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적하여, 현재 누구보다도 리그데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조수혁 선수. 골키퍼는 타 포지션보다 주전 교체가 흔한 포지션이 아니다. 따라서 골키퍼라는 포지션 상 고충이 있을 법도 한데, 그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복덩이’라고 소개하기까지 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함과 유머러스함이 뚝뚝 떨어지던 ‘인천의 복덩이’ 조수혁 선수를 만나보자.
조수혁 (1987-12-29)
GK/ NO. 21
187cm 80kg
서울 동명초 - 서울 동북중 - 장훈고 - 건국대
서울, 그리고 인천에서의 새로운 시작
27살의 나이에 어느덧 프로 6년 차에 접어든 조수혁 선수. 그의 프로데뷔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됐다. “건국대에 입학했을 당시부터 2년만 뛰고 프로 무대로 전향하기로 말이 다 되어있었어요. 신인 드래프트 당시에 에이전트를 통해서 성남과 부산에서 저를 뽑겠다는 말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서울에서 저를 데려가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서울에서의 첫 프로생활,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기 마련이다. 그도 역시 그랬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동안 축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묻는 말에 “프로생활을 시작한 2008년이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신인이다 보니까 운동하는 것도 긴장되고, 실수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게 되더라고요.”라며 프로데뷔 첫 해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이 됐던 2009년보다 심리적으로 더 힘들었다며 털어놓았다.
게다가 그에게 있어 선수층이 두터운 서울은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을 수 없어 더욱 힘든 곳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5년 동안 프로생활을 하면서 그라운드에 나선 것은 컵 대회 세 경기뿐이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던 상황, 그러던 중 조수혁에게 인천이 손을 내밀었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서울에서의 프로생활을 정리하고 인천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처음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거라 많이 설레었어요.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솔직히 인천으로 이적하게 되면서 드디어 벗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고요. (웃음)”
그렇다면 그의 머릿속에 인천은 어떤 팀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까? 프로에 와서 치른 컵 대회 세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2008년에 인천과 치렀던 경기라던 그는 “그때 2-0으로 무실점을 하면서 서울이 승리했었거든요. 서울이 인천에 1-0으로 앞서고 있다가 경기 막바지에 추가 골을 넣었었는데, 인천은 추가 골까지 먹었는데도 계속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그때는 2008년이니까 멤버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래도 뭐랄까 인천만의 끈끈함(?) 그런 걸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인천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끈함과 함께 똘똘 뭉쳐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본인이 생각하는 인천의 모습을 밝혔다. “사실 프로에 오기 전부터 인천과 제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제주는 어렸을 때부터 제주도만 가면 몸이 그렇게 좋아지더라고요. (웃음) 인천의 창단멤버이자 현재 성남에 계시는 권찬수 코치님을 초등학교 때부터 엄청나게 좋아했었거든요. 그리고 김이섭 선배님의 플레이도 TV로 정말 인상 깊게 봤거든요. 그래서인지 인천은 그냥 왠지 끌렸어요.”
서울과 인천? 조수혁은 인천스타일~!
서울과 인천은 두 팀 모두 거리상 그리 멀지 않은 수도권 팀이지만, 각각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으로서 인프라 구축에 차이가 있다 보니 생활하는 데에도 차이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수혁도 생활하는 데 있어서 서울과 인천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서울은 클럽하우스를 가지고 있지만 인천은 승기, 숭의, 문학 등 여러 군데의 운동장을 사용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생활하는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운동시간 1시간 전에 다 같이 클럽하우스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쉬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가졌었는데, 인천은 선수 개인별로 각자 운동시간에 맞춰서 운동장으로 모이더라고요.”라고 답하며 인천에서 초창기에 겪었던 일화도 함께 소개했다. “맨 처음 인천에 왔을 때는 이전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저 혼자 운동시간 40분 전에 운동장에 도착해서 기다린 적도 있었어요. 운동장에 갔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까 운동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괜히 불안해지고 그랬었죠. (웃음)”
서울보다는 인천이 좀 더 개인의 생활을 존중해주고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소개한 조수혁. 그렇다면 과연 본인은 서울과 인천 중 어느 스타일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할까? “저한테는 인천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 잘 맞는 거 같아요. 프로는 자기관리를 못 하면 결국 자기 손해인 거잖아요. 그 때문에 꽉 잡혀있는 것보다는 각자가 알아서 스스로 잘하도록 유도하는 인천의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다만 운동하기 전에 근육 운동을 하고 나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웨이트 장이 문학에만 있는 부분은 좀 아쉬워요. (웃음)”
골키퍼, ‘키’가 바꿔 놓은 운명
인터뷰 내내 유머러스한 말투가 인상적이었지만, 축구 얘기가 나오면 표정부터 진지해지던 조수혁 선수. 이런 그가 골키퍼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었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키가 163cm이었는데, 또래 남자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점심시간에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가고 있는데 한 선생님께서 저를 붙잡으시더니 키가 큰데 축구를 할 생각 없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부모님께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어요.” 단지 축구가 좋았을 뿐이지, 프로 무대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그에게는 갑작스레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이 열린 것이다.
축구에서 골키퍼란 포지션은 통상적으로 인기가 없는 축에 속한다. 공격수는 서로 맡겠다고 하면서도 골키퍼는 맡기를 꺼리는 상황을 학창시절 운동장에서 더러 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조수혁은 일찌감치 골키퍼의 매력에 눈을 떴다. “전 원래 동네에서 축구를 할 때도 골키퍼 맡는 걸 제일 좋아했었어요. 골키퍼 역할이 재미있어서 골대 앞에서 혼자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웃음) 보통 골키퍼는 비중도 적고 주목을 못 받다 보니까 부모님도 골키퍼는 하지 말라면서 반대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땐 1년 동안 엄마를 속이면서 몰래 골키퍼를 하기도 했어요. 공격수들이 골을 넣으면 희열을 느끼듯이 골키퍼도 하나를 막을 때마다 그런 희열을 느끼거든요. 그런 감정이 동네에서 축구를 할 때부터 느껴졌었나 봐요. (웃음)”
대화를 나눌수록 골키퍼라는 포지션에 대해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던 조수혁 선수, 그는 가장 닮고 싶은 골키퍼 선수로는 서울에서 함께 생활하던 김병지 선수와 김용대 선수를 꼽았다. “(김)병지 삼촌은 맥주를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으실 정도로 몸 관리가 철저하시거든요. 이 때문에 몸 관리 면에서는 (김)병지 삼촌을 닮고 싶어요. 그리고 플레이 면에서는 (김)용대 형을 닮고 싶은데, 서울에 있었을 때 (김)용대 형에게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비벽을 세울 때 각도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등 하나하나 다 말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옆에서 많이 보고 듣고 따라 했었죠.”
가장 즐겁게 축구를 했었던 학창시절
골키퍼는 타 포지션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포지션의 특성상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곱절로 몰려올 수밖에 없다. “골키퍼는 체력적으로는 힘이 덜 드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그라운드에서 많이 뛰면서 체력소모를 하는 포지션은 아니지만, 항상 집중해야 하고 한 번의 실수가 큰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 때문에 항상 압박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사실 골키퍼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몰랐었는데,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에서 일본과 준결승전을 할 때 승부차기로 아쉽게 패했었거든요. 그때 활동량이 많지 않은 골키퍼임에도 한 경기 만에 3킬로가 빠지고 다음날 몸살도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아, 골키퍼가 정신적인 부분이 참 힘든 포지션이구나.’하고 느꼈었죠.”
이처럼 청소년대표로도 활약하며 골키퍼로서 승승장구하던 학창시절이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그때 생각이 제일 많이 나는 거 같아요. 가장 축구를 재밌게 했을 때였어요.”라며 잠시 추억에 잠긴 그는 그동안 치른 경기 중 가장 만족할만한 경기로 중학교 때 치렀던 나이키배 세계대회를 꼽았다. 나이키배 세계대회는 전국 16개 팀 중 우승팀이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이며, 이때 우승팀이 참가팀의 선수 중에서 5명을 추가로 뽑아 갈 수 있다. “저희 때는 광양제철중학교가 우승을 했는데, 그때 골키퍼 포지션이 좀 약하다면서 저를 추가로 뽑아주셨거든요. 포르투갈에서 세계대회를 치렀었는데 저희가 4위를 했었어요. 저는 총 8경기 중에서 7경기를 뛰었고, 7경기에서 2실점을 하는 등 개인적으로 참 뿌듯했던 대회였어요. (웃음)”
조급해하지 않는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 조수혁!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조수혁이 인천으로 이적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비록 아직은 인천 팬들이 경기장에서 그의 플레이를 확인해볼 기회가 없었지만, 그에게 포기란 단어는 없다. “예전부터 힘들 때마다 포기하지 말자라는 문구를 떠올리면서 저 자신을 다독였어요. 누가 봐도 현재 (권)정혁이 형이 그라운드에서 잘해주고 있잖아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웃음) 아직은 (권)정혁이 형이나 김현태 선생님께 제가 부족한 부분을 더 배우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프로선수로서 출전기회가 적다는 것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 탓에 얼굴에 그늘이 져 있을 법도 한데, 조수혁은 인터뷰 내내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밝은 선수였다. 특히 프로 6년 차로서 아직 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속상해하고 의기소침해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여유가 있어 보였다. 처음 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될 때 기분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만약에 제가 어렸을 때 그런 경험을 했었다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고 그랬을 텐데, 지금은 시간도 꽤 흘렀으니까 마치 그냥 연습경기를 뛰는 기분과 똑같을 거 같아요. (웃음) 비록 아직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권)정혁이 형에게 배우는 자세로 차근차근 발전해가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힐러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역습상황에서 올려주는 킥과 미리 나가서 스위퍼 역할을 하는 부분은 장점인 것 같다고 밝힌 그는 자신감을 가장 부족한 부분으로 꼽았다. “축구선수로서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하다 보니까 자신감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운동할 때 컨디션이 좋더라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잠시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내 다시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본인을 ‘힐러’라고 표현했다. “제가 딱 팀에 있으면 그 팀은 진짜 잘 되는 것 같아요. 서울에 있었을 때도 우승 2번에 준우승 1번을 했었고, 지금 인천도 그렇고요. (웃음) 그리고 게다가 주위에 있는 형들도 잘되더라고요. (안)재준이 형이 특히 ‘네가 있는 팀은 다 잘 된다고.’ 그런 말을 가장 많이 해요. 주위를 치료해주는 힐러 역할을 하나 봐요. (웃음)”
또한 조수혁의 ‘힐링 본능’은 올해의 목표를 묻는 말에도 빛을 발했다. “올해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는 음…. 제 주위 사람들을 대표팀에 많이 나갈 수 있게 돕는 거요. 제 주위 사람들이 잘되는 게 올해 제 목표에요. (웃음)” 인터뷰를 하면서 개인적인 목표와 관련된 질문에 이러한 대답을 한 선수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물론 속내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자신만의 고충이 자리하고 있겠지만, 본인의 스트레스를 이렇게 유쾌하게 승화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좌우명으로 밝힌 ‘포기하지 말자’란 문구를 정말 잘 실천할 선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그의 유쾌함을 하루빨리 그라운드 위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제가 이적해온 이후에 인천 팬 여러분께 아직 제 플레이를 보여 드리지 못했는데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그래도 (권)정혁이 형이 워낙 잘해주고 계시니까 전 그 뒤에서 항상 든든하게 (권)정혁이 형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웃음) 또 언젠가 경기에 출전하게 되면 그때는 반드시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드릴 테니 그때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
마지막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기자단 페이스북에 조수혁 선수 인터뷰 관련 질문을 남겨주신 ‘변정원, 성의주, 조아람, 이동규, Dc.Shin, 김수경, 이나경’님께 감사드립니다.^^
글-사진= 유지선 UTD기자(jisun228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