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김도훈 감독과 서울 최용수 감독은 모두 K리그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다. '기록의 사나이'로 불리는 김도훈 감독은 최용수 감독보다 세 살 위로 같은 시기 K리그를 누볐다. 2000년 김도훈 감독이 득점왕을 수상했을 때 득점 2위를 했던 공격수가 바로 최용수 감독이었다. 둘은 나란히 시즌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됐고 당시 MVP는 도움까지 1위를 기록한 최용수 감독이 뽑혔다. 연세대학교에서 대학 시절도 함께 했던 두 감독은 FA컵 결승전에서 선후배 관계가 아닌 적장으로 마주하게 됐다. 리그에서는 최용수 감독이 우세했지만 FA컵은 다르다. 오히려 결승까지 강한 기세로 오른 팀은 4경기 무실점의 인천이다.

프로의 벽은 높다. 하지만 늘 눈에 띄는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곤 했다. 인천은 FA컵 4강에서 연장 혈투 끝에 전남을 꺾었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윤상호였다. 이번 시즌 중반부터 기회를 받기 시작한 윤상호는 리그 데뷔전에서 도움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은 후에 팀을 FA컵 결승에 올려 놓는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자신의 프로 데뷔골이었기에 더욱 값진 골이었다. 측면과 처진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한 윤상호는 현재 완벽한 라인업을 구사하기 힘든 인천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이에 맞서는 서울엔 박용우가 있다. 186cm의 큰 키를 가진 박용우는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인천과의 리그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기성용을 연상시키는 패싱력과 시야는 데뷔전에서도 신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여유 있고 노련한 플레이를 가능하게 했다. 최용수 감독의 선택에 따라 중앙 수비수도 겸하고 있는 박용우는 후방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경계해야 할 선수다.

지난 울산과의 34라운드 경기에서 김도훈 감독은 요니치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이번 시즌 인천의 주장은 김동석이다. 케빈이 주장 완장을 차기도 했으므로 인천은 외국인 선수 두 명이 주장 완장을 경험하게 됐다. 이번 시즌 요니치의 합류는 팀에 절대적인 플러스 요인이 됐다. 전원이 교체된 수비 라인이 리그 실점 2위까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요니치였다. 경고누적으로 빠진 한 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에 출장했던 요니치는 흔들림 없는 수비로 팀에 기여했다. 수비수가 갖춰야 할 능력을 고루 갖춘 요니치는 인천의 심장으로 거듭났다.
인천 팬들이 요니치를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은 오스마르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190cm가 넘는 장신인 오스마르는 볼을 다루는 기술이 좋고 수비력도 뛰어나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가 가능하다. 오스마르는 이번 시즌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유일하게 35경기를 모두 풀타임 소화했다. 불필요한 경고도 받지 않고 팀에 기여하는 모습은 외국인 선수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팀 내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요니치와 오스마르의 대결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양 팀 감독들은 경기를 앞둔 자리에서 공격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두 팀 모두 팀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다. 스타일과 외형은 전혀 다르지만 팀 공격에서의 영향력은 모두 크다. 케빈은 김도훈 감독의 전술과 가장 부합하는 공격 자원이다. 장신임에도 전방 압박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필요할 때는 측면으로 넓게 벌려주는 패스도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게다가 케빈이 이번 시즌 보여주고 있는 경이적인 공중볼 경합 기록은 단순히 득점력을 떠나 인천 축구에 케빈이 미치는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득점도 리그와 FA컵을 합해 8골을 기록하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냈다. 헌신적이며 성실한 케빈은 인천에 가장 어울리는 공격수다.
서울은 시즌 초까지만 해도 '이진법 축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가진 전력에 비해 많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해 스코어가 '0'아니면 '1'이라는 의미의 비난이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영입한 아드리아노의 가세 이후 서울은 100% 다른 팀이 되었다. 아드리아노는 대전에서 이미 한국 무대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스스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고 정확도 높은 마무리를 구사하는 아드리아노는 서울에 상당한 승점을 안겨주었다. 케빈의 높이와 반대로 171cm의 작은 키에서 나오는 폭발력은 강한 견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인천과 서울은 공격진에서 또 다른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다. 축구에는 후반 교체 투입되면 평소보다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을 주로 일컫는 '슈퍼 서브(Super Sub)'라는 표현이 있다. 양 팀은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서브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진성욱은 이번 시즌 리그 24경기 가운데 20경기를 교체 선수로 뛰었다. 이번 시즌 진성욱이 기록한 4골 1도움은 모두 교체 투입 후 이룬 성과다. 김도훈 감독도 진성욱의 후반 투입 효과를 알기 때문에 강력한 비밀 병기로 활용하고 있다. 인천과의 경기에서 진성욱이 벤치에 앉아있다면 후반 종료까지 방심할 수 없다.
서울에도 상대를 긴장시키는 '비수'가 있다. 진성욱과 마찬가지로 23경기 중 20경기를 교체로 뛰었던 윤주태는 교체 투입 후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최용수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윤주태가 가진 마무리 능력은 경기가 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승패의 갈림길에 있을 때 극대화 된다. 승패의 기로에선 후반 막판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윤주태에 일격을 허용할 수 있다. 케빈과 아드리아노가 있지만 양 팀은 경기에 변수를 만들어내는 공격수를 추가로 보유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