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작은 초등학교 축구부에 들어가 몇 개의 유스팀에 스카우트 제의까지 갔었던, 그러나 사정으로 축구를 접어야 했던 지극히 평범한 20대 한국사람입니다.
제 우상이었던 감독님의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과 희망의 마음을 담아 이 곳에 글을 남겨봅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그러했듯 저 역시도 2002월드컵 전 경기를 광화문에서, 집 앞 사거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k리그와 국가대표 선출이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는 갓 초등학교 축구부 시절, 폴란드전에서 중원을 누비던 선수는 단숨에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가 독기가 있어요. 끈질기고 다시 일어나서 골을 넣는데도 자기 팀에게는 양보합니다.'
별 것 아니겠지만 제가 있었던 축구부의 감독님이 어머니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하면서 말씀하셨던 장점입니다. '화려함과 기술'보다는 '헌신과 끈기' 쪽의 성향 탓인지, 해설이나 관중에게 특별히 눈에 띈 것은 아니었으나
다른 외모를 가진 낯선 선수들에게 중원에서의 돌파, 공을 뺏기면 다시 일어나 따라가는 모습, 억지없는 패스와 묵직한 한 방.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리더의 정석. "아빠 저 사람 이름이 뭐야??"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날 이후로 저에게 세상 최고의 축구선수는 유상철이었고 축구과는 상관이 없어진 20대의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는 않았었지만 한동안 인터넷에 '유상철'을 검색하는 일이 하루 일과에 추가됐었고, 침대 옆 붙여놓은 유상철 브로마이드와 함께 아침을 맞이했었네요.
사실 지금도 아버지와 만나면 최고의 축구선수가 유상철인지 홍명보인지에 대해 10분 토론이 일상입니다.
성인이 되고 친한 친구가 있어 가까운 인천의 감독이 됐다는 소식에 너무나 반가웠었고 얼마 전엔 친구와 삼산체육관에서 전자랜드경기 보며 '다음은 너네 축구팀이다' 하며 연고지는 아니지만 꼭 한 번 보러 가려던 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우상에 대한 기억들이 복잡하게 얽혀 두서없이 글이 길어졌네요
생전 연예인 개인사, 팬문화와 같은 소위 '남 일'에 관심없는 한 평범한 청년에게 유일하게 '연예인'이자 '우상'이었던 분. 본인 분야에서의 실력 이상으로 느껴지는 인품에 대한 한 사람으로서의 존경. 인천팀의 지주. 한국 축구의 영웅.
나와 당신의 모든 것을 담아 인천의 잔류와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가슴깊이 응원합니다
존경합니다.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