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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일 어느 인천 유나이티드 팬의 일기

743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최하나 2013-08-07 1991

2013년 8월 3일     인천 유나이티드 2-2 울산 현대

휴가에는 역시 축구다. 신입사원이 왜 이렇게 노는 걸 밝히냐고 온갖 면박을 받으면서도 휴가를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당연히 축구를 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번 주는 아예 ‘축구의 주’로 지정해서 대전원정부터 알뜰하게 챙겨 다녀왔다. 그래봤자 수목금 이렇게 삼일 휴가지만.

사실 요즘 과장님이 심기가 많이 불편하셔서 눈치를 보느냐고 대리님도 휴가를 안 썼는데 신입인 주제에 나는 각종 욕설과 헛발길질 그리고 침까지 직격탄으로 받아내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고도 우리 과장님은 분이 안 풀리셨는지 회식 자리에서도 나를 갈구셨다.

 “저거 그렇게 안 봤는데 순 또라이야.”

 
“아들, 휴간데 어디가?”

“응, 대전.”

“대전은 왜?”

“.......”

차마 축구를 보러간다고는 못하고 말끝을 흐리자 아빠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수박 사왔어?”

“수박 없다니까 멀쩡한 게. 꼭지가 비실비실 말라비틀어진 것만 있다니까.”

“가서 좀 사와. 시장가면 다 있어.”

“이 찜통더위에 당신이 가.”

“그러지 말고 갔다 와.”

엄마는 아빠와 실랑이를 벌이느냐고 이미 나와의 대화를 까먹었다. 나는 아빠에게 한쪽 눈을 찡긋 해보이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휴가가 하루 남은 토요일 아침부터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 슬퍼요. 자꾸 없어지잖아요.”

예전에 이영자가 이런 말을 했다는데 내 맘이 딱 그 맘이다. 속세에서의 하루는 왜 이리 찰나 같은지.

결국 경기시간이 한 참 남았는데도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하고 숭의로 향했다. 정거장이 하나씩 가까워져 감에 따라 내 마음도 ‘Bounce Bounce 두근대’ 미칠 것만 같았다.

사실 내가 다른 팀도 아닌 울산과의 경기를 기다린 이유는 따로 있다.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나 근성 따위는 없이 자라온 덕분인지 줄곧 '이기면 좋고 지면 할 수 없지' 혹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지' 라는 마음으로 축구를 봐왔던 지라 승패에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사람이 적게 오는 건 무지 스트레스를 받는다. 선수도 아니면서. 관중이 적게 온 날은 왠지 내 맘까지 듬성듬성 뜯겨나간 것 같다. 아무튼 포항이나 전북 같은 강팀을 만나는 경기는 왠지 관중들이 더 올 것 같아 그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 점에서는 8월은 나에게는 대박달이다.

“야, 너 왜 일찍 만나자고 했어? 엉?”

얼굴이 빨갛게 익은 내 친구 복영이가 씩씩댄다.

“아니 그냥 좀 구경도 하고 바람도 좀 쐬자고.......”

하지만 나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이미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친구의 등을 보니 미안한 맘이 앞섰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친구가 도망가지 못하게 표부터 사게 만드는 것 뿐.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고함을 지르는 게 아닌가.

“우와. 우와! 대박!”

“야, 왜 그래? 왜?”

나는 미친 듯이 경기장을 향해 달려가는 친구의 뒤를 쫒아갔다.

“야, 오늘 씨스타 오나봐.”

이미 내 친구는 전광판에 나오는 씨스타의 뮤직비디오에 넋이 나가 입이 반쯤 벌어져 있는 상태였다.

“무슨 씨스타가 온다고 그래.”

“오는 거 아니야? 저기 노래 틀어주잖아.”

“야, 저건 원래 경기 전.......”

나는 사실을 말하려다 그냥 두는 편이 친구에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감에 더 이상 찡찡대지 않겠지?

“그래, 오늘 초대가수로 오나보다.”

이거야 말로 하얀 거짓말이 아닌가.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데 더위에 익어가는 친구에게 필요한 건 축구가 아니라 씨스타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다툼 없이 편안하게 기다림을 즐길 수 있었다.

“야 진격의 거인이다. 저기 좀 봐봐.”

씨스타 타령을 할 때는 언제고 경기 전에 슬리퍼 신고 숭의를 도는 김신욱을 보고 친구는 거품을 물었다. 키가 정말 크긴 컸다. 옆에 누가서도 꼬마로 보일 정도로. 내가 옆에 서면 꼬꼬마가 되겠지.

그리고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오늘 인유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잘해야 비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선발로 나온 문상윤이 기가 막히게 볼을 올려주지 않나 설기현의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위협적이질 않나 오랜만에 부상에서 회복해 나온 이천수가 전성기 때의 몸놀림을 보여주질 않나 하여간 1분1초가 흐르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이러다 사고 치겠네.’

아니나 다를까 설기현이 골을 넣더니 박태민까지 전반에만 두 골을 넣는 게 아닌가.

“대박이다. 진짜 대박.”

“인유 엄청 잘한다.”

프로토에 울산이 이긴다고 표시한 내 친구 복영이가 저렇게 말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그렇게 우리는 2-0의 리드를 지키며 전반을 마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가방을 들고 전속력으로 관중석을 빠져나갔다.

“야, 너 어디가. 씨스타 안 봐?”

복영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꼬리라도 잡힐 라 줄행랑을 쳤다. 복영이가 짜증내고 투덜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특유의 실망하는 표정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 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라. 대신에 후반전 시작하기 바로 전에 ‘짜잔’하고 내 친구가 좋아하는 맥주를 들고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씨스타도 금방 잊어버리겠지.

그리고 후반이 시작하기 무섭게 자리로 돌아가니 멀리서도 확연히 보이는 내 친구의 처진 두 어깨. 나는 옆으로 다가가 얼굴도 쳐다보지 않은 채 거품이 몽글몽글한 맥주잔부터 들이밀었다.

“어 이거 뭐야? 맥주네. 히히히.”

‘단순한 녀석.’

그리고 우리는 다시 평화롭게 축구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날 내 친구는 온 몸으로 분노를 내 뿜어대는 나 때문에 사래가 들렸다나 뭐래나. 서울과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또 줄줄이 경고에 퇴장에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결국 두 골을 내주고 무승부로 경기는 끝이 났다. 관중들은 집에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나는 망부석이 되어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야, 괜찮아? 야 안 가?”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강팀인 울산을 맞아 승점 1점을 챙겼다는 건 꽤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석연찮은 판정이 내 맘을 헤집어 놓았다. 그리고 이날 밤 친구와 소주를 퍼마시고 정신을 잃은 나는 마지막 휴가날을 숙취로 날리고 말았다.

고로 내가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은 다 뻥이다. 나는 승패에 연연한다. 나는 승패에 엄청나게 연연하는 인간이다.



*본 내용은 팬의 가상일기로 사실과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글=최하나 UTD기자 (lastchristmas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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