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D기자단=인천] “혹시 선수들이 내 반바지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싶더라. 전반전을 마치고 반바지를 벗을까도 생각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 김도훈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던진 외마디 말이다. 자신의 파격적인 패션 때문에 혹여나 선수들이 동요한 건 아닌 지에 대한 진담 반 농담 반의 한마디였다.
인천은 지난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1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에서 인천은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들어 권완규, 박세직, 이효균의 연속골이 터지며 3-1로 역전승했다.
보통의 사령탑은 점잖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양복, 캐주얼한 정장을 차려입고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진두지휘한다. 베테랑 사령탑인 최강희 전북 감독, 김학범 성남 감독은 물론이며 황선홍 포항 감독, 최용수 서울 감독, 윤정환 울산 감독, 서정원 수원 감독 등이 그렇다.
이마저도 불편한 몇몇 감독은 움직임에 큰 제약을 주지 않는 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편하게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엔 조성환 제주 감독과 윤성효 부산 감독이 그렇다.
그런데 인천의 김도훈 감독은 다르다. 현재 K리그 수장 중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꼽히고 있는 김도훈 감독은 매 경기마다 주위 시선을 사로잡는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며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인천의 패피(패션 피플)라는 재미난 별칭을 얻을 정도다.
김도훈 감독은 이날도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냈다. 킥오프에 앞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김도훈 감독의 패션은 참신함을 넘어 파격 그 자체였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반바지 수트를 소화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김도훈 감독은 무릎이 살짝 보이는 반바지에 로퍼를 신으며 무더운 여름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는 컨셉의 패션을 선보였다. 최근 이태리에서 진행된 패션위크 ‘피티워모(Pitti Uomo)’를 방불케 하는 패션이었다.
김 감독의 파격 패션 때문이었을까? 이날 인천은 전반 내내 평소와 다르게 무언가에 홀린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탄탄함을 자랑하던 수비 조직력에 균열이 가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반 8분 만에 이경렬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추가로 심리적인 압박감까지 더해졌다.
결국 인천은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라커룸을 향하던 김도훈 감독은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고민을 했다. 과연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는 짧은 시간동안 선수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혼자서 분을 삭히기로 결론을 내렸고, 선수들에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다행히도 선수들 스스로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느끼고 있었다. 그게 후반에 반전의 계기가 됐다”
경기를 마치고 김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이와 같이 말했다. 수장으로서의 답답한 마음을 혼자 삭히고 선수들을 다그치기보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로 결론 내렸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이 현명한 결단은 성공적인 결말을 맞았다. 후반 들어 인천은 전반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늑대축구 명성에 걸 맞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후반 24분 터진 권완규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 인천은 이에 그치지 않고 후반 28분 박세직, 후반 31분 이효균이 연속골을 터트리며 순식간에 승부를 뒤집었다. 이같은 대역전 드라마를 통해 인천에 승리의 뱃고동이 울려 퍼졌고 인천은 5위로 도약했다.
이어 김 감독은 또 다른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혹시 선수들이 내 반바지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싶더라.(웃음) 전반전을 마치고 반바지를 벗을까도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보통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별의 별 것이 신경이 쓰이는 법이다. 김 감독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역시도 혹여나 자신의 파격 패션 때문에 선수들이 동요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했음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은 기우였다. 김도훈 감독의 파격 패션이 경기력과 결과에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경기 결과가 보란듯이 증명해보였다. 오히려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스스로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선수들에게 차분하게 자신감만을 불어 넣어준 그의 결단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뿐이었다.
한편, 부산전이 하루 지났음에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인천의 역전승과 더불어 김 감독의 파격 패션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팬들은 오히려 김도훈 감독이 소화할 앞으로의 패션을 기대하는 눈치다. ‘감독님이 반바지 입고 3골 넣었으니, 핫팬츠를 입으면 5골을 넣는 거 아니냐’는 재미난 의견과 함께 말이다.
이렇게 축구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김 감독의 남다른 패션 감각은 기존의 짠물 수비, 늑대 축구와 함께 새로운 인천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글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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