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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모 "웃음, 긍정, 믿음. 저를 만들어준 가장 큰 힘입니다."

198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문수정 2009-08-17 847
어느 팀이든 골키퍼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김이섭 선수가 뛰어난 활약을 하던 시즌 초반, 성경모 선수는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묵묵히 훈련에만 몰두했다. 매 시즌 초반에는 보이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다가도 잊을만하면 모습을 드러내 기대이상의 경기력으로 팬들을 사로잡는 성경모선수. 팀의 패배시에도 본인의 감정보다는 팀 전체의 분위기를 위해 광대가 되고자 하는 이사람. 성경모선수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보자. -FA컵 얘기부터 해보자. 이번 시즌 복귀전이었는데 아쉽게 졌다. 느낌이 어땠나? =작년 10월부터 경기를 안 뛰었으니 7개월만의 복귀전이었습니다. 프로선수로서 상대하기 가장 힘든 팀이 실업팀이나 대학팀이기 때문에 솔직히 피하고 싶었습니다. 경기 몇 일전에 출전소식을 듣고 정말 힘든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경기 종료시간이 다가오면서 저는 승부차기까지 생각했는데 다른 선수들은 무조건 90분내에 끝낼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선수들이 모두 공격하는 상황에서 역습에 걸린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상대편선수 머리 맞고 손을 타고 들어가서 그 당시 핸들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후 항의를 했는데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경기모습을 다시 보니 심판입장에서는 불어도 되고 안 불어도 되는 상황이라 깨끗이 잊고자 생각했습니다. -승부차기 얘기가 나왔으니 컵 대회 서울전 얘기를 해보자. 경기도 과열되고 힘들었을 것 같은데. =경기 다음날 인터넷을 보는데 정말 불쾌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보통 그 정도 파울은 나오는데 퇴장 몇 명 나왔다고 과열된 경기양상, 실종된매너등으로 표현하는 게 경기를 뛴 입장에서는 보기 안좋았습니다. 선수들이 주먹질을 해서 퇴장당한것도 아닌데 언론에서 너무 안좋은쪽으로 몰고 같던 것 같습니다. 사실 경기는 일대영으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막판에 동점골이 들어가면서 부터는 상대골키퍼도 교체되고 나도 교체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90분 경기가 모두 끝났는데 등뒤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코치선생님들도 아무 말씀을 안하셨습니다. 골키퍼는 항상 생각을 합니다. 공격수는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영웅이 되지만 골키퍼가 영웅이 될 수 있는 건 승부차기밖에 없습니다. 무조건 하나만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나만 막으면 이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상대팀 이상협선수가 찼는데 골을 넣고 나를 도발하는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정말 순간 너무 화가나서 골대를 부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경기 중이라 크게 화는 못 내고 애써 눌러 참았습니다. 연습 때처럼 자신있게만 뛰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역시 승부차기는 생각만으로는 못막는것 같습니다. -보이는 모습에 비해 마인드컨트롤을 굉장히 잘하나보다. 경기 중 화가나는 상황에 대처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는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이 강합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나쁜 의도를 가지고 달려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경기 끝나고 보자..' (웃음) 경기 중에 상대팀의 어린 선수가 욕을 하더라도 그 욕에 악의가 있는지 없는지 이제는 보입니다. 악의를 가지고 한다면 경기 후 안 보이는 곳에서 복수하자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웃음) 경기장에서, 팬들이 보는 앞에서 감정대로 행동한다면 모든 피해는 내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초반 김이섭 선수가 워낙 잘해줬고 송유걸선수도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복귀가 계속 늦어지는 게 불안하지 않았나? =이번 시즌 시작하기 전, 저는 해외전지훈련을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따뜻한 곳에서 운동하는 것과 추운 곳에서 운동하는 건 정말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전지훈련 가서 운동한 사람들 컨디션이 더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컨디션이 좋으니까 전반에 최소실점도 기록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겁니다. 복귀전도 사실 7월 이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걸이 컨디션이 FA컵 당시 안 좋아서 우연히 뛰게된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경기못뛰면 인상 쓰고 앉아있고 그랬는데 그래 봤자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게 없다는 걸 이제는 깨달았습니다. -혹시 특정 팀에 대한 징크스는 없는가? 유독 수원전에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정 팀에 대한 징크스는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용구장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종합경기장에 가면 주변의 트랙 때문에 오히려 집중도 안되고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용구장에서 경기할 때면 상대 서포터들의 언어폭력 때문에 힘들진 않는지? =관중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 끝도 없습니다. 그런 관중들에게 맞선다면 저는 그 관중들이 경기장까지 뛰어나오게 할 자신도 있습니다. (웃음) 예전에 포항에서 경기하는데 등뒤로 뭔가가 자꾸 날아왔습니다. 나중에 보니 화장품 샘플과 십원짜리 동전이었습니다. 던지려면 백원짜리를 던져주던가, 속으로 생각하며 웃고 넘겼습니다. -현재 팀 성적이 좋지 않다. 내부에서 보는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현재 팀의 문제점은 너무 광범위합니다. 정신적인 부분도 있고, 육체적인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훈련양도 더 많아졌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실점 이후 공격수와 수비수간의 협력플레이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실점을 하면 수비수는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수비를 열심히 하고 공격수는 동점골을 위해 공격을 더 열심히 합니다. 그럼 수비와 공격의 간격이 멀어지면서 협력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됩니다. 협력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2차 실점이 발생하고 팀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골키퍼의 입장에서 다른 3명의 골키퍼를 평가한다면? =이섭이형은 고참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관리를 너무 잘합니다. 제가 이섭이형처럼 관리하면 40이 넘어서까지도 현역으로 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골키퍼 4명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지만 탄력도 제일 좋고 몸 상태도 제일 좋습니다. 유걸이는 하체가 정말 튼튼합니다. 그래서 골대 앞에 서있으면 누구보다 안정적입니다. 인성이는 열심히 하는데 기회가 많이 돌아가지 않아 항상 아쉽습니다. 저는 전북에 있을 때 인성이보다 못했습니다. 또 그 당시 전북에는 이광석, 이용발, 이섭이형등 골키퍼자원이 참 좋았습니다. 결국 제가 먼저 포기해버렸습니다. 지금 인성이가 그 때 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기했던 상태에서 틀을 깨고 나올 때가 있을 것입니다. 인성이도 빨리 그 틀을 깨고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성경모선수는 그 틀을 깬 시기가 언제였나? =2005년 터키전지훈련이었습니다. 운동을 계속 해오면서 그 때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훈련을 너무 힘들게 해서 틈만 나면 잠을 잤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일부러 잠을 자기 위해 노력까지 했었습니다. 운동이 힘들 때는 수면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터키에서는 정말 나 자신을 버린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매진했던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 생활을 오래했는데 전지훈련 다니면서 재미있었던 일은 없나? =괌에 전지훈련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숙소가 산중턱에 있었는데 숙소에서 내려다보니 바닷가가 꽤나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쉬는 날 후배 4명정도 불러서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가도가도 바다는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정글이 나왔습니다. 영화에서 보던 계곡같은것도 있고 중간에 길도 막히고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길을 잃어버렸다 생각해서 자전거를 다시 타지도 못하고 헤매고 있는데 마침 숙소셔틀버스를 발견하고 열심히 버스를 쫓아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길을 잃었던 곳도 숙소에 있는 숲이었습니다. 결국 숙소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하루를 허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선수들 사이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활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 특별히 친한 선수 있는가? =제 별명이 성오지랖입니다. 누군가 지나가면 무조건 장난부터 거는 성격입니다. 어느 누구도 30분이면 친해질 수 있습니다. 특별히 누구랑 친하고 누구랑 친하지 않고 하는 건 제 성격상 못합니다. 2군 선수들 경기 못 뛰고 힘들어할 때 불러서 식사라도 같이 하려고 자리도 많이 갖는 편입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장난꾸러기 이미지가 참 강하다. 항상 그렇게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가? =즐겁게 살면 좋지 않습니까? 작년에 2군 리그 우승했을 때도 기분 좋은 자리니까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사소한 장난을 좀 쳤습니다. 경기를 안 뛰고도 뛴 것처럼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사진찍을때도 제일 가운데 있었습니다. 트로피도 들고 있어야 될 것 같아 보르코한테 뺏어서 들고 있었습니다. 물론 경기를 뛴 것처럼 머리에 물을 묻히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웃음) -혹시 인천 팬을 위한 재미있는 장난같은건 준비된 게 없나? =얼마 전 갑자기 생각이 난건 있습니다. 경기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재미있는 사진 응모전을 하는 겁니다. 경기장에서 선수를 마주치면 재미있고 엽기적인 사진을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사진을 찍은 팬에게 선물을 주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누구든 경기장에서 저를 만나 사진을 찍는다면 무조건 일등 할 것입니다. (웃음) 선수들한테도 이런 이벤트가 있으니 협조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다가도 누구보다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겁니다. -성경모 선수의 성격으로 보건대 공격수였으면 재미있는 세레머니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안그래도 우성용선수가 우리 팀으로 오면서 준비한 게 있었습니다. 최다 골 경신을 축하하기 위한 세레머니인데... 박스로 된 종이판자에 '신기록'이라는 세 글자를 크게 써서 유니폼 속에 넣어가지고 몰래 벤치로 가지고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대기선수로 경기장에 들어갈 때 골을 넣으면 무조건 저에게 오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내가 못 들어간 경기에서 골을 넣었습니다. (웃음) 지금 또 준비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제가 벤치에 있고 성용이 형이 골을 넣으면 그 때도 꼭 저에게 달려와 제 앞에서 세레머니를 해달라 했습니다. 그럼 제가 그 뒤에서 손으로 반짝반짝하는 제스처를 보여줄 겁니다. 또 민수가 골을 넣으면 몇몇 선수들이 2PM 춤을 춘다고 준비도 했었습니다. 저는 필드플레이어는 아니지만 닉쿤역할을 하겠다고, 웃으면서 준비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신기록하니까 생각났는데 성경모선수는 유난히 상대선수 복귀골도 잘 도와주는 것 같다. =작년에 울산과 경기를 하는데 성용이형이 교체되어서 들어왔습니다. 만약 제가 골을 먹으면 죽을 때까지 방송에 나간다라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결국 경기 중 성용이형이 슛을 했는데 가까스로 발 맞고 나갔던 게 지금도 기억납니다. 복귀골도 자꾸 주변에서 얘기하니까 징크스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천수, 안정환, 염기훈 모두 복귀골의 상대골키퍼가 저였습니다. -다음주 수원과 경기가 있다. 김두현 선수의 복귀 골 희생양이 되는 건 아닌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경기를 뛴다면 신경이 쓰일 것 같습니다. (웃음) 3대0으로 이기고 있으면 몰라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에 상대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선수가 있는가? =우리 팀의 유병수 선수가 제일 힘듭니다. (웃음) 병수는 연습할 때도 온 힘을 다해서 합니다. 상대팀이 무서워야 하는데 우리팀선수가 무섭습니다. 가끔은 일부러 피하기도 하는데 공이 날아오는걸 보고 있으면 정말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일단 제가 다치지 않는 게 우선이니까, 병수가 슈팅을 하면 저도 모르게 움츠려들게 됩니다. -성경모 선수도 벌써 서른이다. 축구선수를 하지 않았으면 뭘 하고 있었을까? 은퇴 이후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 있는가? =전 하고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허황된 꿈이겠지만 고깃집도 하고싶고, 놀이공원 사장님도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에 대한 동경도 가끔 합니다. 아침에 정장입고 빌딩 안에 들어가서 저녁 되면 회식하는 일반적인 생활 말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정장을 갈아입고, 회식한 다음날 쓰린 속을 부여잡고 회사상사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 아마도 축구를 하지 않았을 때의 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은퇴 이후에 대해서는 아직 크게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지도자를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곳에 가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단지 생각 일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팬들이나 선수들이나 모두 예민해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다들 힘들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2등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1등과 꼴찌만 기록에 남기 때문에 무조건 1등 아니면 꼴찌를 하라고 강조를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꼴찌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모든 과정을 좋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아쉬움이 남으면 내년에 또 좋은 성적이 나올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꼴찌를 하더라도 팬들은 떠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습니다. 선수들 모두 팬들에게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에 지면 팬들에 대한 미안함은 말로 표현을 못합니다. 저는 경기를 지면 끝나고 인사하러 가기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미안함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팬들에게 가지고 있는 믿음만큼 팬들도 우리를 믿고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중고참이 된 성경모 선수의 부담감은 평소보다 더 커보였다. 남을 즐겁게 하는 희극인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했던가. 침체된 팀 분위기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팀원들을 믿고 아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글 = 문수정 UTD기자 (anstn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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