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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어느 인천 유나이티드 팬의 일기

623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최하나 2013-05-17 1783

2013.05.12                             인천 유나이티드 0-0 제주 유나이티드

 

제주다....... 제주.......

나는 제주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다. 연고지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 살지도 않을 뿐 더러 한라봉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제주랑 맞붙는다고 했을 때 입이 떡 벌어졌다.

제주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주는 나의 힐링캠프다. 아, TV프로그램 말고. 정말 말 그대로 제주는 내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10번 이상 간 곳이다. 솔직히 말할까? 휴가나 연휴마다 나는 항상 제주도에 간다.

제주도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나한테 도대체 뭘 하러 가냐고 묻는다. 하지만 가서 협재 해수욕장의 모래만 밟고 와도 나에게 제주는 제주다. 뭘 하러 가기 보다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곳이랄까.

내가 이렇게까지 제주도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무슨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냐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건 없다. 하지만 하도 많이들은 질문이라 근래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제주도를 왜 좋아하지? 언제부터 좋아했더라? 처음 간 게 언제지?’

그러고 보니 그렇게 많이 제주도를 찾다보니 언제가 부터는 일정이 기억 안 난다. 그냥 바닷가와 가장 가까운데 숙소를 정해놓고 바다만 주구장창 보다 와서 일정 같은 게 필요하지도 않고.

처음 갔던 건 그러고 보니 제주도 자전거 일주가 유행이던 2003년도 무렵이었다. 그 당시 복학하고 할 건 없고 남아도는 건 힘 밖에 없었던 나느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를 꼬셔 떠났더랬다. 분명히 건장한 남성 기준으로 3박4일에서 4박5일 스케줄 이었던 자전거 일주를 값이 싼 항공권 때문에 2박3일에 끝내야 했다.

‘뭐 남는 건 힘 밖에 없는데 뭐. 얼마나 걸린다고.’

 이래놓고 나는 친구한테 그랬다.

“세상에서 젤 재밌을 걸? 내가 너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줄게.”

그랬다. 말이 씨가 된다고. 분명 재밌는 건 몰라서 내 친구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을 거다.

지금도 우리 누나는 나를 노랭이라고 부르지만 그 때는 더 했다. 먹을 거 입을 거에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오로지 헝그리정신으로 버텼던 가장 혈기왕성했던 20대중반. 2박3일을 잘 먹고 잘 잤으면 좀 더 편했을 지도 모르건만 우리는 아침은 3분 카레로 점심은 초코바로 저녁은 라면으로 때웠다. 입장료를 내야하는 곳은 일정에서 전부 삭제했다. 한번은 입장료가 없다고 해서 2시간 걸려 갔는데 만원인가를 받아서 그냥 도로 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개한테 물려 죽을 뻔 했다는 거다. 지금도 이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하면 난리가 난다. 여행 둘 째 날, 우리는 아침에 잠이 덜 깨 혼미한 상태로 하이킹을 준비하느냐고 물이며 간식이며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그냥 가다가 슈퍼에서 사지 뭐.”

하지만 이건 오산이었다. 가도 가도 길에 슈퍼는커녕 인적조차 없었다. 우리는 고속도로 같은 국도를 탔던 것이다. 가는 내내 나오는 것이라고는 아주 넓은 농장과 빈농가 뿐. 그러다가 우리는 거의 탈진상태에 다다랐고 급기야 뜨거운 태양 아래 얼굴에서 소금이 나올 정도로 수분이 필요한 상태였다. 겁 없던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해결하겠다며 보무도 당당하게 “내가 가서 물 얻어올게.”라고 말했다. 뒤에 벌어질 사고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못한 채.

“거기 안 계세요? 저기요.”

나는 자전거를 한 농가 앞에 세우고 인기척을 살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어디 가셨나?’

그래서 다시 한 번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저기요. 여행하는 학생인데요. 안 계세요?”

그리고 대답 대신에 갑자기 들려오는 험악한 소리. 그렇다. 빈집을 지키던 수 십 마리의 개들이 몰려나왔다. 나를 향해 돌진하는 약 스무 개의 광기어린 눈과 그보다 두 배 많은 빠른 발.

나는 세워놓은 자전거가 빌린 것이라는 걸 깜빡하고 36계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아아 아아악.”

“컹컹. 웡웡웡웡.”

겁에 질린 비명소리와 울음은 성난 개들의 울부짖음에 묻혀버렸다. 그리고 한 30m 근방에서 나를 지켜보던 친구는 나를 구해주기는 않고 자전거에 올라타 힘차게 페달을 밟고 저 멀리 사라졌다. 개들이 나를 거의 다 따라잡았을 무렵 유난히 시커멓고 독이 바짝 오른 것 같은 개가 내 오른쪽 종아리를 물어뜯었다.

 “아아 아아악.”

나는 분명 나의 목소리가 저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이톤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니. 나는 거의 자지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밭에서 걸어 나오던 한 사람. 그 사람이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워워. 저리가. 이 녀석들.”

주인이었다. 하지만 개들은 주인도 몰라볼 정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워워. 이놈들. 저리 썩 안 가?”

주인이 눈에 힘을 주어 다시 한 번 소리치자 개들은 움찔하더니 뒤로 물러서 집으로 돌아갔다.

“괜찮아요?”

대답대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종아리를 가리키는데 이게 웬 일. 아주 희미한 이빨자국만 있을 뿐 피 한 방울조차 나지 않는 나의 두꺼운 살가죽. 나는 무안한 나머지 손으로 괜찮다고 한 후 다시 돌아섰다. 집 앞에 나동그라져있는 빌린 자전거. 하지만 내가 몇 발자국 채 다가서지도 못했는데 개들이 다시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저씨 어떻게 좀 해봐요.”

나는 이제 주인아저씨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개 코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아저씨 뒤에 덩치가 곰 만 한 청년이 숨어 쫒고 쫒기는 공방전 끝에 자전거를 끌고 나올 수 있었다.

분명 30분밖에 안 지났는데 어찌나 무섭고 힘들었던지 다리의 힘이 풀려 후들거렸다. 그런 나를 보고 웃던 얄미운 놈. 나의 10년 지기 친구.

이건 자랑할 만한 기억은 아니지만 젊은 나의 기억에 얼마나 또렷하게 저장되어 있던지. 나는 그 다음부터 목이 말라 죽을지언정 물을 구걸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암튼 어쨌든 그 일 이후로도 나는 제주도를 참 많이 찾았다. 나의 자전거 일주는 이를테면 신호탄 같은 거였다. 아주 지독한.

왜 말이 여기까지 왔지? 그래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는 경기는 늘 찝찝했다. 큰 점수 차로 이기면 차라리 좋은데 지거나 비기면 더 찝찝했다. 혹시라도 내가 제주에 대해 품고 있는 남다른 마음 때문에 그런 걸 까봐.

‘차라리 내가 안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경기 전 날까지도 망설였다. 하지만 내가 숭의로 발걸음을 옮긴 건 순전히 우리 가족덕분이었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부산스러움이 자고 있는 내게도 느껴졌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내 방까지 들려왔다.

‘뭐야. 이 새벽에.’

눈을 떠보니 11시였다. 새벽은 아니었지만 보통 이 시간에는 아빠는 운동을 가거나 엄마는 텔레비전을 보는데 이 날만큼은 달랐다. 방이란 방문은 다 열려있고 불이란 불은 다 켜져 있었다.

“뭐지?”

거실로 나왔더니 엄마가 짐을 싸고 있었다. 노란색 크로스백. 엄마가 꽃놀이 갈 때 매겠다던 그 가방.

“엄마 어디가?”

“응? 오리고기 먹으러 남양주 간다.”

“언제?”

“좀 이따.”

“근데 나한테는 왜 안 말했어?”

“너한테 꼭 말해야해?”

“꼭 말해야 한다니? 나도 가는 거 아니야?”

“너 안 갈 거잖아. 우린 그렇게 알고 있는데?”

“뭔 소리야.”

“너 축구 보러 갈 거잖아. 이따 두 시 경기 아니었어?”

그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알았지?’

“아빠가 오늘 경기 있다던데?”

“그래도....... 갈 수도 있잖아.......”

“퍽이나 가겠다. 늦었다. 우리 간다. 아빠가 시동 걸고 기다리고 있어서.”

엄마는 더 이상 내 말은 듣지도 않은 채 그렇게 사라졌다. 그래서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이미 오리고기는 먹지 않아도 되는 가족 나들이에는 끼지 않아도 되는 일요일에는 축구나 보러 갈 사람으로 찍혀있으니까.

갑자기 모든 고뇌와 번뇌가 사라졌다.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님이 얻으셨다는 깨달음이 이런 거 이었을까?

“닥치고 축구나 보러 가. 넌 갈 놈이야.”

내게는 이런 소명이 입력되어 있기라도 한 걸까? 나는 결국 숭의로 향했다. 이 날 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많던지. 프리마켓도 하고 부평고 동문회에서도 사람이 꽤 왔다.

“그래 이기겠지. 사람도 이렇게 많이 왔는데.”

나는 그렇게 철썩 같이 믿었다.

이 날 우리는 제주를 압도하는 경기를 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어마어마했던 유효슈팅과 압박. 하지만 우리는 결국 비기고 말았다. 게다가 골도 주고받지 못 하고.

‘나는 숭의에 가면 안 되는 거였나? 이제 제주도 가지 말까? 가족들이랑 오리고기 먹으러 갈 걸.’

하지만 다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다음 홈경기인 ‘강원’과의 경기를 생각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P.S 작년 하위스플릿의 마지막 경기. 강등권이었던 강원에게 패하면서 19경기 연속무패에 그쳤던 그 경기. 나는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보았다. 눈을 맞으며. 이번에는 인유가 반드시 이겨주겠지.


*본 기사는 팬의 가상일기로 사실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글=최하나 UTD기자 (lastchristmas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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