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렸다. 때문에 자신의 제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우상들과의 소중한 하루가 그저 즐겁고 행복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U-18 대건고등학교 수문장 김동헌의 이야기다.
김동헌은 U-15 광성중학교부터 현재의 U-18 대건고까지 인천의 유스 시스템을 차곡차곡 밟아 온 골키퍼 자원으로, 훗날 인천의 수문장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다. 무엇보다 ‘레전드’ 김이섭 코치가 직접 길러낸 걸작이라 팬들이 갖는 기대는 더욱 큰 상황이다.
인천 구단은 지난 17일 “U-18팀 골키퍼 김동헌이 프로 선수단 전지훈련에 합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의 배려 속 제주도로 건너간 김동헌이 18일 마침내 첫 훈련을 소화했다.
18일 오전. 인천 선수단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후에 연습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동헌 역시도 아침식사 후 방에 올라와 쉬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김동헌의 휴대폰에 우렁찬 전화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김이섭 코치였다.
김이섭 코치는 “오전에 골키퍼끼리 간단한 훈련을 진행할 테니 모두 준비해서 나오라”고 말했다. 김동헌은 그 즉시 올해로 프로 2년차에 돌입한 자신의 우상이자 고교 선배인 이태희와 함께 볼(Ball), 콘(Cone) 등 훈련에 필요한 기구들을 주섬주섬 챙겨 훈련장으로 향했다.
잠시 뒤 김이섭 코치와 인천의 골키퍼진이 모두 한 데 모였다. 훈련의 시작은 마트 털이 내기가 걸린 4대 1 볼 돌리기였다. 게임 결과, 안타깝게도 김동헌이 5관왕에 올랐다. 막내가 오자마자 지갑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야 말았다. 여기서 유 현이 구세주로 나섰다.
유현은 “고삐리(고등학생의 속된 말)가 무슨 돈이 있겠냐”며 골대 맞추기 게임을 제안했다. 그렇게 다시 즉흥적으로 골대 맞추기 게임이 진행했다. 최종 술래로는 조수혁이 당첨됐다.
가볍게 몸을 푼 골키퍼진은 곧바로 킥 훈련에 돌입했다. 2인 1조로 짝을 지어 짧은 패스, 긴 패스를 번갈아 주고 받았다. 김동헌은 인천의 ‘절대 수문장’ 유 현의 파트너로 나섰다.
이어서는 캐칭에 이은 연결 동작 훈련이 이뤄졌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안전히 잡은 뒤, 하프라인 양 사이드의 목적지점을 향해 재빨리 킥을 연결하는 연습을 무한 반복했다.
긴장감에 몸이 굳어 간혹 킥 실수가 나왔다. 깐깐한 선배였다면 답답함에 짜증을 냈을 법 했지만 유 현은 오히려 김동헌을 격려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했듯, 장래가 충만한 꿈나무가 자칫 위축이라도 될까봐 되레 자신감을 불어준 ‘베테랑’ 유현의 세심한 배려였다.
오후에 연습경기 일정이 잡혀있었기에 골키퍼진은 약 한 시간여의 짤막한 오전 훈련을 마치고 재빨리 숙소로 복귀했다. 숙소 방으로 돌아온 김동헌은 재빨리 샤워를 하고 점심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이내 13시 40분경 다시 연습경기 장소인 제주 효돈구장으로 향했다.
그는 골대 뒷켠에 서서 평소 동경했던 유 현의 워밍업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연성과 스피드가 엄청났고, 동물적인 감각이 눈에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신기해하는 김동헌을 향해 조수혁은 “(유)현이형이 워밍업이라 가볍게 하는 것이다. 경기 때는 몸놀림이 훨씬 더 빠르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김동헌은 멘붕(멘탈 붕괴)에 이르렀다.
잠시 뒤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벤치에 앉아서 전반전 경기를 지켜본 김동헌은 후반전이 시작될 즈음에 조수혁과 함께 터치라인 부근에 자리를 잡고 단둘이서 캐칭 훈련을 진행했다.
오전에 이은 두 번째 운동이었다. 부담감이 보다 덜어졌다. 김동헌은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조수혁과 함께 운동을 하며 김동헌은 다시 한 번 “역시 프로는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유 현과 마찬가지로 조수혁도 상당히 빠르고, 날렵하고, 유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창 땀을 흘리고 있던 김동헌 곁에 키 작은 남자가 한 명 다가왔다. ‘미스터 프라푸치노’ 김도혁이었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친화력을 지닌 김도혁은 특유의 코믹스러운 말로 김동헌에게 “동헌이, 좋아”를 연신 외치며 막내에게 관심과 파이팅을 불어 넣어주었다.
이후 시간이 모두 흘러 연습경기 일정이 모두 종료되었고, 선수단은 숙소에 돌아와 씻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여유롭게 자유 시간을 보냈다. 김동헌은 ‘단짝 선배’ 이태희와 함께 서귀포 시내를 거닐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즐기는 등 꿈같았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첫 훈련을 마친 소감을 묻자 김동헌은 먼저 “프로 형들과 처음으로 함께한 훈련이라 긴장도 됐고, 요 몇 주간 제대로 된 훈련을 못해 내 몸 같지가 않았던 것 같다”고 엄살을 떨었다.
이어서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킥인데, 오늘 킥 실수를 많이 해서 아쉬웠다. 이제 시작인만큼 앞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도록 집중하고 노력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한편, 애제자와 다시 재회한 김동헌의 ‘스승’ 김이섭 코치 또한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김 코치는 “첫 훈련이라 그런지 동헌이가 오늘 평소와 다르게 긴장을 많이 하더라. 그렇지만 큰 실수없이 무난히 잘해냈다”면서 “프로 골키퍼들도 동헌이 칭찬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는 “기량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결정적인 차이는 오로지 경험의 유무”라면서 “프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고, 옆에서 보는 것만 해도 동헌이가 앞으로 훌륭한 골키퍼로 성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최고의 공부이자 크나 큰 보탬이 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김동헌의 합류가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내다봤다. 그는 기존 프로 선수들에게는 초심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자극제가 되고, 김동헌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프로팀 골키퍼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운동하는 자체가 스스로에게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끝으로 김 코치는 “동헌이의 프로팀 전지훈련 합류는 전적으로 김도훈 감독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글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사진 = UTD기자단 사진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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