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서 꼬물꼬물 올라오는 새싹들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보드라운 흙에 심어 온도와 습기 그리고 햇빛을 세심하게 조절해줘야만 싹을 틔울 수 있다.
여기 화분 대신에 그라운드에 꿈의 새싹을 키워가는 아이들이 있다. 지적장애인거주시설 예림원의 축구단인 예림FC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예림원 아이들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첫 만남은 지난 1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 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이뤄졌다.
당시 선수들과 함께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김도훈 감독은 "(장애인)아이들을 경기장에 초청하여 의미 있는 축구 관람을 하게 해달라”고 구단에 요청했고, 구단도 김 감독의 의사를 수렴하여 지적장애인거주시설 예림원 아이들을 울산전 홈경기에 초대했다.
이렇게 예림원 아이들은 김도훈 감독의 초대로 지난 19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7라운드 인천과 울산 현대 경기(1-1 무)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현장을 찾았다.

“비가 온다.”
첫 초대방문에 맞춰 얄궂게도 세찬 비가 들이쳤다. 1층 프리미엄 석에 자리를 잡은 터라 아이들은 비를 피하기 힘들었다. 2층이나 다른 자리로 옮겨갈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좀 더 잘 보이는 곳에서 축구를 보겠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비를 맞아가며 킥오프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우산을 쓰세요.”
우비를 입지 않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에 따라 우산을 폈다. 악천후로 인해 평소보다 적은 2352명의 관중들 속에서 그들은 적극적으로 경기를 즐겼다.
“관중 분들은 모두 일어나주세요!”
장내아나운서의 말에 아이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기대감을 표시했고 누구보다 더 크게 환호를 보냈다.

“영석이 봐봐. 우와! 멋있다.”
이날 예림FC의 주장인 한영석(16)군은 1일 구단주이자 시축자로 그라운드 위에 섰다. 힘 있게 공을 차 경기의 시작을 알린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반갑고 부러운 마음에 환호성을 질렀다. 자리로 돌아온 영석군도 친구들의 반응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공을 직접 차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울산이 전반전에 골을 넣었는데 (어쨌든) 인천이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하프타임에 다시 만나본 아이는 완벽한 문장으로 관전소감을 밝혔다. 영석군을 비롯한 예림FC의 선수들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지적장애우라는 소개에 경기를 잘 즐길 수 있을까 걱정했던 기자의 걱정은 그야말로 ‘우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경증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너무 단순한 활동은 재미없어 하는 거 같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선생님 중 한분이 축구를 좋아하셨던 것도 한 몫 했고요.”
이날 아이들은 통솔해 경기장까지 함께 와 준 곽진경 부장은 내내 밝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다.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모두 함께 뛴다는 예림FC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걸까? 특히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할 때 책임자의 위치에서 축구단을 만든다는 어쩌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곽진경 부장의 말은 단호했다.
“혹시라도 생길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고 간호사선생님을 모셔오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부담감이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금지하거나 무작정 피하기만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친구들이 너무 좋아하는 운동인 걸요.”
예림FC 친구들의 특별한 방문에 때맞춰 인천 유나이티드가 첫 승을 거뒀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이 날 인천은 그래도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예림FC 친구들은 그라운드에 내려와 김도훈 감독과 기념촬영을 했다. 김도훈 감독의 배려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게 된 예림FC 친구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다음번에 또 오고 싶어요.”
어른들의 배려가 누군가의 특별한 초대가 그들의 꿈을 움 틔우는데 한 됫박의 물이 되어주었기를. 다시 만나자, 꼭!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글 = 최하나 UTD기자 (spring860@naver.com)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oll@hanmail.net), 최하나 UTD기자 (spring860@naver.com), 전세희 UTD기자 (zshee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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