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기자단이 만나러 갑니다’ 마지막 주인공은 경상북도 포항시에 사시는 송현배님입니다. 기사는 송현배님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1인칭 시점’에서 구성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경북 포항에 사는 송현배입니다. 현재 토목설계 분야 포항공대 석사과정 중에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인천 붉은악마 인연이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어져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부모님의 일로 인해 인천으로 이사했고, 고등학교 때까지 쭉 살았습니다. 대학교를 서울로 가면서 인천을 떠났죠.
2003년에 취직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신없이 살던 중 여가생활을 즐기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때마침 인천 붉은악마와 인연이 닿으면서 인천을 응원하게 됐습니다. 그때가 2006년입니다. 당시 저는 성남에 살고 있던 터라 성남일화를 응원할까도 생각했지만 인천은 제게 ‘제2의 고향’이고 또 시민구단이라는 점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처음 경기장 갔을 때 내가 어색했던 이유…나중에는 고개 ‘끄덕’이게 돼
저는 소모임 ‘ICFC’ 회원입니다. 경기장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당시 저는 골대 뒤 관중석의 앉는 구역을 소모임별로 구분한 것이 어색했습니다. 인천을 응원하러 왔는데 왜 저렇게 분리되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 거죠. 나중에는 ‘미추홀 보이즈’라는 이름 아래 각자의 색깔을 내면서 팬의 다양성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ICFC가 추구하는 건 남미의 ‘인차(incha)’ 문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플래그와 통천 등을 이용한 시각적 강화를 모티브로 삼습니다. 다만 평균 연령이 높습니다(웃음). 그래도 나중에 회원들끼리 자녀를 데리고 와서 응원하면 가족적인 문화가 형성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에두 침사건’ 수원전 마음 아파…방승환의 눈빛에서는 ‘억울함’ 보여
수원전(2007년 9월22일)만 떠올리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날 에두와 임중용 선수의 ‘침사건’이 있었습니다. 수원전이 인천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였고,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런 일이 터져버렸죠.
때마침 저희 누나 가족과 부모님 등이 모두 오셔서 경기를 보셨습니다. 그런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니 참 곤혹스럽더군요. 부모님께서 저처럼 인천에 감정이입을 하고 경기를 보지는 않으셔서 별말씀은 없으셨지만 초대한 저로서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하나 더 안타까운 경기가 있다면 역시 같은해 있었던 전남과의 FA컵 준결승전입니다. 당시 방승환 선수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1년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죠. 억울함을 호소하던 방승환 선수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방승환 선수의 눈빛에는 ‘이게 우리 인천의 현실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는 듯했습니다.
팬은 ‘3박자’ 중 하나…K리그는 ‘지역밀착 마케팅’이 중요해
팬은 ‘3박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박자’는 ‘구단 운영주체’ ‘선수’ ‘팬’을 뜻합니다. 팬이 없다면 구단이나 선수의 존재 의미도 없지 않을까요. 사실 뭐가 먼저라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K리그를 비하하는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는 ‘직접 안 봐서 재미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반적인 축구행정 인프라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경기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중계와 같은 노출 빈도가 낮으면 결국 K리그는 재미없다는 인식을 줄 수밖에 없거든요.
국가대표 경기는 TV에서 해주지만 프로축구를 보려면 인터넷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야구와 비교하게 되는 게 바로 이건데요. 야구는 공수교대 시 광고가 들어가지만 축구는 15분 하프타임밖에 없습니다. 결국 스포츠에 돈의 논리가 작용하는 거죠.
그래서 생각하건대 축구는 ‘지역밀착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내 팀’이라는 생각이 들면 경기의 재미는 나중 문제가 됩니다. ‘오늘 우리 팀 경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경기가 재미있든 없든 일단 경기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인천에 어떤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힌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안 그러네요(웃음). 설기현이나 이천수, 김남일만 이야기해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니까요. 예전에 선수 이름을 댈 수 없을 때는 주로 ‘인천은 유명 선수가 없어도 모두가 뭉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내 등에는 ‘사나이갑빠’가 있어…요즘 어깨가 ‘으쓱’한 이유?
제가 가진 레플리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쓰는 닉네임 ‘사나이갑빠’로 마킹되어 있습니다. 인천팬에게 선수들을 떠나보내는 건 그리 어색하지 않습니다. 결국 어떤 해의 시즌이 좋아도 인천팬들 머릿속에는 ‘다음 시즌에 그 선수가 남느냐 떠나느냐’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래서 저도 레플리카에 마킹할 때는 선수이름보다 제 닉네임과 등번호 12번을 새깁니다. 이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제 주변에도 타 구단 팬들이 많이 계십니다. 포항팬도 계시고 울산팬도 계시고요.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K리그 팬들은 자기 팀과 경기하지 않을 때는 다른 팀 팬에게 상당히 우호적입니다(웃음). 그러나 N석, S석에서 서로를 바라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죠.
특히 승패가 갈리면 만나기가 참 어색해집니다. 제일 나은 방법은 비기는 거지만(웃음), 사실 별로 좋은 일은 아니죠. 주로 시즌이 끝난 후에 모이는데 축구팬이라 그런지 주요 관심사도 ‘선수들의 이적’입니다.
재밌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그 해의 성적이 좋은 팀의 팬은 비시즌에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으쓱’해집니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의 팬은 입지가 은근히 좁아집니다. 저요? 요즘에는 저도 꽤 으쓱합니다(웃음).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는’ K리그의 매력…가족과 추억 쌓아 뿌듯
K리그의 매력은 아무래도 내가 보고 싶을 때 경기장에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내가 응원하는 팀과 하나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팀과 내가 함께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는 건 굉장히 짜릿합니다. 유럽축구가 아무리 재밌어도 그 나라에 가서 직접 보기는 힘들죠.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K리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축구’라는 운동의 가장 큰 매력은 ‘하나 된 팀’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회사생활을 하지만 조직의 리더가 조직원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집니다. 같은 선수를 갖고 감독의 능력에 따라 성적이 변하는 것도 축구를 보는 즐거움의 하나죠.
예전에는 주로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를 즐겼습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런 개인 운동을 했을 것 같습니다. 축구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경기장에서 가족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참 뿌듯합니다. 가끔 다른 지역으로 경기를 보러 갈 때는 주변 관광지도 들릅니다.
개인적으로 포항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호미곶에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물회’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울산은 고래박물관이 괜찮았습니다. 박물관에서 돌고래쇼도 하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얼빠’는 나쁘지 않다…결국 ‘축구팬’으로 남게 돼
선수가 좋아서 경기장에 오는 소위 ‘얼빠’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S석에 있는 사람, 선수가 좋아서 오는 사람 등 모두가 축구팬입니다. 그들을 보며 ‘쟤들은 축구 보러 오는 게 아니야’라고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축구 좋아하는 감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거니까요. 또 선수부터 좋아하는 건 일반적인 순서입니다. 좋아하는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했을 때 그 팬이 떠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선수’에서 ‘팀’을 좋아하게 됩니다.
‘얼빠’가 선수를 보는 건 맞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언젠가는 축구의 매력을 느껴서 경기장에 남을 거라 확신합니다. 사실 제 주변에도 과거 ‘얼빠’였던 분들이 계십니다. 결국 축구팬으로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팀’ 제외한 K리그 구단 머플러 보유…유니폼 관련 구단에 바라는 건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관련된 물품을 갖는 건 일종의 ‘자기만족’ 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인천뿐만 아니라 전 구단의 머플러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 두 팀은 제외합니다. 그 ‘두 팀’이 어디일지는 K리그 팬이라면 아실 거라 생각해서 자세한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머플러 같은 응원용품은 팀의 ‘정체성’입니다. 그런 상징을 하나씩 모으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만, 원정 가서 상대 팀 물품을 사는 게 약간 민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인터넷을 주로 이용합니다. 서울 유나이티드와 부천FC 1995, FC안양의 머플러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인천은 연도별로 머플러가 다 있고요.
제가 유니폼을 모을 때마다 아내는 ‘다 비슷한데 왜 사느냐’고 말을 합니다. 저는 알지만 아내가 보기에는 그 유니폼이 그 유니폼이거든요(웃음). 그런데 팬들 입장에서는 유니폼 재질, 그 해의 유니폼 의미 등이 모두 다르죠.
구단도 팬들이 기분 좋게 주머니를 열도록 상품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트랙탑 세트가 팬들에게 굉장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디 나갈 때 입어도 어색하지 않거든요. 팬들이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 구단이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참, 유니폼과 관련해서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선수’와 ‘일반인’의 체형은 다르다는 겁니다(웃음).
타지역 인천팬들 ‘파이팅’…인천은 어디서라도 응원할 가치 있어
타지에서 인천을 응원하는 팬들은 두 가지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하나는 원래 인천에서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천의 매력을 느껴서 타지에서 응원하게 되는 거죠.
처음 축구를 보는 분들에게는 그 지역의 팀을 응원하시기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K리그의 매력은 내가 보고 싶을 때 경기장에 갈 수 있다는 거거든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2주마다 집 근처에서 열리는 건 굉장한 행운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제2의 고향’ 등 다른 명분이 있어서 타 지역팀을 응원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에 살아도 내 팀 경기를 보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만약 K리그 팀이 있는 지역에 사신다면 우리(타지의 인천팬)는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홈경기’를 본다는 점과 멀어야 ‘400km’ 안에 우리 팀이 있다는 점 등의 말씀으로 격려하고 싶습니다. 인천은 어디에서 응원하더라도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승부조작’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아챔 가는 날 ‘연차’ 낼 것
재작년에 몰아친 ‘승부조작’과 같은 문제가 다시는 없어야겠습니다. 인천에서도 일부 선수가 개입되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는 인천뿐 아니라 K리그 전체적으로 근절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인천’이라는 이름 아래 뛰는 선수들에게는 팀을 위하는 길이 결국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면 경기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팬들도 감동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부상당하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감독님,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해 감독대행 시절 온갖 고초를 잘 견디시고 팀을 잘 이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도민구단으로서 유일하게 상위스플릿에 올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라는 희망도 품게 해주셨고요(인터뷰 일시는 10월12일).
인천이 아챔에 나가는 날, 저도 회사에 ‘중동 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떵떵 소리치며 연차를 내는 날을 상상합니다. 물론 저뿐만 아니라 인천팬 모두의 꿈이 아닐까요.
구단과 팬이 머리 맞댔으면…홈경기가 ‘축제의 장’ 되는 날 오기를
인천의 ‘미들스타리그’는 굉장히 좋은 지역밀착형 마케팅이라고 봅니다. 미들스타리그를 경험한 학생들이 경기장을 방문하면서 인천팬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합니다. 지속해서 인천팬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경로이기도 합니다.
구단과 팬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을 때 인천의 ‘뿌리’가 굳게 박힐 수 있습니다. 인천 홈경기가 있는 날, 시 전체가 파검의 유니폼으로 넘실댔으면 좋겠습니다. 인천 경기가 팬들에게 ‘축제의 장’이 되는 거죠.
인천시민들도 조기축구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대회를 인천 유나이티드가 주최하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그런 게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큰 영향을 주거든요.
‘주주명판’ 설치도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어도 명판이 공개됐을 때 많은 분이 서로 자기 이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걸 봤거든요. 다만, 올 시즌 개막전 E석 관중 동원이나 지난해 개막전 티켓팅과 같은 문제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되겠죠. 팬들이 등 돌릴 빌미를 굳이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글-구성=김동환 UTD기자(@KIMCHARITO)
사진=송현배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