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 칼럼 대한축구협회의 서포터즈 걸개 재제, 과연 옳은 일인가
스타논객 l 황교희 지난 3일 전남과 인천이 맞대결을 펼쳤던 FA컵 4강전. 전반 3분 만에 홈 팀인 전남 산드로의 결승 선취골이 터졌다. 인천 선수들은 즉시 주심에게 달려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득점 이전에 왼쪽 측면에서 김치우가 김학철의 공을 빼앗았을 때, 손을 이용한 반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이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22일 수원과의 경기(2-3 패)에서도 애매한 판정을 받았다고 여긴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흥분했다.
하지만 실랑이가 벌어진 것은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인천에서 광양까지 내려온 서포터즈 역시 골 대 뒤편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인천 서포터즈들과 얼굴을 불킨 이들은 전남 서포터즈가 아닌 바로 대한축구협회 업체 직원들이었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선제골을 내준 인천 서포터즈들은 심판의 판정에 강한 불만을 품었고 미리 준비한 ‘심판들이여! 프로축구를 죽이지마라’라고 적힌 검은 현수막을 펼쳤다. 최근 붉어지고 있는 심판판정에 대한 그들만의 항명이었다.
그런데 이를 확인한 대한축구협회 관련 업체 직원이 강압적으로 제지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열린 FA컵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장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걸개를 치우려한 것이다.
이 가운데 서포터즈와 축구협회 업체 직원 사이에서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전반 16분 방승환이 두 장의 엘로우카드를 받은 뒤 유니폼을 벗고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는 사이까지도 이들의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업체 직원과 의견을 조율하던 한 인천 서포터즈는 “경기장에 와서 우리들의 목소리는 응원과 바로 현수막이다. 그런데 이들(대한축구협회)은 우리가 낼 수 있는 소리를 저지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그들에게 (현수막)철거 이유를 물었지만 명확한 대답 없이 그저 경기에 방해가 된다며 걸개를 치워버렸다”고 가슴을 쳤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 업체 관계자는 “최근 심판들의 판정에 매우 민감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걸개를 경기장에 걸어 놓는다면 분위기를 망칠 수밖에 없다”라며, 인천 서포터즈의 현수막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지난 8월22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도 벌어졌다. 2007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1차전 우즈벡키스탄과의 경기에서 부산 아이파크 서포터즈들이 박성화 올림픽 신임감독의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가 협회 경호원업체로부터 강제 철거를 당한 일이 있었다. 이 가운데 몇몇 부산 서포터즈와 경호원 사이에서 역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날 경기장을 찾은 2만 3천여명의 축구 팬들은 그것을 보며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사랑하고 K리그의 발전을 위해 꾸짖는 현수막과 경기장 분위기를 망친다며 제재를 가하는 대한축구협회. 과연 축구협회의 그와 같은 모습들이 한국프로축구 발전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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