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에서는 팀 창단 이래 2004년부터 매년 인천 지역 중학교 대상 순수 아마추어 축구대회인 미들스타리그를 개최하고 있다. 구단에서는 미들 스타리그를 통해 인천 내 청소년들에게 인천 유나이티드를 알리고 적극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함과 인천의 청소년들이 건전한 축구 프로그램을 통해 단합하고 또한 선의의 경쟁을 펼침으로써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만들기 위해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9월 16일 월요일. 청학중과 만수중의 본선 32강전 2차전이 열린 청학중학교를 찾았다. 조별예선에서 청학중은 이천수조에서, 만수중은 남준재조에서 각각 1위로 당당하게 본선을 통과한 강팀의 맞대결이었다. 경기 전부터 양 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본 시합을 앞두고 진행한 워밍업에서도 서로를 주시하며 왠지 모를 긴장감이 팽배했다.
양 팀의 32강 1차전 경기는 지난 9월 10일 만수중의 홈경기로 진행되었다. 당시 홈팀인 만수중이 무려 4골을 터트리는 폭발적인 골 세례에 힘입어 청학중에 4-2로 승리를 거두었다. 만수중 입장에서는 비록 1차전에서 2골 차 승리를 거두며 유리한 분위기로 2차전을 맞게 되었지만, 순수 아마추어가 참가하는 대회 특성상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김치국을 마시며 방심할 수 없었다.
2차전. 양 팀 선수들은 큰 목소리로 ‘청학 파이팅!’과 ‘만수 파이팅’을 번갈아 외치며 경기 전부터 기선제압에 나섰다. 1차전 승리를 지키고자 하는 만수중의 방패와 1차전 패배를 만회하고자 하는 청학중의 창이 정면충돌했다. 양 팀 선수들은 시작부터 과감하고 거친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향한 강한 열망을 운동장에서 그대로 보여주었다.
선제골은 ‘추격자’ 홈팀 청학중의 몫이었다. 전반 10분 터진 김성진의 골로 먼저 앞서나갔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터트리며 대역전 드라마를 쓰기 위한 초석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기세가 오른 청학중의 매서운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만수중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 흐름을 이어나갔고 결국 전반전 경기는 1-0 청학중의 리드로 종료되었다.
약 15분간의 하프타임이 지나고 후반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는 전반보다 더욱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홈팀 청학중으로서는 승리를 위해 많은 골이 필요로 하는 상황, 원정팀 만수중은 모험보다는 실리있는 축구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심선용 청학중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주문했다. 그러자 류도곤 만수중 감독은 선수비 후역습의 카운트어택 전략으로 맞불작전을 놓았다. 운동장 밖 두 학교 지도자들의 지략 대결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그러던 후반 19분 원정팀 만수중이 기어코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청학중 수비진이 문전에 밀집해있는 상황에서 미드필더 최도하가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좌측 하단을 시원하게 가른 것. 청학중의 노수빈 골키퍼가 차마 손 쓸 틈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완벽한 득점이었다.
추가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뜻밖의 실점을 내주자 청학중은 살짝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절치부심하며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이어갔다. 그리고 실점 후 4분 뒤인 후반 23분, 결국에는 경기를 뒤집는 역전골을 뽑는데 성공했다. 공격 상황에서 헤딩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온 튀어나오자 문전 앞에 서있던 김준이 가볍게 머리를 가져다대며 골네트를 흔들었다.
역전골을 터지자 청학중은 공격 일변도의 전술을 더욱 강화했다. 계속에서 상대 문전 앞에 볼을 연결하며 역전골을 노렸다. 하지만 만수중 수비의 벽은 단단했다. 팀의 주장인 중앙 수비수 황민규는 노련함을 바탕으로 한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동료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에 지친 선수들도 서로를 의지하며 한 발 더 뛰는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팽팽한 흐름이 계속되던 후반 30분. 청학중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 펼쳐졌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만수중 수비수가 자신도 모르게 공에 손을 대며 핸들링 반칙을 범한 것.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를 김성진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골키퍼를 속이며 득점에 성공하면서 청학중이 3-1로 앞서나갔다.
1, 2차전 합계 양 팀의 득점과 실점이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대회 규정상 원정 다 득점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원정에서 2골을 넣은 청학중이 1골에 그친 만수중을 제치고 16강에 진출하게 되는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지게 되는 상황. 2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16강에 가는 청학중은 천천히 시간을 끌며 느긋하게 경기 운영을 이어갔다. 종료 30초전 만수중이 마지막 코너킥 기회를 얻었다. 만수중의 류도곤 감독은 골키퍼와 측면 수비수를 제외한 전 인원에게 공격에 가담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잠시 뒤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표경연이 침착한 헤딩 슈팅으로 청학중의 골문을 가른 것. 패배의 어두운 그림자가 비추던 절망적인 순간 거짓말과도 같은 결정적인 한 방이 극적으로 터지자 만수중 벤치는 일제히 일어나 서로를 얼싸 안으며 함성을 지르며 마음껏 기쁨을 만끽했고, 다 잡았던 16강 진출 티켓을 한순간의 실수로 허무하게 놓친 청학중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으며 깊은 한숨과 함께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만수중이 기쁨과 감격의 골 세레머니가 진행됨과 동시에 이내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힘찬 휘슬 소리가 울렸고, 결국 경기는 청학중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양 팀이 1, 2차전 전적을 통틀어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만수중이 2차전에서 종료직전 터진 표경연의 헤딩골에 힘입어 청학중을 골득실 1점차로 제치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운동장에서는 거짓말과도 같은 승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원정팀 만수중의 모습과 종료직전 통한의 실점을 허용하며 탈락의 쓴맛을 마시며 억울함의 침묵을 이어간 홈팀 청학중의 모습이 명확하게 대비되며 냉정한 승부의 세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경기를 관전한 청학중 교사 및 학생들은 ‘괜찮아’를 외치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종료 직전 결승골을 기록한 만수중 표경연(2학년)은 경기 후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였는데 승리를 거둬 정말 기쁘다. 우리 학교가 16강 진출하는데 있어서 결승골로 작게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두 배로 좋다.”라고 승리의 기쁨을 표한 뒤 “지금까지 워낙 잘해 와서 느낌이 좋다. 16강에 만족하지 않고 8강, 4강, 우승까지 가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주장인 (황)민규형이 평소에 너무 잘 챙겨준다. 함께 중앙 수비를 보면서 호흡도 잘 맞는다. 아무쪼록 이번 16강 진출은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일궈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함께 한 우리 선수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천연잔디구장에서도 뛰어보고 꼭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면 좋겠다.”라며 고생하고 있는 동료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함께 전하기도 했다.
비록 프로 리그와 달리 명확한 전술과 경기 내용이 없고 일명 뻥 축구와 같은 단순한 경기 운영으로 펼쳐지는 경기였기에 사실 경기 내용면에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축구를 매개체로 청소년들이 주위 친구들과 하나 되는 모습, 무엇보다 학교를 대표해서 모교의 명예를 드높이 세우기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것은 경기 중 지나친 승부욕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는 점이다. 경기가 과열되는 상황에서 만수중 류도곤 감독이 지속적으로 주심에게 강한 어필을 이어가자 익명의 청학중 선수는 모두가 들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비속어를 섞어가며 ‘아, 말 존○ 많네’ 라며 윗어른을 공경하는 한국 사회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하극상을 불어 일으키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뒤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양 팀이 악수를 나누고 각자의 벤치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몇몇 선수 간 언쟁이 있었으며, 잠시 뒤에는 떠날 채비를 마치고 귀가 길에 나선 만수중 선수단 무리로 몇몇의 청학중 선수들이 찾아와 ‘야, 등번호 ○번 어디에 있어’라며 마치 당장이라도 싸움을 일으킬듯한 태도를 보이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대회 규정 중 제 6조 참가팀의 의무에 (마) 페어플레이 파트를 살펴보면 모든 팀의 감독 및 선수들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하여 대회에 참가하고 경기에 임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같은 행동들은 대회 규정에 입각하지 않는 상황임에 분명해 보인다. 순수하고 좋은 취지로 운영되는 대회에서 이렇듯 명과 암이 명확히 구분되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인천광역시장배 인천 유나이티드 미들스타리그 2013이 본격적으로 우승을 향한 치열한 총성 없는 전쟁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16강전까지는 홈&어웨이 방식으로 오는 25일부터 진행되며 8강, 4강전부터는 주최 측에서 지정한 장소에서 단판 승부로 펼쳐지게 된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오는 11월 3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5라운드 인천과 울산의 경기에 앞서 오픈 경기로 펼쳐지게 된다.
글-사진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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