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비긴 경인더비 속 인천의 벤치에서는 소소한 재밋거리가 있었다.
인천과 서울의 경인더비는 역시나 뜨거웠다. 이전의 3연속 ‘펠레스코어’ 경기를 보였던 두 팀은 많은 골을 넣으며 치고받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두 팀의 경기에서 4골이 나오며, 이전 경기 못지않게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날 경기는 많을 골을 넣은 것 외에도 재밌었던 광경이 몇 차례 있었다. 모두 인천의 벤치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치열하게 다투던 그라운드 위의 상황과는 달리 인천 벤치의 모습은 재밌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교체 투입되기 전 벤치에 있던 남준재에 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전반 14분경에 최종환이 경기장에 쓰러지면서 시작되었다. 서울 고요한의 드리블 돌파를 막던 최종환이 상대에게 발을 밟히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경기는 한교원이 공을 잡은 상황에서 인플레이 되었다. 이에 한교원은 다친 최종환을 위해 공을 밖으로 내보냈다.
본격적인 남준재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교원이 밖으로 내보낸 공은 튕겨 흐르면서 인천의 벤치를 향해 갔다.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남준재는 공이 오는 것을 보고 주시하고 있다가 절묘하게 자신의 뒤통수로 공을 잡았다.

축구선수다운 뛰어난 묘기를 보여준 남준재는 한동안 공을 뒤통수로 잡고 경기를 관전했다. 남준재의 재밌는 묘기는 공을 가지러 온 볼 보이에 의해 저지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라운드에 있던 디오고에 관한 이야기다. 3경기 만에 선발로 나온 디오고는 전반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벤치에서는 후반 14분 남준재와 교체로 공격의 활로를 모색하려 했다.
오랜만에 선발로 디오고의 의지는 강했다. 교체 직전 코너킥 선언이 된 상황에서 남준재와 교체 사인이 났지만, 디오고는 코너킥 후에 교체되어 나가겠다고, 벤치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결국, 디오고는 코너킥상황에서 머리에 공을 맞히기 위해 서울의 골키퍼 김용대와 경합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머리에 맞추는 데 실패했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교체되고 싶었던 디오고의 의지를 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마지막으로 귀여웠던 찌아고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 지난 1R 서울원정에서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해 문상윤의 골을 도운 찌아고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서울전의 좋은 기억 덕분이었을까? 찌아고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찌아고는 전반 끝나갈 무렵부터 몸풀기 운동을 시작했다. 후반전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푼 그는 김봉길 감독의 교체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반 22분경에 김 감독은 드디어 몸을 풀고 있던 그에게 교체사인을 지시했다. 하지만 교체사인을 받고 천진난만하게 열심히 달려온 찌아고에게 큰 시련이 내렸다.
벤치로 달려와 교체 준비를 하던 찌아고는 동료들의 환성 소리에 모든 동작을 멈췄다. 후반 24분에 한교원이 동점골을 넣은 것이었다. 팀의 동점골에 동료들과 환호하던 찌아고는 기쁨을 즐길 시간도 없이 아쉬움을 달랬다.
팀의 동점골로 김봉길 감독은 찌아고의 빠른 스피드보다 중원에서의 안정이 필요했던 탓에 찌아고는 벤치에 남고 구본상이 교체되었다. 구본상이 교체된 이후에도 찌아고는 감독이 보이는 벤치 앞에서 외투도 입지도 않고 교체의지를 피력하는 몸풀기 운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2-1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김봉길 감독은 수비의 안정을 택했다. 결국, 남은 교체 카드는 수비수인 유재호에게 돌아가며, 찌아고는 외투를 다시 입을 수밖에 없었다.
치열했던 경인더비 속에서 인천의 벤치에서는 김봉길 감독의 머릿속과 교체선수들의 재밌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글 = 이용수 UTD기자(R9dribl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