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에는 영원한 캡틴, 인천의 레전드라 불리며 팬들의 무한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초창기 창단멤버로서 어느새 7년이란 세월을 인천과 함께해왔고, 어느덧 팀의 상징적인 존재로 우뚝선 임중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터뷰 내내 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진국처럼 우러나오던 임중용 선수. '진정한' 블루맨의 주인공은 이런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 누구보다 인천을 아끼고 사랑하는 '진짜' 블루맨 임중용 선수를 지금 바로 만나보자.

- 허정무 감독님이 인천에 온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믿기지가 않았어요. 솔직히 인천은 시민구단으로서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잖아요. 때문에 저희 팀에 오실 줄은 전혀 몰랐죠. 프로생활 막바지에 이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훌륭한 감독님 밑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감독님이 상당히 엄격하고 무서운 분이란 얘기를 자주 들었었는데, 직접 경험해본 바로는 상당히 인자한 분이세요. 그 대신 운동할 때만큼은 카리스마가 넘치시죠. 감독님이 오신 후에 팀이 훨씬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 최근 수비가 4백에서 3백으로 전환됐는데?
= 감독님이 저희 팀에는 4백보다 3백이 더 어울릴 거라 판단하셨고, 곧바로 수비가 3백으로 전환됐어요. 사실 저희가 강팀도 아니고, 아직은 팀 조직력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으로 수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죠. 저도 4백보다는 3백이 저희 팀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거의 3년 만에 다시 전환한 3백인데, 처음엔 좀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 수비가 3백으로 바뀌면서 실점이 줄었지만, 지난 9일 대전전에서 후반에만 3골을 실점했는데?
= 3백으로 바뀌면서 실점이 확연히 줄고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때문에 지난 대전전은 더 큰 아쉬움으로 남죠. 관중석에서 이날 경기를 지켜봤는데, 실력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세 골을 선취 득점하면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좀 흐트러졌던 것 같아요.
- 최근 선후배가 섞여 앉아서 식사를 한다고 들었는데, 이전과 비교해볼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 이전에는 훈련시간에만 얼굴을 보고, 선수들끼리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오신 후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하자는 취지로 선후배가 섞여 앉아 식사를 하기도 하고, 훈련 한 시간 전부터 치료실에 모두 모여 함께하는 시간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단합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어린 선수들이 저를 어려워했는지 옆에서 식사하는 걸 어색해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젠 한결 더 편해진 것 같아요.
- 평소 용병선수들을 잘 챙겨주기로 소문이 났는데?
= 물론 국내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K리그에서는 용병선수들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가 없어요. 이 선수들을 팀에 잘 융화시켜야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가 있죠.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소한 거라도 대화를 걸고, 밥을 먹을 때도 더 신경 써서 챙겨주고 있어요. 제가 팀 내 고참이기 때문에 솔선수범해서 용병선수들을 챙겨주면, 이 선수들도 우리 후배들한테 더 잘해주고 챙겨주지 않을까요?(웃음)

- 올해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를 꼽자면?
= 무엇보다도 홈에서 치른 서울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날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눈빛부터가 달랐고, 서울과 치르는 홈경기만큼은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그런 집념이 선수들 모두에게서 느껴졌거든요. 이런 집념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을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볼 때 이날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올 시즌 치른 경기 중 최고였던 것 같아요.
- 올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는지?
= 아무래도 계속해서 연패를 했던 시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연패를 하면서 선수들이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됐고, 할 수 있다는 말로 아무리 팀 분위기를 바꿔보려 해도 경기에서 패하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다들 어깨도 축 처져있었고, 운동할 때 의욕도 사라졌거든요. 다시 생각해봐도 참 힘든 시기였죠.
- 프로선수로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꼽자면?
= 프로선수라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경기에서 졌을 때, 독기를 품고 다음에는 꼭 이겨야겠다는 그런 집념을 가질 필요가 있거든요. 만약 경기에서 졌는데도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는다면 그 선수는 프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프로선수에게 있어서 근성과 집념은 꼭 필요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K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공격수를 꼽자면?
= 저희 팀에 있었던 데얀도 다들 아시다시피 상당히 훌륭한 공격수고, 라돈치치도 이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전보다 많이 발전했더라고요. 한 때는 같은 팀의 동료였지만, 실력이 향상되면서 오히려 더 상대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 예전에 공격수였던 경험이 수비를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가?
= 네, 공격수였던 경험은 수비를 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도 공격수를 해봤기 때문에 각 공격수의 성향에 따라 수비하는 방식에 노하우가 생기죠. 때문에 감독님도 훈련을 할 때 이와 반대로 가끔 공격수에게 수비를 시키기도 해요. 그러면 공격수는 ‘아, 수비가 이 상황에선 이렇게 대처하는구나.’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되죠.
-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 딱히 비결은 없는 거 같아요. 다만 경기에 나서기 전에 축구화를 묶으면서 항상 처음 입단했을 때를 떠올려요.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치러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매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또 아무래도 고참이다보니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더 신경을 쓰다보니까 경기력도 덩달아 좋아지는 것 같고요. 선수이기 때문에 제 몸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어야죠.
- 평소에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 제가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체중조절이에요. 체중을 감량하면 몸이 더 날렵해지고 가벼워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 대신 체중을 감량하다보면 힘이 빠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먹는 걸로 보충을 하죠. 특히 아내가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잘 챙겨줘요. 덕분에 아직까지는 경기 도중 체력이 딸려서 힘들어하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아내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쌍둥이 아빠인데, 평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평소에 저는 딸이랑 잘 붙어 다니고, 아내는 아들이랑 잘 붙어 다녀요. 저는 딸을 더 챙기고 아내는 아들을 더 챙기거든요. 예를 들어 밖에 쇼핑을 하러 가면 전 딸 것만 눈에 들어와요. 과자를 줄 때도 이상하게 딸한테 손이 먼저 가더라고요?(웃음) 때문에 아내가 많이 섭섭해 하죠. 한 명이었으면 안 그랬을 텐데 쌍둥이다보니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거 같아요.

-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10년 후의 계획이 있다면?
= 그동안 인천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끝까지 잘 마무리해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람 일이란 게 모두 뜻대로 될 수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인천에서 아이들도 가르쳐보고 싶고, 인천이란 팀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 인천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 물론 힘들 때도 많았지만, 전 인천에서 보내는 한 해 한 해가 모두 행복해요. 인천이란 팀에 와서 팬들에게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거든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인천에 몸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고, 제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팀을 위해 뭔가 더 해주고 싶고 그래요.
- 인천의 창단 초기와 현재를 비교해볼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 솔직히 말해서 창단 초기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열악했죠. 지금처럼 연습구장을 마음껏 사용하지도 못했고, 그 당시에는 1년에 한 200일은 교외로 나가서 운동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선수들이 더 단결되고 융화가 됐던 것 같아요. 가끔 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어요.(웃음)
- 인천에서 꼭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300경기를 채우고 은퇴하는 선수가 참 드물거든요. 제가 현재까지는 K리그 통산 288경기(10월 13일 기준)를 치렀는데, 솔직히 말해서 300경기를 채우고난 뒤에 은퇴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숭의 경기장을 짓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 경기장을 꼭 한 번 밟아보고 은퇴하는 게 제 소원이에요. 가능할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이뤄진다면 참 뜻 깊을 것 같고, 진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꼭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 현재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데, 남은 경기 어떤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 비록 6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에서는 멀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은 경기를 소홀히 한다면 그건 프로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죠. 또 감독님도 절대 리그 순위 두 자릿수로는 내려가지 말자고 말씀하셨거든요. 남은 경기를 잘 치른다면 내년에 팀을 꾸려나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남은 경기가 저희에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인천 팬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
= 팬 분들이 서포팅을 할 때, 가끔씩 심판에게 ‘정신 차려. 심판’이란 말을 하실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상할 수가 있거든요. 감정이 상하다보면 그것이 경기에 영향을 미칠 때도 더러 있고요. 때문에 심판에게는 표현을 좀 부드럽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저희한테 하시는 쓴 소리는 달게 받아야죠. 저희가 경기장에서 마음가짐이 헤이해지면 듣고 정신 차릴 수 있도록 마음껏 쓴 소리해주세요. 하지만 심판에게만큼은 ‘잘 좀 봐줘. 심판’과 같은 표현으로 잘 구슬려주시는 건 어떨까요?(웃음)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 예전과 비교해볼 때 경기장에 오시는 팬들이 많이 줄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런 관중석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잘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우는 것은 저희 선수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동안 경기를 하다보면 골을 어이없게 먹을 때도 있었고, 큰 점수 차로 지는 경기도 많았죠.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에게 이기는 경기,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만큼은 선수들 모두 같다는 것을요. 때문에 미숙한 모습이 있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도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을도 성큼 다가왔는데 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글 = 유지선 UTD기자 (jisun22811@hanmail.net)
사진 = 김지혜 UTD기자 (hide5-2@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