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9라운드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펼쳐진 문수 월드컵경기장. 관중석 한쪽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K리그 클래식의 떠오르는 샛별 이석현 선수의 어머니인 김명화씨. 이석현의 어머니를 통해 그의 성장기를 들어보았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워낙 좋아했다.”
석현이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무척 좋아했다. 항상 어딜 가나 축구공을 들고 다녔을 정도였다. 방과 후 활동으로 축구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석현이가 재능이 있었는지 학교 체육 선생님께서 석현이에게 정식으로 축구를 배워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방학을 맞아 학교 축구부에서 전지훈련을 떠나는데 석현이를 같이 한번 데려가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에 학기 중이 아닌 방학 기간이기에 놀다 오라는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보냈는데 그것을 계기로 석현이가 정식으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잠깐 하다 말겠지 싶었다.”
석현이가 축구를 정식적으로 배워보고 싶다고 떼를 써서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솔직히 자식 둔 부모로서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교를 나와 훌륭한 직장을 구해 성공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본인이 워낙 하고 싶어 하고 그때 석현이가 초등학생 때니까 잠시 축구를 하다가 나중에 공부해도 늦지 않는 시점이었기에 ‘에이, 뭐 잠깐 하다 말겠지.’ 라는 마음으로 축구를 배우는 것을 허락했다.
“한 번도 투정을 부린 적이 없다.”
석현이와 같이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아이는 힘들어서 축구를 그만하고 싶다.’는 등의 투정 섞인 이야기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석현이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힘들다고 투정을 부린 적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한 번이라도 엄마 품에 안겨서 힘든 것을 토로할 만하지만 정말로 그런 적이 없었다. 엄마, 아빠 말도 잘 듣고 뭐든지 알아서 척척했다. 그래서 엄마로서 기특하고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뒷바라지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석현이가 축구를 시작한 이후로 애가 아무래도 어리다 보니 ‘혹시 어디서 다치지는 않을지’, ‘못된 짓을 당하지는 않을지’ 등과 같은 생각이 들어 신경을 많이 쓰였다. 그래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까지는 걱정돼서 많이 따라다녔고 고등학교부터는 애 아빠가 따라다녔다. 고등학생쯤 되면 어느 정도 컸으니까 아들을 믿는 만큼 석현이가 알아서 잘하겠거니 싶은 생각이 들면서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진학시킬 때”
석현이가 학교를 진학할 때마다 정말 힘들던 기억이 난다. 조금이라도 석현이와 맞는 학교를 보내고 싶은데 상황이 그렇지 못할 때 정말 힘들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할 때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도 힘들었지만, 특히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진학할 때가 정말 힘들었다. 사실 석현이가 내놓으라하는 좋은 대학교에서 미리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와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석현이가 너무 의욕이 앞섰는지 초반에 큰 부상을 당해서 고3 한해를 거의 통째로 날렸다. 경기에 나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니까 미리 이야기가 오갔던 학교들도 그만 등을 돌려버렸다.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선문대에서 제의가 와서 보냈는데 사실 선문대가 무슨 학교인 줄 몰랐다. 하지만 석현이가 막상 학교에 가보니 환경도 좋고 선수들도 좋은 선수가 많다고 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난다.
“프로 입단 소식에 매우 기뻤다.”
아들의 프로 입단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말 그대로 매우 기뻤다. 어찌 되었든 축구를 배우면서 최종 목표는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인데 아들이 프로팀에서 부름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머릿속에 지난 오랜 시간의 많은 일이 주마등처럼 쫙 스쳐 갔다. 기쁘기도 했지만, 프로에 가서 적응을 못 하고 방출되는 경우도 파다하니 엄마로서 ‘가서 잘 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뒤따랐던 것 같다.
“운동 환경이 너무 좋다고 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석현이가 인천 구단 사무실을 찾아 계약을 마친 뒤 전화를 했었다. 석현이는 들뜬 목소리로 “엄마 저 방금 계약 마쳤어요. 확실히 프로는 프로더라고요. 운동 환경도 완벽하고 특히나 경기장이 빨리 뛰어보고 싶을 정도로 아주 마음에 들어요. 엄마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그동안 저 뒷바라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제 제가 꼭 성공해서 보답해 드릴게요.”라고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신인인만큼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석현이가 프로에 입단해서 데뷔 시즌에 바로 주전으로 자리 잡아 경기를 뛰고 골도 넣고 팀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자체가 엄마로서 너무 자랑스럽다. 하지만 행여나 석현이가 지금의 모습에 안주할까 봐 잘하고 있다는 표현을 잘 안 하려 한다. 석현이는 이제 신인일 뿐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고 배워야 할 부분도 많다. 그래서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느낀다.”
예전에는 석현이가 운동을 할 때 주위에서 부러움의 시선 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많이 보냈다. 워낙 운동하다가 그만둔 애들이 많다 보니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런 시선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프로팀에 가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TV와 인터넷에 좀 나오다 보니 축하와 부러움의 전화를 받는 적이 부쩍 많아졌다. 아들에 대한 주위의 높은 관심이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낯설어서 그런지 사실 부담스럽다.(웃음)
“지금의 석현이가 있기까지 형이 역할도 컸다.”
석현이 형도 석현이처럼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매일 같이 석현이와 함께 축구를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다. 보약이나 좋은 음식이 있으면 자기는 괜찮으니 석현이한테 다 해주라고 그랬을 정도로 항상 부모보다 더 신경을 쓰고 아꼈다. 석현이가 대학생 때에는 ‘어느 대학에 어떤 선수는 어떤 스타일이더라.’ 와 같은 정보를 석현이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석현이가 운동만 했지 나머지 그 외의 것들은 형이 다 해줬다. 석현이의 매니저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이야 빨리하면 좋지 않나.”
석현이가 여자 친구가 있다고 들었다. 아직 얼굴을 아직 본 적은 없다. 대게 운동선수들은 심리적인 안정감과 책임감을 가지기 위해 빠른 결혼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비록 석현이가 아직은 신인이고 모자란 것이 많아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나중에 본인이 프로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되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결혼을 빨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내 눈에 석현이는 그저 갓난아기로 보인다.(웃음)
“엄마가 짠순이라는 소문이 들리더라.”
석현이가 아직 돈을 모으는 방법을 잘 모르니까 석현이의 급여에 대해 내가 대신 관리를 하면서 용돈을 주고 있다. 처음에는 자기가 생각하기에 용돈이 적은 것 같았는지 ‘엄마 용돈 좀 더 주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그럼 네가 경기를 잘하고 골을 좀 넣으면 특별 수당을 줄 테니 더 열심히 해라.’고 조건을 달았다. 그랬더니 석현이가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골도 넣고 잘하더라. 석현이가 인터뷰에서 용돈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엄마가 짠순이라는 소문이 들리는 것 같더라.(웃음) 최근에는 한 방송매체와 인터뷰를 통해서 골 이외에 도움을 기록할 때도 보너스를 달라고 하던데 한 번 고려해보겠다.
“빨리 밥 한 끼 손수 먹여주고 싶다.”
석현이가 지난해 12월에 전지훈련을 앞두고 인천으로 합류하기 위해 집을 나선 이후로 아직 한 번도 집에 오지 못하였다. 벌써 5개월의 시간이 다 되어간다. 6월에 휴식기를 맞아 잠깐 휴가를 받게 되면 오랜만에 집에 올 텐데 하루빨리 맛있는 밥을 손수 먹여주고 싶다. 석현이가 어려서부터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오징어젓이다. 집에 올 때마다 항상 만들어 놓곤 했다. 이번에 집에 오면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을 위해 상다리 부러지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챙겨줄 생각이다.(웃음)
“그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석현이가 영 플레이어상을 꼭 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물론 자기가 열심히 해서 상을 받고 보상을 받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엄마로서는 그저 아들이 다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처럼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좋은 팀 성적에 뒷받침해서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 이석현 파이팅!”
석현아, 엄마는 우리 석현이가 너무 자랑스럽다. 어려서부터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를 지금은 직업 삼아 멋진 프로 선수가 되어 K리그 클래식이라는 훌륭한 무대를 누비고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단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네가 평소에 그토록 존경하는 김남일 선수를 비롯한 좋은 선배들과 김봉길 감독님이라는 좋은 선생님 아래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것도 엄마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단다. 부디 많은 것을 배움으로써 지금보다 앞으로 더 잘되고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내 아들 이석현. 더 높은 비상을 위하여 파이팅!!!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이 글귀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잘 묘사한 노래로써 오랜 세월 동안 국민의 마음속에 파고든 명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어머니의 마음』이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이 세상에서 부모님의 사랑만큼 위대한 것은 없다. 돈과 명예도 부모님의 사랑을 대신 할 수는 없다. 이석현 역시 마찬가지로 그가 현재 K리그 클래식 무대를 휘저으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까지 부모님의 늘 한결같은 사랑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불가했을 것이다. 이제는 반대로 그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차례이다. 부디 그가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하여 훗날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멋진 선수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글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ol@hanmail.net)
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