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준An Jae JunDF 271986. 2. 8.186cm 78kg
올해로 프로데뷔 3년차가 된 인천의 중앙수비수 안재준. 신인 때부터 줄곧 인천의 안방을 책임지던 그가 지난 4월에 있었던 부산과의 원정경기에서 데뷔 3년 만에 첫 골을 터트렸다. 수비뿐만 아니라 세트피스 상황 시에는 인천의 공격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는 든든한 인천의 블루맨, 안재준 선수를 만나보자.
- 인천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첫해와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 아무래도 입단한 첫해에는 온몸에 긴장감이 배어 있었죠. 우선 저보다 어린 선수가 몇 명 안됐어요. 그러다보니 팀 내에서 시키는 일, 또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해야 할 일이 좀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배들도 많이 생겼고 또 그 선수들이 다 알아서 잘 해주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어요.
- 인천팬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글쎄요, 제가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는데...(웃음) 굳이 이유를 꼽자면 제가 특별히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도 신인 때부터 쭉 경기에 출전하고 있으니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요.
- 지난 4월 11일 부산과의 경기에서 프로데뷔 3년 만에 첫 골을 터트렸다. 그때 상황을 설명해 달라.
= 제가 그 경기 전까지, 항상 코너킥 상황에서는 뒤쪽에서 돌아들어오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날은 혁(정혁)이가 코너킥을 짧게 찰 거라는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그래서 앞에 나가 있었죠. 한마디로 약속된 플레이었어요. 그게 잘 맞아 들어갔던 거고요.
- 연패를 끊을 수도 있었던 중요한 골이었는데 그 이후에 실점을 막지 못해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어떤 심정이었나.
= 사실 그 때는 팀 전체 분위기도 좀 다운된 상태여서 제가 넣은 한 골로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저랑 똑같은 상황으로 동점골을 내주자 ‘아, 이 경기 어려워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제 골이 결승골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막상 역전패 당하니까 정말 많이 아쉬웠어요.
- 본인으로서는 주목받을 수도 있었던 골이었는데 팀의 연패로 그 사실이 묻혀서 아쉬울 것 같다.
= 그래도 제가 3년 만에 골 넣었다는 걸 많이들 알아주시더라고요. 여기저기서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저 나름대로는 많이 주목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었나요?(웃음) 뭐 묻혔다고 해도 아쉬울 것 전혀 없습니다.
- 평소 경기 스타일을 보면 학창시절 공격수 출신이라 그런지 수비수이면서도 공격에 욕심을 보이곤 한다. 몸에 배인 습관인가, 아니면 코칭스태프의 주문인가.
= 특별히 공격에 욕심이 있어서라기보다도, 제가 공을 잡게 되면 공간 확보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위(공격진영)로 올라가게 되고... 또 벤치에서 주문이 들어오기도 해요.
- 그렇다면 공격을 보다가 언제 수비수로 전향하게 되었고, 또 그 계기는 무엇인가(라덕수). 그때의 심정은 어떠했나(김창기).
= 고등학교 2학년 말 동계훈련 전 잠깐 휴가를 보내고 팀에 복귀했는데 제 등번호가 6번 인거에요. 백넘버 ‘6’은 수비수 번호잖아요. 그래서 감독선생님께 어떻게 된 거냐고 여쭤보니 팀에 수비수가 없으니까 저보고 수비를 한번 봐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만약 제 수비실력이 형편없었으면 다시 공격을 봤겠지만 그렇지 않았나 봐요.(웃음) 그게 계기가 돼서 지금까지 수비를 보고 있는 겁니다.
- 올 시즌 우리 수비진의 기복이 심하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 솔직히 말하면 저희 실력이 나빠져서 대패하고, 연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경기가 안 풀릴 때에는 뭘 해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경기가 잘 되는 날에는 상대가 아무리 슈팅을 때려도 그게 잘 들어가지가 않는데, 한번 안 되기 시작하면 상대 슈팅도 때리는 데로 다 들어가요. 아 물론, 수비진이 순간 집중력이 부족했었던 경우도 많이 있었죠. 보완해야 할 점이기도 하고요.
- 경기 중에 그렇게 집중력 부족으로 골을 먹게 되면 경기 후에라도 선수들끼리 그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편인가?
=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그 경기에 대해 말하지 않아요. 대신 스스로에게 주문을 하죠. ‘다신 그러지 말자. 정신 차리자.’라고요.
- 인천에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타팀의 입단 제의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 아직 직접적인 건 없었어요. 대신 저는 해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 진출해 보고 싶어요.
- 서포터즈가 불러주는 본인의 콜송은 마음에 드는가(조광희). 인천에 콜송이 있는 선수가 몇 없는데, 그 중 한사람이 본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김대윤).
= 한마디로 영광이죠. ‘뜨겁게 노래해 인천의 아들 안재준’ 이 다음 가사가 좀 거칠긴 한데 그것도 다 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거니깐 고맙죠.(웃음) 신인 때에는 경기 중에 서포팅 곡이나 선수콜 등이 잘 들리지 않았는데 요새는 다 들리거든요. 정말 힘이 나죠.
- 부산에서 골을 터트리고 하프라인 쯤 와서 하트세리머니를 했는데, 서포터즈를 향해 한 것인가. 홈에서 또 골을 터트리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 것인지 생각해 놓은 것이 있나(이진훈).
= 언젠가 제 팬 분 중에 한 분이 골 넣으면 하트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어요. 그 생각이 나서 했던 건데, 서포터즈석까지 가서 하기에는 거리가 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뛰어 가던 중에 한 겁니다. 홈에서는 아직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생각한 게 없는데 뭘 해야 좋을까요?(웃음)
- 안재준 선수 본인은 경고누적 등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경기에 결장하는 일이 없다. 일부 축구팬들과 선수들은 인천의 신인에게는 출장기회가 많이 주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인천은 확고한 주전멤버가 구축되어 있다. 인천의 주전 선수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저도 인천은 기회의 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막상 질문을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 같네요. 하지만 인천은 끊임없이 좋은 신인들을 발굴하고 또 잘 키우려고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신인들에게 기회는 다 한 번씩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 기회를 잘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에 따라 경기에 출장하는 횟수가 결정되는 것이죠.
- 데뷔 초부터 주전으로 뛰고 있는데, 그래도 가끔은 포지션의 위협을 받곤 하는가.
= 당연하죠. 자리의 위협은 매년 매 경기 받고 있습니다. 우리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심할 수가 없죠.
- 중학교 때 까지 서울에서 다니다가 강릉농고로 가면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것인데, 부모님이 그립지는 않은가.
= 사실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때에도 거의 합숙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특별히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는 못해요. 대신에 부모님께서 경기를 보러 자주 오시죠. 홈경기는 매번 오시고 원정도 자주 다니세요.
-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프로에서 이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는가.
= 저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표현을 그다지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부모님께서 늘 저를 자랑스러워하신다는 건 알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도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 이제 리그는 월드컵 휴식기에 들어갔다.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선수로서 이 휴식기가 무척 아쉬울 것 같다.
= 네, 많이 아쉬워요. 두세 게임만 더 했어도 우리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요. 이젠 뭘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에요. 월드컵 휴식기라고 하지만 막상 컵대회 일정까지 합치면 쉬는 주는 얼마 안돼요. 휴식기가 끝나도 이 분위기는 이어질 것 같아요.
- 휴식기 기간에 특별히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 순간 집중력이요. 한순간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는 게 제 자리잖아요. 집중력 부족으로 또 다시 골을 먹고 싶지는 않아요.
- 올해 팀 목표인 ACL 진출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 지금 이 분위기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ACL 진출을 위해서는 우선 6강 진입이 중요한데, 휴식기 끝나고 두세 경기에서 우리팀이 승점을 챙긴다면 목표 달성이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팀이 이기든 지든 항상 그 자리에서 응원해주는 인천의 지지자들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 물론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선수들 모두 서포터즈의 고마움을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축구를 하는 사람이지만 제가 만약 반대로 서포터즈의 입장이었으면 전 그 먼 부산이나 제주 같은 원정은 못 다녔을 겁니다. 비록 경기장에는 못 오시더라도 마음속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언제나 저희의 뒤를 든든히 지켜주시는 지지자분들께 좋은 경기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인천팬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며 자신의 콜송까지 갖고 있지만 정작 안재준 선수 본인은 튀지 않고 평범하게 축구하고 싶다고 한다. 자신의 장점은 정말 열심히, 죽도록 뛰는 것 밖에 없다며 또 한 번 겸손한 대답을 하는데, 경기장 안에서는 거친 몸싸움과 과감한 태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인천의 지지자들은 그의 그런 겸손한 대답에 오히려 더 믿음이 갈 것이다. 그를 향해 팬들이 부르는 그 뜨거운 노래가 언제까지나 울려 퍼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사진 = 안혜상 UTD 기자(nolza11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