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D기자단=인천] 1년 전, 강등이라는 상황 속 미안함에 눈물짓던 이명주가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승격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진 순간이었다.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 경남FC와의 홈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인천은 잔여 경기와 관계 없이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명주는 “시즌 내내 이날만 기다리면서 지내왔는데 이렇게 현실로 다가오니 너무 기쁘다. 너무 기쁜데, 잘 모르겠다. 아직 실감은 안 난다. 남은 경기가 있어서 그런지 실감이 나진 않지만 기분은 너무 좋고 마음이 홀가분하다. 마음 속에 있던 무언가 나간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윤정환 감독은 고마운 선수 중 한 명으로 이명주를 뽑았다. 주장으로서 리더 역할을 잘해주고 분위기를 잘 잡아주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명주는 “솔직히 이 말은 아직 아무한테도 못 했는데, 작년에 주장을 맡으면서 강등을 당하니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상처가 많이 됐다. 올해도 주장을 해야 하나 내가 역량이 부족한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다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우선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저의 자존심을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윤정환 감독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올 시즌 조기 우승을 확정지으며 승격이라는 영광을 품에 안았지만, 1년 전까지는 강등 주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 경기 대구까지 원정을 온 팬들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아냈던 이명주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승격 주장이 되며 명예 회복을 했다. 그는 “작년에 강등을 겪으면서 주장으로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그래도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김)도혁이나 (이)주용이가 올 시즌 다시 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특히 (김)도혁이가 옆에서 "형 다시 명예 회복 해야지" 이런 말도 시즌 들어가기 전에 해주면서 '그래 한번 해보자. 뭐가 어떻게 되든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감독님도 믿어주셨고, 선수들도 믿어주었기 때문에 승격을 하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소회를 밝혔다. 1년 전의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도 역시 “그냥 다시 명예 회복 하자. 한번 부딪혀 보자.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명주는 휘슬이 불리고 그라운드 위에서 눈물을 보였다. 파랑검정 앞에서 마이크를 잡으면서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묻자 이명주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교체되자마자 울었다. 앉아있으니까 계속 눈물이 났다. 코칭스태프와 포옹하면서도 울었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많이 울어버려서 팬들한테 인사를 할 때는 오히려 눈물은 안 나고 감정을 가라앉힌 상태에서 이야기했다. 그래도 말하다가 또 울 것 같아서 간단하게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만 전하고 끝냈다”고 말했다. 눈물의 의미에 대해 이명주는 “한 해 동안 고생했던 것들도 떠오르고, 승격으로 위로도 받으니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 밝혔다.
인천은 후반 15분 바로우의 세 번째 득점이 터지며 일찌감치 3-0으로 우위를 잡았다. 남은 시간 내내 점수를 지켜냈고, 심판의 종료 휘슬 끝에 마침내 승격이 확정됐다. 그 순간, 이명주는 ‘이제 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휘슬이 불리자마자) 됐다. 이제 약속 지켰다. 그런 감정이 들었다. 승격이라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는데 그 약속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강등이라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1년만에 우승하기까지 주장 이명주에게 가장 고마운 선수는 누굴까. 이명주는 한 명을 뽑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모든 선수에게 고맙다. 올해 팀을 같이 잘 이끌어 준 부주장들에게도 고맙고, 최고참 (신)진호 형도 너무 고맙다. 정말 (신)진호 형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버티지 못 했을 것 같다. 옆에서 항상 지켜줬기 때문에 고참으로서 같이 버틸 수 있었던 것 같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정말 고맙다. 솔선수범하고 항상 팀을 먼저 걱정해준다. 이런 외국인 선수들이 정말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우승과 승격에 대한 본인의 지분에 대해 묻자 이명주는 “너무 많은 사람이 노력해서 내 지분이 얼마 될지 모르겠다. 한 1% 될까 싶다”며 웃었다.
인천 서포터즈 파랑검정은 평소에도 큰 목소리로 응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승리 시 우승과 승격을 확정 짓는 만큼 경기 내내 그 목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이명주는 “사실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응원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킥오프하는 순간부터 크게 들렸다. 그만큼 팬들도 이 순간을 원했던 것 같다. 그걸 경기장에서 전달받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오늘도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개막 때부터 좋은 흐름을 가져온 인천이지만, 전지훈련 때부터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이명주는 윤정환 감독의 축구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빠른 적응과 함께 팀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이명주는 “사실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다른 건 정말 이유를 모르겠고, 한 가지 확실한 건 코칭스태프의 힘이다. 사실 동계 때까지는 긴가민가했다. 코치님들이 계속 좋다, 늘고 있고, 매일매일 발전하고 있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진짜 발전하고 있는 건지,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확신이 없었다. 바로우 선수도 늦게 합류하면서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개막 후 두 경기를 이긴 후에 선수들에 맞게끔 포지션을 잡아주셨다. 원래 동계 때는 제르소가 안에서 플레이했는데 두 경기가 끝나니 제르소를 좀 더 벌리고, 김명순을 안으로 좁히는 식으로 선수들에게 맞는 포지션을 찾아주셨다. 그때부터 정말 자신감도 차고, 선수들도 플레이가 점점 좋아지면서 시즌 초반에 좋은 분위기로 이어갈 수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코칭스태프의 힘이 정말 컸던 것 같다”며 코치진에게 공을 돌렸다.
인천은 K리그2에서 우위를 잡으며 많은 승리를 거두고 조기 우승까지 확정했다. 스포츠의 목적은 승리인 만큼, 올 시즌 인천의 모든 구성원은 ‘재밌는 시즌’이라고 평했다. 선수인 이명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재밌었다. 무엇보다 항상 긍정적이고 좋은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게끔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모두 하나 된 생각으로 힘든 날에도 계속 으쌰으쌰 하면서 힘을 냈다. 솔직히 많이 부족했고 긴장감과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즐겁게 1년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세리머니는 마지막 경기인 충북청주와의 홈 경기에서 예정되어 있다.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들어야 하는 이명주다. 구상하는 그림이 있는지 묻자 “이제 한 3주 남았는데, 그동안 영상도 찾아보고 계속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시뮬레이션도 돌려봐야겠다”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글 = 성의주 UTD기자(sung.euju.shin@gmail.com)
사진 = 이다솜 UTD기자, 남궁경상 UTD기자저작권자 – 인천UTD기자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