 여러 면에서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팀입니다.
- 이제 나이가 적다고 할 수는 없는 시점인데요. 선수생활을 마감할 날이 다가오는데 그 이후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박다열)
= 지도자의 길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아직은 경기를 더 뛸 수 있기 때문에 물러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이르지 않나요? 아직 체력도 충분하고 적어도 3,4년은 더 뛰고 싶습니다. 40살 까지도 충분히 골키퍼를 하는 선수들도 많잖아요. 힘이 닿는 데까지는 선수생활을 더 하고 싶습니다. 그 이후에는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지도자로 나설까 생각중입니다.
- 골키퍼의 역할을 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 제가 늘 생각하는 건데 ‘기본기에 충실하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골키퍼는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성인선수가 되어서 기본기를 다시 배우느라 고생하면 자연히 주전싸움에서도 밀리게 됩니다. 어린 선수들일 수록 기본기를 단단하게 다지는데 충실히 하라고 꼭 말하고 싶습니다.
-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 여러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 최근 몇 경기 동안은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수들 역시 이점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스스로 헤쳐 나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희를 조금 더 믿고 기다려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희에게 질타하시는 것도 다 저희를 생각해서 그러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팀 내에서도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하면 잘 빠져나갈지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는 그날이 올 것을 저희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항상 인천 유나이티드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화려한 빛을 받지 못해도, 눈에 띄지 않아도 항상 몸을 날리는 골키퍼. 그들이 있기에 올해 우리는 어느 때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글 = 김동환 UTD기자(finalroun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