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중용을 대신해 20번을 달은 선수. 바로 정인환이다. 정인환은 인천의 영원한 캡틴이라고 불리던 임중용의 등번호를 물려받았다. 때문에 20번의 영구결번을 원한 인천팬들의 원망을 샀다. 하지만 지금은 점차 새로운 20번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많은 부상을 이겨내고 인천의 새로운 20번 전설을 만들어 가는 정인환을 만나보자.
정인환 / Jung, In Whan
DF / No. 20 / 1986. 12. 15 / 187cm 84kg
학력 : 태성중 - 백암고 - 연세대 졸업
소속 : 2006~2007 전북, 2008~2010 전남, 2011~ 인천
출전기록 : 프로통산 총 90경기 출전, 4골 4도움
인천통산 총 16경기 출전, 0골 1도움
20번의 부담감.
그는 인천 팬들에게 등번호 20번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몰랐다. 괌에서 선수들이 각자 자기 등번호를 고르고 있을 때 아무도 20번을 고르지 않았다. 그래서 20번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모두가 그 번호만은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기어이 20번을 택했다. 때문에 이후 인천에게 20번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엄청난 부담감을 마주해야 했다고. 오직 임중용 선수만이 그에게 열심히 하라며 세게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인천의 레전드 임중용의 등번호를 달았으니 모든 인천팬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꽂히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시즌 초반 다른 수비수들과 호흡도 잘 맞지 않아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자 정말 힘들었다.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으려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성남전을 시작으로 리그 5위까지 오르며 마음의 짐을 덜었다.
임중용에게서 다그칠 때를 판단하고 그 순간을 이끌어나가는 능력을 배우고 싶다는 정인환. 팀의 중심이 되는 인천 20번의 계보를 이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부상.
부상은 정인환의 발목을 잡아왔던 존재다. 매년 한 번씩 부상을 당하다시피 했고 부상부위도 다양하다. 무릎, 얼굴, 발목, 피로골절, 팔골절에 최근에는 대퇴부근육 파열까지 겪었다. 도하 아시안 게임 대표로 발탁되어 박성화 감독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부상이 잦은 것이 결국은 악재가 되었다.
“3재가 끊이지를 않네요. 부상을 하도 당해서 경기 전에는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정도예요”.
특이하게도 정인환은 잔부상은 거의 없는 편이다. 대신 한 번 다치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한다. 때문에 치료 기간과 몸을 만드는데 쓴 시간도 상당하다고.
선수에게 부상이 위기로 다가오는 것은 전에 플레이 하던 것을 못하기 떄문이다.
그럼에도 정인환은 부상을 이겨냈다.
“부상을 당하면 전에 하던 것을 잘 하기 힘들어요.”
선수들은 한 번 부상을 당하면 다시 다칠까 두려워 판단이 늦어지고,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 팀에 필요한 타이밍을 놓쳐 자기 몫을 못 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부상 후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이후 부상대처법을 깨닫게 되고, 부상 후에 감독님이 자기를 믿고 다시 기회를 주신 덕분에 부상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트레이드 두 번
그는 지금까지 팀을 두 번 옮겼다.(전북→전남, 전남→인천) 그것도 트레이드로 옯겼다. 보통 트레이드는 프로 선수들에게 피하고 싶은 일이다. 특정 선수와 직접 비교를 당하며 팀으로부터 불필요 전력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인환은 필요 없어서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된 적은 없었다. 해당 팀에게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트레이드 되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전남으로 트레이드 된 직후 허정무 감독이 곧바로 국가대표감독이 된 것. 허정무 감독의 필요에 의해서 트레이드 되었지만, 전남에 와보니 허정무 감독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야말로 공중에 붕 뜬 상황.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고비를 넘겼다. 3년간 51경기를 뛰며 박항서 감독에게 인정받았다.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한 2009년(9경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21경기 씩 뛰었다. 부상과 자신을 요구한 감독의 부재라는 악재 속에서도 그는 살아 남았다.
축구가 정말 좋았다.
그는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시작했다. 얼마나 좋았으면 축구부가 아님에도 새벽운동을 나갔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정식으로 축구를 배우지는 못했다고 한다.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축구를 배우기 위해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야말로 축구는 운명이었다.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하고서 공격수를 맡았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해 미드필더로 보직을 이동했다. 하지만 미드필더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수비로 내려왔다. 지금은 수비수로서 활약하는 정인환. 하지만 당시에는 수비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국 감독은 정인환을 골키퍼로 이동시키려 했다.
“골키퍼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필드플레이어를 고집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나니 수비가 무엇인지 감이 잡혔다. 점차 수비수로서 제몫을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에 수비를 알고 나니 프로에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경기. 전남 원정.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 경기 중 하나로 전남 원정 경기를 뽑았다. 인천으로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전남 홈경기장을 방문한데다, 2개월 만에 부상 복귀전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승부가 갈렸다면 인천이 이겼을 것이기에 아쉬워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경기를 잊을 수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 바로 날씨였다. 이번 여름 서울에 폭우가 왔을 때에 서울에 있었는데, 그 폭우를 전남에서 다시 보았다고. 게다가 강풍까지 공의 움직임은 예측불허. 강우와 강풍이 동반되니 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기는 지속되었으니 절대 잊을 수 없는 경기일 수 밖에 없다.
올해 물놀이를 못 가서 서운하다는 정인환. 그 한을 전남에서 다 풀었다.
인터뷰 중 서울과 광양에서 엄청난 물폭탄을 마주했던 그가 던진 한 마디.
“지구가 (멸)망하려나 봐요.”
비가 충격적이기는 충격적이었나보다.
나는 가수다.
그의 취미는 두 개다. 하나는 맛집을 찾아다니기. 인천으로 오면서 많은 인천의 맛집도 찾아다녔다. 심지어 인천으로 모자라 서울의 맛집까지 찾아다닌다고. 수 많은 팀원들 중 이윤표와 한교원과 각별히 친해서 같이 맛집 원정단을 출범시켰다고 한다.
그의 또 다른 취미는 음악. 연맹에서 그의 프로필을 찾으면 취미에 음악감상이라고 쓰여있을 정도. 정인환, 한교원, 이윤표로 이루어진 맛집 원정대는 맛집 원정이 끝나면 항상 같이 노래방을 간다. 거기서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는데, 정인환의 노래 실력은 한교원이 가수라고 칭할 정도.
노래방에 가면 이윤표와 한교원은 신나는 노래 부르지만, 정인환은 조용한 발라드를 부른다. 여느 상황이라면 분위기 처지게 만든다며 눈총을 받는 상황. 하지만 이윤표와 한교원은 익숙해져서 그냥 넘어간다. 그의 노래방 사랑은 전남 시절부터 이어진 오래된 취미이다.
정인환이 좋아하는 가수는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임재범. 중학교 시절 “너를 위해”라는 곡을 통해 팬이 되었다.
긴장감. 내가 넘어서야 할 벽.
그에게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지금까지 몇 번 국가대표 팀에서 그를 관찰하러 온 것. 하지만 그는 결국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
“(국가대표 팀에서) 보러오면 반드시 뭘 놓쳐요. 바로 전날에는 몸살까지 난 적이 있어요.”
그는 긴장감에 약하다고 한다. 평소에는 자기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만 누군가자 자기를 체크하러 온다고 하면 반드시 실수를 해서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그래서 감독선생님은 이 한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언제 넘어설거냐?라고 물어보세요.”
정인환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 그것은 긴장감을 위축되지 않고, 긴장감을 제어하는 것이다. 그가 인천에서 긴장감을 짓눌리지 않는 법을 배워 국가대표가 되기를 기원해 보자.
목표. 잔여 경기 다 뛰기.
정인환은 올해의 목표를 통산 100경기 출장으로 잡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경기에 출장을 못하면서 목표를 약간 바꿨다. 올 시즌 잔여경기에 모두 출장하는 것이다. 그가 올해 남은 경기에 다 뛰면 통산 99경기를 뛰게 된다. 그가 99경기를 뛰고 인천이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6강에 진출하면 그는 올 해 통산 100경기를 채우게 된다. 만약 6강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내년 개막전에서 100경기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매년 큰 부상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일어나 어느새 통산 100경기를 목표로 두고 있는 정인환. 그가 많은 부상을 이겨낸 만큼 그 대가를 확실히 받아내기를 바란다.
글 = 김인수 UTD기자 (slqkf2000@hanmail.net)
사진 = 인천 유나이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