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3월31일 어느 인천 유나이티드 팬의 일기

566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최하나 2013-04-03 1609

2013.03.31                                            인천 유나이티드 1-2 대전 시티즌

 

어제는 특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옷도 안 갈아입고 씻지도 않고 이어폰까지 꼽고 컴퓨터로 인터넷 축구방송을 듣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개드립에 실실 웃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더니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엄마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망. 했. 다.’

 

우리 엄마는 같은 말을 적어도 세 번은 반복하신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문장으로 완결되는 법이 없다.

“밥. 밥. 밥.”

이 말은 식탁위에 차려놓았으니 얼른 와서 먹으라는 이야기다.

“손. 손. 손.”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제일 먼저 손부터 씻으라는 우리 엄마.

엄마의 샐쭉해진 눈초리를 보아하니 이미 세 번도 넘게 나를 불렀지만 내가 이어폰을 꼽고 있어 못 들었음이 분명하다. 불길한 나머지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번졌다.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나의 방어기제.

 

“아들. 뭐해?”

엄마가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화가 났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대꾸를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질문으로 역습해야 한다.

“엄마, 나 불렀어?”

엄마는 대답 대신에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이건 통역관 없이 브라질 용병 말을 알아듣는 것보다 더 어렵다. 플랜 A와 B중에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엄마, 있잖아. 내가 오다가 요기 가게에 걸린 빨간 원피스를 봤는데 엄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엄마 77입지?”

엄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망했다. 66이라고 할 껄 그랬나? 그럼 플랜B.’

“엄마 오늘도 바빴지? 내가 어깨 주물러줄까요?”

나는 후다닥 일어나 어색하게 존댓말을 써보지만 엄마는 미동도 없다.

 

“아들 새우깡 사왔어?”

“새우깡? 무슨 새우깡?”

“문자.”

그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엄마가 나에게 퇴근길에 과자를 사오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었다.

“언제 보냈어? 나 못 봤는데?”

얼른 가방을 뒤져 휴대폰을 꺼냈더니 메시지 하나가 와 있다.

“엄마, 미안 못 봤어. 오늘 바빠 가지고 정신없이 오느냐고 피곤하기도 하고......”

“너는 엄마가 부탁한 거 그 하나를 못 해주냐?”

“엄마, 미안. 지금 가서 사올까?”

“됐! 어! 사오지마! 너 사오면 갖다 버릴 거야!”

“......”

엄마가 나가자마다 3초 후에 들리는 엄청난 소리.

“쾅.”

 

이럴 때는 그냥 방에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 사실 엄마가 새우깡 때문에 저러는 건 절대 아니다. 분명히 아빠가 엄마의 신경을 건드렸겠지. 그리고 그 후폭풍은 항상 나에게 온다.

“에이 망했다.”

나는 그냥 침대에 누웠고 이내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이튿날 나는 아침을 먹으면서도 실실거렸다. 엄마가 밥도 안 차려줘서 라면을 먹었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어제 꾼 꿈 때문이다. 어제 나는 예쁜 여자 친구와 결혼하는 꿈을 꿨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장에서 결혼을 했다. 선수도 아닌데.

 

하객들은 축의금을 내는 대신 매표소에서 표를 샀다. 그리고 신랑신부 입장 대신 사회자가 시축을 하니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식이 끝나니 하객들은 뷔페대신에 오봉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도시락....... 그리고 나는 결혼식이 끝나고 경기장 대관료를 지불했다.

 

이 꿈 이야기를 친구한테 전화로 말 했더니

“야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으이그 누가 축덕 아니라고 할까봐. 야, 근데 그거 알아? 결혼은 혼자 하냐? 오히려 꿈이 낫네. 쯧쯧쯧.”

하지만 친구가 비아냥거리던 말 던 나는 꿈에서 ‘예쁜’ 여자친구와 ‘축구장’에서 ‘결혼’을 했다. 이 정도라면 오늘 홈경기에서 PK실축을 하거나 지더라도 기분이 그다지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 말이 씨가 될 줄 몰랐다. 아무튼 이 주 만에 있는 경기라 신이 나 2시간 먼저 숭의에 도착했다. 그리고 특근을 한 나의 지친 몸을 위해 W석을 끊었다.

“그래 돈 벌어 어디다 쓰냐.”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미리 앉아 싸온 치킨을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친구가 도착하기도 전에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대전과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전은 별 일 없었다. 한 골 뒤지기는 했어도. 성남 원정의 전반전과 비슷하게 흘러갔기에 후반에 두 골 넣고 이기지 않겠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가 있다면 친구가 전반전 내내 통화를 하는 바람에 둘이 보는데 혼자 보는 것 같이 외로웠다는 것과 S석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조용한 관중이었다.

 

‘후반전도 이렇게 봐야하나?’

김빠진 맥주를 입으로 먹었는데 코로 마셨는지 모를 상황. 그때 마침 친구가 급한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난단다. 그리고 나는 아주 쿨 하게 인사를 하고 S석으로 넘어갔다.

 

사람들은 말한다.

“S석은 골대 있어서 잘 안보이지 않아? E석이랑 같은 값인데 왜 거기 가서 봐?”

하지만 그건 축구의 묘미를 잘 모르는 사람 얘기다. 나는 2년 전에 친구와 아프리카에 간 적이 있다. 이제 사회생활하면 모든 게 끝이라며 시간 있을 때 미지의 대륙 한번 탐험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이주동안 긴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미지의 대륙이라고 하기에는 아프리카는 예상외로 너무 많이 도시화되어 있었다. 가는 곳마다 실망을 했지만 단 한군데, ‘빅토리아 폭포’만큼은 예외였다.

빅토리아 폭포를 밖에서 보면 웅장하고 거대하고 시끄럽고 무섭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바깥세상과 차단된 듯 오히려 고요함이 맴돌고 ‘물아일체’가 된 것만 같다. 내게 응원석은 그런 곳이다. 다른 자리에서 보면 경기를 더 잘 볼 수 있지만 S석에 들어서면 마치 내가 경기의 일부분인 것 같은 기분. 어쩔 때는 경기장에 뛰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이 날 우리는 잘 했지만 열심히 뛰었지만 경기내용은 좋았지만 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내 꿈 때문인 것 같아서 내 말이 씨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그 꿈을 친구한테 말하는 게 아니었어. 그 꿈을 꾸는 게 아니었어. 문자를 봤어야 했는데. 근데 엄마는 새우깡이 왜 하필 그 날 먹고 싶었을까?’

 

죄책감과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는 온갖 야근과 특근과 조기출근을 도맡아 하며 꿈을 꾸지 않기 위해 엄마의 새우깡을 피해 말이 씨가 되는 현실에서 도망 다니기로 했다. 다시는 인유가 지지 않기 위해서. 포항과의 원정경기가 치러질 때까지.

 

P.S 그리고 오늘 점심 (일기를 고쳐 쓰는 오늘은 4월3일이다) 나는 대출건을 의뢰하러 온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신분증을 받아드니 ‘안’씨였다. 안.재.홍 고객님. 오호라, 반가운 마음에 더 방긋방긋 미소를 띄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안재준 고객님, 죄송하지만 담보가 원하시는 대출금액보다 시세책정이 낮게 되어 조금 힘들 것 같은데 다른 담보설정은 힘드신가요?

“네? 안재준이요?”

네? (정적이 흐르고) 죄송합니다. 안재곤 고객님. 제가 잠깐 다른 분 이름하고 헷갈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안재준도 아니고 안재곤도 아니고 안재홍인데요.”

 

*본 내용은 팬의 가상일기로 사실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글 = 최하나 UTD기자(lastchristmas86@hanmail.net)

 

 

댓글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다음 UTD기자단 뉴스

인천UTD, 포항잡고 산뜻한 4월 첫 출발 알린다!

UTD기자 이상민 2013-04-05 1540

IUFC MATCH

NEXT HOME MATCH

인천

V

02월 28일 (토) 14:00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서울

NEXT MATCH

인천

V

02월 28일(토) 14:00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서울

LAST MATCH

인천

0:1

11월 23일(일) 14:00

충북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