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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Utd에 대한 소고(허정무 감독님에게 드리는 한 인천 팬의 넋두리)

22879 응원마당 유준희 2010-10-11 683
안녕하세요 인천유나이티드를 지난 2007년부터 사랑하기 시작한 팬입니다. 2006년까지만해도 저는 "k리그 그딴거 왜 봐? 개나 줘버려. 국대가 짱이야"라고 생각했던 무뇌충이었습니다. 사실 인천에 프로팀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요. 인천에 팀이 있다는걸 알게 된 때는 이동국 선수가 혼자서 자빠지면서 무릎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다는 뉴스를 통해서였습니다. 그정도로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가 우연찮게 우리 인천팀의 영화 비상을 시청한 이후 우리팀의 승부에 대한 열정과 팀을 위한 희생, 그리고 팬들을 향한 애정을 느끼면서 저도 그 일부가 되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2007년부터 홈경기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사실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처럼 우수한 기량의 선수들의 경기를 보다가 k리그를 보려니 지루했습니다. 게다가 인천은 중하위권의 팀이니 오죽하겠습니까? 몸은 경기장에 왔지만 머릿속은 달나라에 가 있고 좀이 쑤셔서 중간중간 담배 피우러 나가고, 자세가 안 돼 있었죠. 그래도 맘에 들었던 것이 영화에서 봤던 팀에 대한 고정관념이 확실히 박혀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질 때 지더라도 물고 늘어지다가 지는 끈적끈적한 팀플레이를 보여주었기에 제 정서와 너무 맞아떨어져서 승패와 상관없이 맘에 들어 원정은 못가도 홈경기는 어김없이 찾았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우리 인천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2007년 8월 15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맞는지 확실하진 않네요.) 전남과의 홈경기가 있던 날(당시 감독님은 허정무 감독님이었죠^^)이었는데 전반 초반에 전남이 득점에 성공한 이후 걸어잠그기가 들어가더군요. 그때 감독님 되게 욕했습니다. 서울이나 울산, 수원처럼 강팀도 아닌 만만한 인천 한 번 이겨보겠다고 게임 종료 몇분 남긴 것도 아닌 전반부터 저런 플레이를 하면 어느 누가 k리그 보러 오겠냐구요. 인천에서도 확실한 실마리를 풀어갈만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채 어영부영 종료를 몇 분 남겨놓은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골과 데얀의 역전골로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짐을 했습니다. 인천을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노라고.(반대로 재미없는 축구의 대명사 전남을 죽을때까지 혐오하겠다고....). 그렇게 1년간 우리 팀의 경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다가 유학을 가게 되어 2년간 우리 팀의 경기를 볼 수는 없었지만 얼마 나오지도 않는 뉴스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비록 상위팀이 되지도 못하고 그 흔한 리그컵이나 fa컵 한번 못 잡아 본 팀이지만 돈이 없어 좋은 기량의 선수를 팬들을 뒤로 한 채 돈 좀 있는 구단에 보내야 하는 설움이 있지만 그것도 팀의 명맥이 이어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도임을 이해하기에 애써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응원하면서 팀에 대한 사랑을 이어 갔습니다. 어느덧 2년이 지나고 올해부터 다시 경기장을 찾았는데 팀 분위기가 사뭇 바뀌었더군요. 역시 팀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대단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짠물축구라고 수비를 공고히 하고 역습을 이어가는 약팀의 전형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던 우리 팀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달려들어 물어뜯어 버릴 듯한 플레이를 하면서 다소 실점은 많아질 지언정 보다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해서 너무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감독님의 빈자리가 너무 컸던가요. 팀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기전에 안쓰럽고 슬프더군요. 중원에서의 단단한 조직력으로 승부를 보던 우리팀이 미드필더들의 플레이가 실종된 채 뻥축구를 구사하는데 미치겠더라구요. 시즌 초반에 올해는 6강플레이오프와 아챔 진출하는건 아닌게 설레발도 쳤지만 결과를 떠나서 우리의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했는데 그런 모습이 실종되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우울의 연속 속에서 낭보가 날아왔죠. 바로 허정무 감독님께서 우리 팀에 부임하실거라는 기사에 저는 사실 기뻤습니다. 뭐 팬존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시면 우려와 희망 섞인 여러 글들을 통해 감독님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의 여론이 형성됐었지만 그래도 국대 감독님이 지명도나 기량이나 규모 면이나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우리 팀을 맡게 된다면 부정적인 몇가지는 차치하더라도 긍정적인 점이 너무나 많기에 적극 찬성하는 쪽이었습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k리그에서 제일 재미없는 경기를 하는 팀에 감독, 진돗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외곬수인 한마디로 "별로"인 감독님이었지만 국대 경기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달라지고 발전하는 국대팀과 감독님을 보면서 저런 사람이 감독을 하면 확실하게 이기지는 못해도 쉽게 지지는 않는 팀이 되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팀도 다시 끈적끈적하고 누구도 쉽게 다가설수 없는 그런 팀이 될 수 있을거란 강한 믿음을 감독님께서 주셨습니다. 감독님께서 오신 이후 우리 팀의 성적은 2승 3무 1패. 상당히 좋은 성적입니다. 선수들의 역량이나 팀의 지원을 놓고 보면 역시 감독님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시즌 처음부터 감독님이 계셨다면 수치상으로 봤을때 6강이내에 들었을거라고 확신할 정도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첫경기부터 확연히 달라진 우리 팀을 보여주셨으니까요.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압도적인 경기내용으로 앞으로의 가능성과 기대를 높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 감독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벌써부터 팬존에 감독님에 대한 안좋은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네요. 무승부제조기라고 인터넷 상에서 실례스럽지만 감독님의 별명은 허접무입니다. 그런데 어제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다보니 인터넷 워리어들이 들고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역시 몇몇 글이 올라와 있더라구요. 저희들은 인내심도 부족하고 축구에 대해 아는것도 미천한 무지렁이다보니 한경기 한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냄비근성을 버릴 수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우리팀이 지는데 비기는데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들끓는 족속들은 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치부하셔도 좋은 부류기에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우리 팀의 경기에서의 질적인 부분에 있습니다. 지난 서울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를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걸어잠그기'입니다. 선취득점이나 역전골에 의한 리드를 이어나가면 어김없이 2007년에 제가 욕했던 전남의 플레이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리드를 이어가는 팀이 수비를 공고히 하면서 상대팀의 넓어지는 간격이나 허술해진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역습을 노리는 것이 정석플레이임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원수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전북이나 서울처럼 스쿼드가 여유롭고 좋은 기량의 선수를 다수 보유한 팀을 상대로 했을때 나올법 한 플레이를 만만한 팀들에게까지 하면서 성적지상주의의 잣대를 들이미는건 아닌가 걱정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광주나 대전처럼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에게 선취득점 이후 수비축구를 구사하면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므로써 무승부가 나왔다고 여겨집니다.(대구전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플레이가 있지만 승리했기에 제외합니다.) 결과 이거 참 중요합니다. 이기면 참 좋죠.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그런데 과정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시작 1분만에 득점해서 수비만 계속하면서 지루한 플레이를 보이다가 1대 0으로 이긴 경기와 무승부나 패배를 할지언정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 경기 중에 팬은 어떤 걸 선택할까요? 진정한 팬이라면 아마 후자를 택할 것입니다. 팬들을 위한 플레이, 선수 자신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임하다보면 결과는 언젠가는 좋게 나올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느 누가 우리 팀이 창단 2년만에 리그 통합 1위(승점)를 하리라 생각했겠습니까? 팀 재정도나 스쿼드 안좋았지만 정신력으로 팀웍으로 이루어낸 결과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상황을 보면 그때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올해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기위해 오신게 아니라는거 압니다. 그렇다면 말씀대로 변화되고 발전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여져야 하는데 실망스런 모습이 살짝보여 진심으로 걱정되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다보면 이런상황들이 연출됩니다. 처음 왔거나 몇번 와보지도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 팀의 경기를 보면서 '저게 뭐야, 재미없어, 지루해, 역시 허접무야'. 이런 얘기가 들리면 정말 짜증나고 화가 납니다. 어떤 상황인지 이해는 가지만 상황이야 어찌했던간에 팀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 찾아온 손님이 맛도 별로고 인테리어도 별로면서 서비스도 개판이라고 손님이 진상을 부린다면 무조건 손님의 잘못이라고 해야할까요? 선수층이 얇아 수비수 몇명의 공백으로 인해 갈팡질팡하는 수비진의 모습, 마땅히 활용할만 한 카드가 없다보니 교체를 해도 티가 안나는 미드필더들의 모습, 그나마 남준재 선수의 존재로 공격진에서의 운용은 조금 낫지만 전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것은 감독님의 전술이라고 믿습니다. 가게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고 메뉴도 단 하나뿐인데다 서비스도 뭐 별거 없지만 맛 하나는 죽여주는 음식점이 정말 잘 되듯, 스타플레이어도 별로 없고, 구단의 서비스도 별로에다가 기대할 수 있는 팀 성적도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팀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찾아주는 팬들이 '이야, 졌지만 참 재미있었어. 다음번에 이길 수 있을거야'라는 희망찬 말을 하면서 경기장을 떠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허정무 감독님의 유쾌한 도전이 비록 결과가 유쾌하지는 못할지언정 과정은 정말 유쾌한 도전이 되길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간절히 바라면서 팀을 사랑하고 감독님을 존경하는 마음에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횡설수설하면서 짧은 견해를 드렸습니다.

댓글

  • 남윤석님 말씀처럼 저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체력의 문제인지 팀 내부의 알려지지 않은 뭔가가 있는건지 예전의 우리 팀만의 끈적끈적함이 실종됐다는게 유감이라는거구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발전할거라는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인유 홧팅입니다!!!
    유준희 2010-10-14

  • 국대감독전의 허감독님하고 지금의 허감독님하고는 전혀 다른 감독님같다는 생각을 하게되는데 전 내년부턴 무언가 보여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숭의경기장으로 옮겨선 꽉꽉차는 경기장의 모습을 볼수있을테니까 우리모두 애정을 갖고 지켜봅시다
    남윤석 2010-10-13

  • 허감독님이 오시고나서 달라진것이있는데요 잘 살펴보시면 골키퍼가 볼을 잡았을경우 발로 차기보다는 가까운데잇는 수비수에게 연결한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부상으로 넘어졌을경우에도 바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경기의 스피드를 위해서 뻥축구보다는 빠른 패스로 돌파하는게 달라졌구요 다만 후반전에 전반에비해 활동량이 많다보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있구요
    남윤석 2010-10-13

  • 감독님이 안 보시더라도 구단에서 보고 말씀해 주시겠죠. 글 잘 읽었습니다.
    원성현 2010-10-12

  • 전 지루하고 재미없을지언정 1:0으로라도 이겼으면 하는데..;;; 이런저런 고민할꺼 없이.. 재밌게 이기는 인천이 되면 되겠네요..!! 감독님과 선수들 화이팅!!
    박무웅 2010-10-12

  • 유준희님의 글이 나의팀에 대한 애정이 순수하게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읽는내내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ㅎㅎ 경기장에서 같이 인천의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같이 지켜보아요 !
    한용덕 2010-10-11

  • 감독님은 안보시겠죠? 그래도 괜찮아요. 마음 속에 있던 말 뿜어내니깐 한결 낫네요.에휴^^
    유준희 201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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