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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6일 어느 인천 유나이티드 팬의 일기

545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최하나 2013-03-19 1960

 

2013.03.16                                                                              인천 유나이티드 3-1 성남 천마 일화

 

새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나는 짜증이 나 있는 상태다. 오늘은 근무가 없는 토요일이건만 회사는 근무운영의 ‘묘’를 살려 야유회 겸 운동회를 진행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어제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

사실 성남은 가기 싫었다. 원정버스 없어서 내 돈 내고 가야돼지. 주말이라 차 막히지. 그리고 수도권이라 흡사 까다로운 거래처 사람을 황금 같은 주말에 만나러 가는 것만 같다. 게다가 종합운동장은 원정가는 보람이 없다. 어차피 S석에 앉으면 트랙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을 테니까. 가끔은 숭의로 원정 오는 다른 팀이 부럽다.

암튼 야유회는 아침 10시란다. 음 시간을 대충 계산해보니 중간에 슬쩍 빠져나오면 성남까지 늦지는 않게 도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이렇게 까지 가야하는건가? 문제는 부장님이다. 석 달 밖에 안 모신 나의 보스 ‘부장님’은 술자리에서도 한 사람의 낙오자도 용납하지 않는다. 부장님 앞에서는 각종 경조사는 핑계거리도 안 된다.
‘도대체 어떻게 빠져나가지?’
어제 오후 근무하는 내내 이 생각에 보고서에 오타를 몇 번이나 냈는지 모른다.

그리고 바로 아침이 밝았다. 알람이 정확하게 8시30분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무런 묘책을 떠올리지 못했다.
‘음 이를 어쩐다?’
머리를 감는데 거품이 나질 않아 확인해보니 바디샴푸였다.
“아, 뭐야.”
순간 울컥했지만 다시 머리를 감기는 싫었다.
‘그게 그거겠지.’
어차피 짧은 머리 누가 내 머릿결 신경이나 쓰겠냐는 생각으로 머리를 마저 말린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인유의 유니폼은 가방에 따로 챙겨놓았다.

“여차하면 그냥 누워버려.”
앗! 우리 부장님은 운동회 프로그램으로 항상 족구를 챙겨놓으신다. 이번이 세 번째라 그 정도는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반드시 족구가 들어가 있겠지. 그리고 나는 나의 발목을 내려다보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아직 인대가 늘어나 다 낫지 않은 발. 하지만 거의 다 나아가고 있는 발. 붕대는 풀었지만 운동하기에 아직은 이른 상태.
“크크크크”
거울을 보며 혼자 웃고 있는데 열려진 문틈 사이로 수건이 내 머리를 향해 날라 온다. “퍽.”
“뭐야?”
“야, 내 자식이지만 진짜 창피하다. 다 큰 놈이 왜 이렇게 헬렐레해. 수건 없으니까 그거 써.”
쿨 하게 돌아서는 우리 엄마. 반쯤 마른 수건. 아, 오늘 일진이 좋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성남에서 6:0으로 진 적이 있었는데…….
‘설마.’

야유회 장소에 도착했더니 프로그램에 족구가 첫 순서에 올라있다.
‘앗싸.’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근데 오늘 뛸 수 있겠어?”
부장님이 인사치레로 묻는 다는 걸 알고 있다.
“거의 다 나아가는데 충분히 뛸 수 있습니다! 걱정 마십쇼.”
나는 오버해서 더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부장님 입가에 번진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리고 나는 그날 족구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 대자로 넘어졌다. 이건 어렵지도 않았다. 실제로 나의 주특기 아닌가. 이번에는 최대한 고통스러운 척 아픈 척 괴로운 척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괜찮아?”
내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부장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습니다. 아아악.”
나는 발목을 부여잡고 다시 주저앉았다.
“병원 가. 갈 수 있겠어?”
“네 괜찮습니다.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아.”
“아니야. 가. 내가 김 대리보고 데려다주라고 할게.”
“네. 그럼.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2시간 만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천터미널로 향했다. 원래 평상시엔 맥콜은 거들떠도 안 보지만 성남원정 갈 때는 왠지 한 잔 마셔줘야 할 것 만 같아 편의점에 들렀는데 없다. 결국은 버스터미널에 있는 대형마트에 들려 살려고 보니 세트로 파네? 내 성격에 먹지도 않을 음료수를 몇 개나 산다는 게 말도 안 되지만 그냥 사고야 말았다. 왠지 모르게 맥콜을 안 먹으면 우리 팀이 질 것 같아서.

사실 나는 뭔가를 할 때마다 스스로 징크스를 만든다. 그 상대를 꺾었을 때 신었던 신발이나 옷을 신지 않으면 질 것 같아 마르지도 않은 티셔츠를 주워 입는가하면 새까매진 여름 운동화를 11월 말에 신기도 했다. 한 번은 특근 때문에 경기를 보러 못 갔는데 왠지 실시간 중계를 확인하면 인유가 질 것 만 같아 트위터를 삭제해버린 적도 있다. 닉 혼비도 아니면서……. 그래봤자 경기 끝나고 바로 다시 설치하긴 했지만. 이것뿐이라면 다행일 텐데 한 번은 패스트푸드점에 치킨을 사러갔다가 ‘윙’을 시키면 ‘윙 포워드’가 약한 우리 팀이 오늘만은 잘 할 것 같아 알바생에게 정중히 날개로만 2만원어치를 달라고 했다가 눈총을 받은 적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맥콜 한 짝을 사서 홀짝홀짝 다 마셔버리는 사이 탄천에 도착했다.

얼마만인가. 표를 사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더니 넓은 트랙이 나를 반겨주었다. 오페라글라스라도 들고 올 걸.
“오늘 왠지 잘 풀릴 것 같은데?”
근데 매점에 갔더니 맥콜을 또 팔고 있다. 그것도 세트로 묶어서. 가격도 엄청 싸다.
“한 잔 더 마시면 디오고가 해트트릭 하는 거 아니야? 아님 권정혁이 슈퍼세이브 쇼를?”
하지만 버스 안에서 마신 맥 콜 한 짝 때문에 배가 아파 포기했다.
 
나는 맥콜을 더 사마시진 않았지만 나의 희생덕분인지 인천은 이 날 3:1로 이겼다. 하지만 내가 맥콜을 더 안 사먹은 덕분인지 디오고는 한 골을 넣었고 권정혁은 슈퍼세이브였지만 MOM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나의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집에 돌아가 밤새 아픈 배를 움켜쥐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뭐 이겼으면 됐지. 인유만 잘하면 되지.’
다음에는 음료수 한 짝을 들이키는 불상사가 없길 바라며. 상대가 성남만 아니면 되겠지.
 

*본 기사는 팬의 가상일기로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글 = 최하나 UTD기자(lastchristmas86@hanmail.net)

 

 

 

댓글

  • 혁찬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최하나 2013-03-28

  • 글 재미있어요! ㅜㅜ
    권혁찬 2013-03-27

  • 이은성님 칭찬 감사합니다. ㅠㅠ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최하나 2013-03-25

  • 김동민님 100%허구랍니다. 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하나 2013-03-25

  • 가상을 핑계삼은 실제가 섞인거 같은데여.ㅎㅎ
    김동민 2013-03-20

  • 최하나 기자님의 글을 보니, 정말 피버피치를 쓴 닉혼비가 생각나네요 ^^ 앞으로도 연재 계속 부탁드립니다. 잘보고 있습니다~
    이은성 201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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