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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R] ‘김이섭의 걸작’ 이태희, 새로운 인천의 수문장 탄생을 알리다

1900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이상민 2015-10-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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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D기자단=인천] 인천 유나이티드의 레전드인 김이섭 GK코치는 현역 시절 저승사자로 불리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에게 위압감을 줌과 동시에 온화한 인품과 성실한 생활 그리고 훌륭한 기량을 토대로 인천의 골문을 지키며 인천 팬들에게 크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0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U-18 대건고에서 GK 코치직을 수행한 뒤, 올해부터는 김도훈호에 승선해 프로팀 GK 코치를 맡고 있다. 그런 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한 청년이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바로 김이섭 GK코치의 제자인 ‘막내’ 이태희가 그 주인공이다. 이태희는 김이섭 코치의 소문난 애제자다. 이태희는 U-18 대건고에 재학하는 3년 동안 김 코치의 지도편달을 받았다. 김이섭 코치가 자신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선수라고 말할 정도로 둘은 각별한 사이다.

새내기 골키퍼 이태희가 선발 출격한 인천은 17일 토요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치른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4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프로 첫 선발 출전에 나선 이태희는 안정적인 모습으로 눈부신 선방쇼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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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는 고교 시절 또래 중에 원탑으로 불릴 정도로 상당히 유능하고 재능 있는 골키퍼 자원이었다. U-18 대건고에서 3년간 김이섭 코치의 열과 성을 다한 지도하에 나날이 성장을 거듭한 그는 U-19 대표팀의 붙박이 수문장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해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했다. 허나 권정혁(광주FC), 유현, 조수혁 등 대선배들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자연스럽게 2군에 머무는 일이 잦았다. 매번 주전이었던 그에겐 다소 낯선 환경이었다. 때문에 그는 잠시 방황 아닌 방황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프로 데뷔해를 보냈다. 그리고 다가온 2015년, 그를 향해 한 줄기 환한 빛이 내려쬈다. 코칭스태프가 개편되면서 ‘스승’ 김이섭 코치와 재회하게 된 것이다. 스승과 재회한 이태희는 심적인 안정감을 찾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동계 훈련에 임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늘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근데 프로에 올라와 보니 그게 안일한 생각이라는 것을 느꼈죠. 처음엔 훈련을 따라가기도 버거웠고, 주눅도 많이 들었어요. 한동안 심적으로 고생했는데, 김이섭 코치님과 다시 만나면서 자신감을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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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스승의 가감 없는 가르침 속에 그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물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교체 명단에 수차례 이름을 올리며 그는 희망을 노래했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흐르고 흘렀다. 그러던 33라운드(10/4)에서 그는 마침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상위 스플릿 진출을 위한 성남FC와의 일전에서 선발 골키퍼 조수혁이 박용지와 부딪히며 경기 불가 사인을 내렸고, 벤치에 있던 이태희가 급하게 몸을 푼 뒤 교체 투입됐다.

“(조)수혁이형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투입되어 처음에는 부담도 약간 됐어요. 하지만 막상 그라운드에 들어가니 괜찮아지더라고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 실점하며 결과적으로 좋지 못한 데뷔전이었다고 생각해요. 평생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아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데뷔전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인천은 후반 38분 황의조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혹자는 골키퍼 교체가 흐름에 큰 변화를 줬다고 말하지만, 득점 장면을 다시 살펴본다면 이태희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황의조의 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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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골로 인천의 운명이 뒤바꼈다. 상위 스플릿 진출을 노리던 인천은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6위 자리를 내주면서 7위로 떨어져 하위 스플릿으로 향해야 했다. 이태희에게는 데뷔전을 치른 기쁨보다는 아쉬움과 자책감만이 가득했다. 그런 그에게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태희야, 오늘 경기 잘했다. 앞으로 더 잘하자’ 스승 김이섭 코치가 보낸 문자였다. 누구보다 제자의 심리 상태를 잘 아는 스승의 배려이자 사랑이었다. 이와 같은 짧고 굵은 스승의 한 마디에 꿀꿀했던 그의 기분은 이내 ‘다시 해보자’는 각오로 돌변하여 그를 일어서게끔 했다.

진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이를 악문 그는 훈련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연신 쏟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선발 데뷔전이라는 기회를 부여 받았다. 김도훈 감독은 34라운드 울산과의 홈경기에 이태희를 선발 골키퍼로 낙점했다. 이태희의 프로 첫 선발 출장 기회를 받았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라운드에 나선 이태희를 향해 인천 팬들은 뜨거운 함성과 함께 그의 이름 석 자를 힘차게 연호하며 힘을 불어 넣어줬다. 경기가 시작되자 이태희는 큰 목소리로 수비진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왼발, 오른발 관계없이 킥 처리도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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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방은 전반 23분에 기록했다. 이영재의 코너킥을 임창우가 강력한 헤더로 연결했지만 이태희가 머리로 막아내며 관중들의 함성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이태희는 김신욱을 꼭지점으로 하는 상대의 연속된 코너킥을 정확한 판단에 의한 깔끔한 볼 처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이태희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자신의 선발 데뷔전을 무난히 소화해 나갔다. 전반 17분 박세직이 기록한 페널티킥 선제골도 이태희의 심리적 안정감 유지에 큰 힘이 되었다. 전반전 경기는 인천이 1-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되었다. 그의 진가는 이어진 후반전에 나왔다.

앞서있던 인천은 후반 10분 울산에 만회골을 내줬다. 정동호가 우측면에서 동료와의 협업 플레이로 인천 수비진을 허문 뒤 이영재의 마무리 패스를 받아 골문 바로 앞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을 뽑아냈다. 골키퍼 이태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실점 장면이었다.

후반 16분에는 일대일 위기를 넘겼다. 중원에서 하성민이 연결한 전진 패스를 코바가 페널티박스 좌측면에 쇄도하며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이태희가 무게 중심을 낮춰 선방해냈다. 이어서 후반 31분에는 득점과 다름없는 김신욱의 강력한 헤더를 힘껏 몸을 던져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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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잠시 뒤인 후반 33분 역전골을 내주고 말았다. 코바의 절묘한 오른발 코너킥을 김신욱이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했다. 이 또한 이태희로서는 손쓸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후 인천은 후반 35분 진성욱이 곧바로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2-2 무승부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이태희는 이렇게 프로 첫 선발 데뷔전을 마쳤다. 결과만 살펴본다면 2실점을 기록하며 좋지 못했지만, 내용을 살펴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날 그는 90분 동안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면서 잠재적인 가능성이 아닌 실제 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해냈다.

그의 스승인 김이섭 코치는 경기 후 라커룸으로 향하는 제자 이태희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하이파이브를 건네며 반겨줬다. 그는 “첫 데뷔전을 치렀던 나의 옛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의 나랑 비교했을 때 (이)태희가 훨씬 잘했다. 스승으로서 너무 대견스럽다”고 웃어보였다.

이태희 본인 역시도 크나 큰 만족도를 표했다. 그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그 안에는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선발 데뷔전을 마친 데 대한 안도의 한숨 역시도 함께 내포되어 있었다. 경기 후 만난 그의 첫 마디는 “아, 너무 힘들어요. 오늘 저 어땠어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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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첫 선발 데뷔전이라서 설레기도 했고 떨리기도 했다.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면서 “2실점을 했지만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면서도 “그렇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더 노력해서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 첫 선발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은 그에게 'GK 패밀리'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유)현이형은 ‘무조건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해줬고, (조)수혁이형은 ‘막상 해보면 별 거 없다. 훈련보다 볼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김이섭 코치님은 편하게 하라고만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인천 팬들은 경기를 마친 뒤에 이태희의 이름을 크게 연호하며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태희의 성공적인 선발 데뷔전에는 이들의 몫도 크게 한 몫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천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앞으로의 굳은 각오를 함께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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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는 “경기 전부터 팬 여러분들께서 내 이름을 연호해주시는 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정말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오늘의 자신감이 자만감이 되지 않도록 긴장하고 더 많은 땀을 흘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인천은 ‘절대 수문장’ 유현과 ‘철벽방어의 시작’ 조수혁에 이어 또 다른 수문장의 탄생을 맛봤다. 때문에 인천의 짠물 수비는 앞으로 그 강도를 점점 더해갈 것으로 기대되는 바다. 새로운 수문장의 탄생을 알린 이태희의 등장은 인천의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글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사진 = 이상훈, 전세희 UTD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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