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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결승 특집] ③ 어느 인천 팬의 일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1921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최하나 2015-10-28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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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D기자단] ‘Road to ASIA’ 늑대 군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이제 아시아로 가는 마지막 발걸음만을 남겨두고 있다. 만약 인천이 FA컵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창단 이후 첫 우승 트로피와 함께 오랜 염원이었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손에 쥐게 된다. 인천이 당당히 FA컵 우승에 도전한다.

인천은 오는 31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을 치른다. 상대는 최용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서울. 치열하기로 유명한 인천과 서울의 ‘경인더비’가 특별함을 가미해서 축구팬을 찾는다.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거사를 앞두고 인천 구단 명예기자단인 UTD기자단에서는 인천과 서울의 FA컵 결승전을 딱 5일 앞둔 현 시점부터 하루에 한 차례씩 총 5편의 특별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오늘 소개할 세 번째 이야기는 어느 인천 팬의 일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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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왜냐면 우리 지점장이 맨날 하니까. 은행에서 일을 하다보면 알겠지만 행원이든 텔러든 무조건 영업이 기본이다.

나라는 놈이 무슨 기술이 있길 한가 아니면 대체 불가능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길 한가. 그런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많은 카드와 상품을 지인들에게 강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위 ‘지인빨’이라는 게 끝나고 나서다. 몸에 홍보물을 두르거나 샌드위치맨처럼 광고판을 몸에 매고 다닐 게 아니고서야 실적을 올릴 방법이 없다. 그때부터는 위에서 쪼임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래도 제법 VIP고객이 많고 부유한 동네의 지점이면 괜찮다. 상담할 때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좋은 상품을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문제는 돈이 나올 구석이 없는 우리 지점 같은 곳이다. 그러니 아침 조회 겸 회의 때마다 이 말이 나오는 거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해야지. 이러고 있을 거야? 그게 정당화 시킬 수는 없는 거야. 내가 평사원일 때는 사돈의 팔촌한테까지 상품을 팔았어요.......”

이제는 하도 많이 들어 귀에 딱지가 앉았는지 나도 모르게 립싱크로 따라하고 말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

“네? 아닙니다.”

“중요한 말인가 본데 함께 들어보자고.”

오늘은 불똥이 나한테 튀는 분위기다. 항상 실적을 발표하는 날이면 희생양이 하나씩 필요한데 이번이 내 차례라는 걸 감지했다.

“아닙니다. 열심히 해보자고 했습니다. 저도 좋........ 좋아합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아니라 틀니 아니 임플란트라도 해 넣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헛웃음 때문에 우리 조회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내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줄줄 하는 게 도대체 인천 유나이티드와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 거다. 하지만 평행이론이 울고 갈 정도로 똑같은 상황이다. 물론 내가 무슨 일이든지 축구와 연관시키는 중병을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수도권의 광역시. 바다와 공항이 있는 제법 알려진 도시. 2005년 플레이오프
(장외룡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인천 유나이티드는 2005년 리그 준우승을 했다.)에 올라 준우승을 한 팀의 연고지. 하지만 이상하게 그 후 약 10년 간 우승이 아니라 상위권과 인연조차 없었던 인천의 프로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매년 어려웠지만 올해는 그 상태가 더 심했다. 원클럽 맨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제법 오랫동안 팀에서 뛰어주던 주축 선수들은 거의 다 입대를 하거나 이적을 했다. 물론 시민구단이라면 마킹을 하자마자 선수들이 떠날 수도 있다는 걸 예상은 하지만 그게 눈앞의 현실이 된다는 건 퍽 서글픈 일이다.

게다가 개막전에 케빈과의 환상의 호흡을 보여줄 것 같았던 설기현은 은퇴를 했고 새 사령탑으로는 프로팀 초보감독인 김도훈이 왔다. 동계훈련은 제대로 하지도 못 했고 구단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뭐 매번 들어 아무렇지도 않지만 뭐 하나 좋은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개막 후 이상하게 많이 캔 ‘무(승부)’ 때문에 앞날도 밝아보이지는 않았다. 늑대축구라는 말조차도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가 될 수 없어 가져다 붙인 것 마냥 느껴졌다.

그런데 정말 늑대가 호랑이가 되었다. 잇몸으로 무를 갈았다. 물론 아쉽게 떨어지긴 했지만 막판에는 상위스플릿까지 갈 뻔 했다. 그런데 FA컵 결승이라니. 돈 없는 시민구단과 초짜 프로감독 그리고 주전경쟁에 밀린 설움을 가진 선수들이 이뤄낸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가 아닌가.

정말 말 그대로 이가 없이 잇몸으로 물고 늘어지며 토너먼트를 치러온 우리에게 기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다. 그러니 내가 정말 싫어하는 말이지만 이 상황에서만큼은 통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물론 내가 일할 때는 말고.

기념비적인 경기를 위해 구단에서는 비상 원정대를 모집한다고 했다. 신청을 할까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감독인 ‘베르너 헤어조크
(독일의 유명한 감독.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실험적인 예술영화를 만들었다. 대표작으로는 ‘노스페라두’와 ‘아귀레 신의 분노’가 있으면 1942년생이지만 현재까지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1일동안 독일의 뮌헨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걸어간 기행으로도 유명하다.)처럼 며칠 전에 출발해서 걸어서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가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그게 좀 무리일 것 같으면 자전거를 타고 전날 출발하든지. 아니면 사람들을 모아 3보 1배를 할까하는 생각도 했다. 뭐 물론 우승은 하늘에서 점지해주는 거라 아무것도 아닌 내가 발버둥을 친다한 들 그게 좋게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변두리에 위치해서 전국에서 실적이 거의 맨 밑바닥인 우리 지점이 1위를 하는 기적은 영원히 벌어지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다를 거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러면서 오늘도 나는 출근길에 다큐멘터리 비상
(임유철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2005년의 인천 유나이티드 팀을 다룬 영화로 현재까지도 인천의 많은 팬들이 기억하고 있는 작품이다.) 을 또 돌려본다.



글 = 최하나 UTD기자 (spring860@naver.com)
사진 = 이상훈 UTD기자 (mukang1@nate.com
)
영상 = 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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