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운드의 종결자’ 이천수가 인천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이천수는 전반 41분 안재준의 헤딩골을 도우며 시즌 3호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천수는 결승골을 돕고 강원 수비를 교란하며 90분간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했으나 본인의 첫 득점은 또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그는 슈팅이 골대를 빗나가거나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후반 33분)이 수비벽에 맞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천수는 “(골대와의)각도도 좋았고 공이 발에 닿을 때 느낌이 왔는데 수비벽에 걸렸다”며 “감각이 나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곧 멋진 프리킥 골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골을 터뜨려 팬들을 기쁘게 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천수는 이미 인정받는 ‘전문 키커’다. 프리킥뿐만 아니라 코너킥에서도 본인이 직접 나서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그가 프리킥을 누군가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천수는 달라졌다. 후반 33분, 골문 앞 프리킥이 수비벽에 무산됐던 그는 4분 뒤 비슷한 자리에서 얻은 프리킥을 구본상에게 흔쾌히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을 텐데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이천수는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뒤에 이어진 그의 설명을 듣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이천수는 “선배들이 내게 ‘자신 있게 차봐’라는 말을 했을 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천수는 다른 동료에게 프리킥 기회를 양보함으로써 자신이 선배로부터 받았던 배려를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구)본상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서 팀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득점 여부를 떠나 끈끈한 정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결승골을 도우며 맹활약한 이천수에게 ‘미추홀보이즈’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미추홀보이즈’ 소모임 포세이돈의 손주영(28)씨는 “아까웠지만 오늘 경기 잘 뛰어준 이천수 선수에게 매우 고맙다”며 “그의 첫 골이 터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김동환 UTD기자(@KIMCHARITO) 사진=남궁경상 UTD기자(boriw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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