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기자단이 만나러 갑니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일본 기후 현에 사시는 박예원님입니다. 기사는 박예원님께서 보내주신 글을 토대로 '1인칭 시점'에서 구성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본 지도 ‘정중앙’에 위치한 기후 현(岐阜縣)에서 3년째 생활 중인 박예원입니다. 제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중계화면 자막에 뜬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일곱 글자 월드컵으로 전국이 뜨거웠던 2010년 여름, 저는 고3이었어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그런 마음있죠? 수험생이었던 저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야자 중에도 교실 스크린에 화면을 띄워서 축구를 보곤 했습니다. 월드컵이 끝나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자선축구’ 대회에 유병수, 강수일 선수가 출전한 것을 봤어요. 그때 유병수 선수가 골을 넣고 세리머니로 강수일 선수 이마에 뽀뽀하는 게 무척 인상 깊었죠. 그런데 화면 자막에 소속팀이 ‘인천 유나이티드’라고 표시되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어요. ‘아, 내가 사는 지역에도 축구팀이 있구나’라고요. 경기가 보고 싶기는 한데 혼자 가기는 좀 그렇더라고요. 여기저기 인터넷을 찾아다니다가 서포터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죠. 이번에는 ‘언제 가야 하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허정무 감독님께서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 감독님 첫 경기에 맞춰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인천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슬아슬’ 영화 이벤트…제주도서 나를 맞이한 건 ‘비’ 딱 떠오르는 추억이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영화 이벤트’고 다른 하나는 ‘2012시즌 제주와의 개막전’이네요. 영화 이벤트는 제가 수능시험 보던 날 진행됐어요. 당시 저는 유학시험에 집중하던 때라 ‘수험생 아닌 수험생’ 신분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수능 끝내고 엉엉 울던 사이를 비집고 저는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선착순 20명만 받았던 거 같은데 제가 19번째였어요. 참 아슬아슬했죠. 저는 이재권 선수 옆에 앉아 영화를 봤어요. 다 끝나고 사인을 받으려고 하는데 가져간 유니폼을 꺼낼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다행히 같이 간 친구가 도와줘서 선수들한테 사인도 받았어요. 유병수 선수한테 사인 받는 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서 구단홈페이지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제주 원정이에요. 그때는 이미 유학 중이라 3월에만 잠깐 경기를 볼 수 있었는데요. 때마침 ‘제주 원정’이라는 점, 항상 후원해주던 해운회사가 배를 수리하느라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던 점 등 때문에 매우 좌절했죠. 2박3일 일정으로 친구들과 티켓을 끊으면서 ‘우리는 축구를 보러가는 게 아니야, 그냥 관광하러 가는 건데 축구를 보는 거지’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제주도에 갔더니 3일 내내 비라니요. 그래도 수학여행을 빼고는 친구들과 멀리 가본 적이 없어서 그냥 그 자체로 좋았어요.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윤기원 선수 보고 눈물이 ‘핑’…심장 ‘쫄깃’ 했던 서울원정 제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에 원정경기가 있었어요. 상대가 경남이었던 같은데 점수를 떠나서 지금까지 제 머릿속에 남은 건 윤기원 선수의 뒷모습이에요. 그때 두 번째 골을 허용한 윤기원 선수를 보고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서 펑펑 울었거든요. 그때는 나의 2011년 마지막 경기를 이렇게 지는 건가 싶어서 울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한 달 후에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나니 ‘내가 봤던 그 모습이 윤기원 선수의 마지막이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2013년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 제가 본 경기는 모두 무패였거든요. 최소한 비기더라고요.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는 아무래도 서울원정이죠. ‘이석현·디오고·문상윤’ 선수의 득점으로 멋지게 3대2 ‘펠레스코어’로 승리했으니까요. 정말 심장이 ‘쫄깃’ 했어요. 꿈을 위한 일본행…예쁜 일본인 친구 소개해 달라니요? 일본어 공부 중, 아무래도 ‘언어는 현지에서 배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 만화를 좋아해서 그쪽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오게 됐죠. 대학 생활 3년째니 앞으로 1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취업을 어디서 할지 정하지 않아 언제 한국에 돌아갈지는 모르겠어요. 참, 봄방학 때는 매번 들어가요.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펑펑 운 기억이 나네요. 제가 있던 소모임 ‘포세이돈’의 언니, 오빠들이 송별회도 해주셨고요. 우리 ‘포돈’ 식구들은 진지한 얘기 잘 못해요. 1년 만에 가도 ‘어? 왔네!’ 이러고 끝이네요. 일본 갈 때도 ‘잘 갔다 와라’ ‘지진 조심해라’ ‘예쁜 일본인 친구 있으면 소개해줘’ 등의 얘기밖에 못 들은 거 같네요. ‘이그노’ 찾던 일본인 친구…인천이 클럽월드컵 오는 날을 상상해 학교에 한국인이 저뿐이라는 게 참 아쉬워요. 그래서 K리그 이야기를 같이 할 사람이 없어요. 친구 중에 감바 오사카 팬인 아이가 있는데, 이근호 선수를 참 좋아해요. 지난 클럽월드컵 때 울산이 왔는데 저보고 ‘이그노’ 있냐고 자꾸 물어봤죠. ‘이근호’ 아니고 ‘이그노’요. 틈틈이 경기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주로 J2리그의 FC기후 홈경기 때 근무하는데, 가끔 나고야에 파견 가기도 해요. 그런데 아직 나고야 그램퍼스 홈경기는 근무한 적 없어요. 아, 재작년이랑 지난해에 클럽월드컵 아르바이트를 해봤어요. 재작년에는 전북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지는 바람에 일본에는 못 왔잖아요? 그때 제가 ‘지금 아르바이트하러 감. 알 사드한테 돌 던지고 오겠음’이라고 트위터에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글을 올렸죠. 지난해는 울산이 왔는데, 그때 울산팬이 경기장에서 홍염을 터뜨리는 바람에 주의시키느라고 제가 통역으로 불려 간 적도 있어요. 가끔 상상하는 게 있어요. 인천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클럽월드컵에 오는 날을요. 만약 그런 날이 오면 저는 회사에 이렇게 말하겠죠. ‘저 이번에는 아르바이트 못 할 거 같아요. 우리 팀 응원하러 가야 하거든요’ 내가 응원하는 팀은 ‘내 고향 팀’…상대방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여자애가 무슨 축구를 좋아하냐’ 같은 말은 들어본 적 없어요. 솔직히 인천 말고는 다른 K리그 팀을 잘 몰라서 유명한 선수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어요. 그저 ‘내가 응원하는 팀은 내 고향 팀’ 등의 말 정도네요. 온라인상에서 K리그를 비하하는 사람들이라... 싫어하는 건 자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그걸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해외축구가 낫다’ ‘국내축구가 낫다’ 등으로 싸우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응원하는 쪽을 높이려고 무작정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건 격하게 표현하면 ‘개념이 없다’고 생각해요. 유치할 뿐이에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든 해외축구든 국내축구든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팬은 없어서 안 되는 요소 중 하나…몸은 멀어도 마음은 안 멀어지게 팬은 구단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봐요. 자본, 선수, 코칭스태프, 인력, 팬 등 모두가 구단에 중요한 요소죠. 구체적으로 말하자니 조금 어렵네요. 그냥 지금까지 당연히 응원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 구단에 ‘어떤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2012년에 했던 ‘신인 선수 이름 맞히기’ 이벤트에서 받은 담요를 갖고 있어요. 올해 머플러는 시즌 초에 사서 집에 두고, 유니폼은 몇 달 전에 사서 일본 오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받았어요. 그런데 잘 못 입겠어요. 유니폼 받았을 때 한번 입기는 했는데 그냥 걸어놨어요. 밖에서는 못 입고, 집에서도 구겨질까 못 입겠어요. 머그컵이랑 텀블러, 열쇠고리, 경기장 배지도 다 있어요. 배지는 액자에 꽂아놨고, 열쇠고리는 뒷주머니에 넣고 다녀요. 주머니가 묵직해져요. 열쇠고리는 어쩐지 ‘부적’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항상 무의식적으로 조물거려요. 친구들한테 ‘이거 봐라’ ‘우리팀 엠블럼이다’ 등의 말을 하면서 자랑도 해요. 솔직히 여기서는 경기를 잘 못 보니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때는 항상 유니폼이나 머플러를 보며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어요. 열심히 뛰어줘서 고마운 선수들…타지 팬들 우리 같이 힘내요 항상 열심히 뛰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후회 없이 열심히 뛰는 모습, 지더라도 재밌는 경기를 바라고 있어요. 열심히 하면 거기에 따라오는 게 성적이니까요. 오로지 좋은 성적만 보고 달리는 건 선수들을 지치게 할 것 같아요. 중계 볼 때마다 미추홀보이즈 목소리를 들으면 저도 서포팅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져요. 수도권에 사시면서 경기장 오시는 분들 보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더 멀리 사시는 분들은 해외에 있는 저와 다를 게 없는 거 같아요. 가고 싶어도 자주 못 가고, 보고 싶어도 중계가 없으면... 우리 모두 힘내요.

시차는 없는데 격차가 있어서 경기 보기가 상당히 불편해요. ‘아프리카’ 같은 건 해외 거주자는 시청권을 따로 사야 해요. 포털사이트는 저작권 때문에 못 보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볼 때는 있어요. 컴퓨터로 경기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알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가끔 그렇게 하는데, 해설이 영어인지 무슨 나라말인지도 모르겠고요. 왜 우리팀 경기를 외국어로 들어야 하는지! 그럴 때마다 서러워서 얼른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만 드네요. 구단에 크게 바라는 점은 없어요. 올해 해주시는 것처럼 그 정도만 계속되어도 좋겠어요. 인천 파이팅! 글-구성 = 김동환 UTD기자(@KIMCHARITO) 사진=박예원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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