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가 올 시즌 첫 경인더비서 투혼을 발휘하며 값진 승점 1점을 획득했다. 동시에 김진환이라는 새로운 카드의 가능성을 함께 확인했다.
인천은 지난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5라운드 FC서울과의 홈경기서 수적 열세 속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인천의 선발 라인업에는 반가운 한 명의 이름이 등장했다. 김진환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진환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김원식을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격 선발 출격했다.
이적 후 한 경기 뛰고 자체를 감춘 김진환
지난 2011년 강원FC에서 프로 무대에 처음 발을 내딛은 김진환은 올해로 프로 5년차에 접어든 선수다. 인천에는 2014시즌을 앞두고 새둥지를 틀었다. 이적 직후에 그는 부상 중이었던 안재준(경찰청)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꼽히며 이윤표의 새로운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당시에는 그 역시도 새로운 둥지 인천에서 나서는 새 도전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그의 꿈은 그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14시즌 상주 상무와의 개막전(2-2 무)에 선발 출격한 그는 안정감 없이 불안함만을 보여줬고 전력에서 바로 배제됐다.
지나친 긴장감으로 말미암은 큰 실수 한 번에 김진환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냉정함이 판을 치는 프로의 세계에 그는 설 자리를 잃었고,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갔다.
이후 2군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렸지만 그가 설 자리는 보이질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기회라고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전남 드래곤즈전(0-0 무)에 종료 직전 안재준 대신 투입된 게 전부였다.
잊혀진 김진환, 음지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가슴 깊이 희망을 품었다. 힘들고 외롭고 서러운 자신의 내면 감정을 일체 감춘 채 팀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며 웃음을 잃지 않고 팀에 융화되려 노력했다.
그러던 중 팀에 변화가 찾아왔다. 사령탑 교체가 이뤄진 것. 김도훈 감독이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했다. 김 감독과 김진환은 강원 시절에 코치와 선수로서 사제의 연을 맺은 기억이 있었다.
모든 게 초기화됐다. 김도훈 감독은 공평한 잣대를 두고 선수들을 파악했다. 그는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동계 훈련동안 그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고, 누구보다 김도훈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그럼에도 쉽사리 기회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김도훈호의 새로운 센터백 듀오로는 요니치와 김대중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진환은 결코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경고 누적’ 김원식의 대체자로 낙점 받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던 그에게 기회 아닌 기회가 찾아왔다. 인천의 수비형 미드필더 주전을 도맡고 있던 김원식이 누적경고 3회로 5라운드 서울전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말이다.
지난 8일. 서울 예원예술대학교와의 연습경기에서 모의고사가 펼쳐졌다. 이날 김진환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높은 제공권과 발빠른 판단력 그리고 측면으로의 정확한 전진 패스 연결에 뛰어난 리딩력까지 훌륭한 기량을 선보였다.
그리고 경인더비 당일(12일). 김진환이 결국 김도훈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서울전 선발 라인업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올렸다. 그렇게 그는 인천 이적 후 두 번째로 선발 출전하는 기회를 부여 받았다.
돌아온 김진환, 기대 이상의 '만점 활약' 펼쳐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진환은 수비진(요니치, 김대중)과 중앙 미드필더진(김동석, 조수철)의 사이 공간에 서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큰 무리 없이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전술적인 움직임 역시도 훌륭했다. 공격 상황에서는 센터백 듀오 사이에 서며 쓰리백 형태를 유지했고, 수비 상황에서는 상대 공격수 박주영을 둘러쌓으며 꼼짝을 못하게 만들었다.
또 역습 상황에서는 지난 주중 예원예술대와의 연습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정확한 킥력을 바탕으로 측면 자원인 이천수와 김인성에게 빠르고 정확한 전진 패스를 연결하는 장면을 여럿 연출해냈다.
후반 20분 조수철이 퇴장당한 이후에 김진환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적재적소의 지점에 머물면서 상대의 공격을 노련하게 차단하는 그의 헌신이 있었기에 이날 인천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활기 있는 공격력을 이어가며 서울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수 있었다.
대체자 아닌 경쟁자의 자격을 스스로 입증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날 김진환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김원식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출전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었다. 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모두가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김진환이 보여준 활약은 적어도 김원식의 공백을 메우는 것 이상이었다. 오히려 기존의 김원식보다 측면으로의 볼 배급 및 순간적인 위치 선정 그리고 세밀함 등의 면에서는 나은 모습이었다.
김도훈 인천 감독도 이날 따로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김진환이 보여준 감초같은 활약에 내심 만족해하고 있을 눈치다. 결과적으로 김진환은 1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음지 속에서도 묵묵히 노력을 이어간 끝에 기회를 부여받았고, 그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려냈다.
그렇게 김진환은 자신이 김원식의 대체자에서 그치지 않고 김원식을 위협할 수도 있는 자원임을 스스로 입증해내며 앞으로의 자신의 전망을 밝게 했다. 단, 전제 조건은 분명히 있다. 앞으로 더 부단한 노력을 이어야한다는 점이다.
프로의 세계는 끊임없는 경쟁이 이뤄지기로 유명하다. 팀 동료들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선수 개개인은 물론이며 팀 전체에도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카드 김진환의 가세로 더욱 탄탄해질 인천의 중원이, 또 이젠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기 위한 김진환이 펼칠 앞으로의 행보가 동시에 기대되는 바다.
글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l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