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5월25일 어느 인천 유나이티드 팬의 일기

641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최하나 2013-05-28 1781

2013년 5월25일    인천 유나이티드 3-0 부산 아이파크

 

이겼다.

오늘은 이 말 한마디면 된다. 성효부적도 효험이 없을 수도 있다니.

부산에서 경기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미안하게도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아닌 회였다. 내가 얼마나 회를 좋아하냐면 익혀먹지 않으면 배탈이 날 수 있다는 계절인 여름에도 소래포구를 일주일에 세 번은 찾는다. 인천시민들은 소래포구 하면 지저분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어쨌든 ‘회’는 깨끗하니 뭐 상관은 없다.

하지만 회하면 부산도 빠지지 않는다. 벌써부터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적어 놓은 맛집 목록이 수두룩 빽빽하다. 부담 없는 가격의 서민적인 횟집부터 토박이만 안다는 숨겨진 맛집까지. 엑셀파일로 횟집이름을 쫙 적어놓고 어찌나 뿌듯했는지 침이 흐르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그래서 부산 원정은 절대 빠질 수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버스를 타고 가야하겠지만 나처럼 회라면 환장하는 동기 녀석을 한 명을 꼬드겼다. 물론 축구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목적은 다르지만 어쨌든 행선지는 한 곳인데 뭐. 부산에 도착하면 시간이 이르니 축구나 볼까하고 유인할 작정이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우리 시간도 이른데 축구나 보고 갈까?”라는 문장을 내뱉을 수 있게 얼마나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는지. 참고로 나의 동기는 스포츠를 별로 안 좋아한다. 사실 구기 종목을 싫어하는데 이놈은 겨울만 되면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은 다 못하는데 유독 겨울스포츠에 강하다. 얘한테 한 번은 스노보드를 배웠다가 싸울 뻔 했다. 초보인데 중급자 코스로 데려가더니 내가 엉덩방아를 찔 때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일어나. 빨리. 엄살 부리지 말고”를 어찌나 크게 외치던지 나는 1초 만에 후다닥 일어나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온 몸이 산산조각 나는 것만 같은 근육통으로 고생했었지. 암튼 원정버스 신청도 하지 않고 동기 녀석의 애마인 ‘뽈뽈이’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

가는 길은 꽤 순조로웠다. 차도 심하게 막히지 않았고 뭐 괜찮았다. 우리가 휴게소에 들렸을 때 저 멀리 파검 유니폼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분명 다른 시간에 다른 길로 왔는데 여기서 만나다니. 그런데 빵빠레를 하나씩 물고 있다.

“빵빠레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기가 많았지?”

추억에 젖은 80년대 생이 아니고서야 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할 리가 없는데. 나는 하드와 빵을 사가지고 차에 올라탔다.

“야 넌 센스 없게 하드를 사오냐.”

친구는 나에게 성을 냈다. 하긴 친구는 운전을 해야 하니 한가롭게 하드나 먹을 처지가 안 되는 거였다. 내 몫으로 사둔 설레임을 건네고 기분 좋게 길을 떠나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르륵.”

‘이건 뭐지?’

그리고 발견한 한 장의 사진. 유병수 이었다. 중동으로 떠난 우리 인천의 골게터. 사실 나는 원래 타겟형 공격수를 좋아한다. 현란한 드리블보다는 뛰어난 위치선정으로 어떤 상황에도 골로 연결시켜주는 스타일 말이다. 게다가 유병수는 외모도 남자답지 않은가. 암튼 중동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가 휴게소에 나타나 팬들에게 빵빠레를 사줬을 줄이야.......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라 비온 날이었다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 놈 차를 얻어 타는 게 아니라 아침에 머리를 못 감는 한이 있어도 원정버스를 탔어야 하는 건데.

유병수의 등장으로 왠지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그 후에 알게 되었지. 인유에게는 좋은 일이 생길지 몰라도 나에게는 아니라는 걸. 인유와 나를 일치시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걸 잊고 있었다. 닉 혼비가 이미 그러지 말라고 경고했거늘.

목적지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을 무렵 사건이 터져버렸다. 사고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차가 고속도로에서 퍼져버렸다. 여유분 타이어도 없고 이미 차는 콧김을 내뿜으며 이상증세를 호소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두 가지를 동시에 떠올렸다. 인유와 회.

‘망. 했. 다.’

울고 싶어졌다. 내 차도 아닌데 나는 그냥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서 부산에 갈까하는 생각이 나를 꼬드기고 있을 동안 친구는 전화기를 붙잡고 위치를 설명하고 있었다.

“두 시간이나 걸려요? 왜요? 좀 빨리 좀 와주세요.”

그때 시각은 2시. 경기까지 두 시간이 남았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에어컨도 완전 세게 틀어놨는데. 갑자기 안구가 촉촉해지면서 울고 싶어졌다. 흉하게 스리. 부산까지 왔는데 (아직 도착은 안 했지만) 경기를 볼 수 없다니. 회는 뭐 밤에라도 먹으면 되지만.

“야 그냥 기다리자. 어쩔 수 없네. 노래나 듣자.”

하지만 태평한 친구와는 다르게 나는 얼굴이 이미 질리다 못해 누렇게 뜨기 시작했다.

“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너 안색이 안 좋은데.”

“아니야....... 그냥 좀 더워서.”

“에어컨 켰는데?”

“나 잠깐만 바람 좀 쐴게.”

차 문을 열고 갓길에 내려서서 수많은 차들을 바라보며 나는 후회를 했다.

‘그냥 집에서 볼 걸.’

그 순간 뇌리를 스치는 물건 하나. 태블릿 PC. 친구는 얼마 전 내게 동생이 취직기념으로 사줬다며 한 번 구경이나 하자는 나에게 촌놈이 뭘 아냐는 식으로 약을 올렸다. 실은 나는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한다. 이미 예전 일기에도 한 번 쓴 거 같은데 여자들이 남자라면 당연히 잘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전구 갈기도 잘 못한다. 그래서 여직원들에게 한마디 들었었는데. 아무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얼른 차에 올라타지 않을 수 없었다.

“야, 너 태블릿PC 가져왔냐?”

“그거? 왜 한 번 만져보게?”

‘아오, 이걸 그냥.’

하지만 내 속마음은 내 비추지 않은 채 입 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미소 지어보였다.

“그래 함 만지기라도 해보자.”

“그래.”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태블릿PC. 그 물건을 손에 드니 기묘한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흐흐흐흐흐흐.”

“야 너 미쳤냐?”

그 순간부터 나는 수리하러 늦게 오든지 말든지 차가 막히든지 말든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어쨌든 보긴 본다. 물론 부산가는 고속도로 안에서 컴퓨터로 보는 거지만.

수리하는 아저씨는 예상보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나타났고 나는 에어컨을 쐬며 경기를 볼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해서 스포츠중계센터에 들어가니 잘만 나오는 중계. 그런데 문제는 화질이었다. 분명 HD급으로 틀었는데........ 왜 선수의 얼굴은 흐릿하고 화면은 왜 이리 작은지. 한교원인지 구본상인지 헷갈리고 오직 내 편과 상대편만 또렷이 보였다. 유니폼 색깔이 다르니까........

하지만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일반인들도 덕후로 만들어버린다는 임상협의 얼굴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부산을 응원하는 여중, 여고생은 하나 줄었겠지. 이 날 부산에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왜냐면 3-0으로 이겼거든. 솔직히 부산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은 못했다. 공은 둥글고 행운의 여신은 변덕스러우니까. 그리고 행운의 ‘여신’이라면 임상협이 있는 부산의 손을 들어줄 것만 같아서.

게다가 이천수가 한 골 한 도움으로 영입한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올해의 영 플레이어상은 이석현이 타는 걸로. 솔직히 그동안 아쉬웠던 디오고가 교체해서 들어와 쐐기골을 넣질 않나.

아, 뿌듯하다. 밥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날 부산에 도착해 우리는 원 없이 회를 먹었다. 인유가 대승을 하건 말건 나부터 먹고 살아야지. 암. 부산의 회는 참 맛있었다. 끝!

 

*본 기사는 팬의 가상일기로 사실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글=최하나 UTD기자 (lastchristmas86@hanmail.net)

 

댓글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다음 UTD기자단 뉴스

김봉길 감독 "페트코비치에게 더 강해진 인천 보여주겠다"

UTD기자 이상민 2013-05-30 1591

IUFC MATCH

NEXT HOME MATCH

인천

V

02월 28일 (토) 14:00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서울

NEXT MATCH

인천

V

02월 28일(토) 14:00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서울

LAST MATCH

인천

0:1

11월 23일(일) 14:00

충북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