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께서 취임하신지 어느덧 6개월이 훌쩍지났네요. 처음 감독님께서 취임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사실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수년전 전남 감독시절은 차치하고 대표팀을 맡으셨을때 핵심멤버인 해외파 선수들이 없는 경기에서 맥없이 지거나 지루한 경기로 일관된 무승부를 보면서 감독님 자신만의 필살기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점을 항상 갖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페트코비치 감독님이 떠나고 속절없이 하염없이 무너지는 인유에 오신다고 했을때 적어도 쉽게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구나라는 확신은 갖고 있었습니다. 작년 당시 우리 팀의 문제가 막판 허무한 실점으로 인한 무승부나 역전패가 주류를 이뤘으니까요.
정식 취임 경기였던 9월 4일 부산전 이후 거둔 성적은 2승 6무 2패. 망가질대로 망가진 분위기를 갖고 있는 팀으로 이정도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다지 실망스럽지 않은 성적으로 인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인유팬들 역시 다음 시즌에 대해 부푼 기대를 한껏 갖게 됐을거라 생각합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규모 팀 개편이 이루어졌죠. 방출 선수 중에는 인천의 레전드라 여기는 선수들도 있었기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팀의 발전과 보다나은 방향을 가기위한 희생이라 여기고 조용히 지켜봤습니다. 70%이상의 선수들의 바뀐 선수들과 전지훈련도 체력훈련 위주의 훈련으로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체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팀의 역사와 팀에 대한 애증으로 인해 선수들의 정신력만큼은 어느 팀에 비해 절대로 뒤진다고 생각안하고 있었는데 체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경기 후반에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거라 여겨졌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올시즌 개막이 되었습니다. 오늘까지 컵대회 포함 성적은 1승 2무 1패. 이제 시작이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팀성적을 미루어봤을때 그렇게 나쁘다고 혹평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이길때도 있고 질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술에 대해서도 문외한이고 축구에 관해서 왈가왈부할만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감독님이 보여주시고자 하는 팀의 색깔이 무엇인지 참으로 의문이 가네요.우리 인유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으신 것입니까? 상대팀보다 전력이 떨어지니 수비를 견고히 하다가 엄청난 빠른 역습을 시도하는 팀인가요? 중원에서의 강한 압박과 패스웍을 이용해서 게임을 지배하는 플레이를 하시고자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지난 월드컵에서 칠레가 보여줬던 무조건 돌격앞으로 인가요?
초반이라 비난하고 욕하고자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어떤 색깔을 보여주실만한 시간은 된거 같은데 팀의 특징이 전혀 보이지가 않아 답답해서 하소연하는 겁니다. 첫 경기이후 다소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수비에서의 미숙한 볼 클리어링, 상대를 압박하려고 하는건지 아니면 동네축구하는건지 모르겠을 5~6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 3번이상의 패스연결을 보기가 힘든 패스실력.... 이런 것을 누구 탓을 해야할까요? 잔디인가요 아니면 선수들 기량인가요 아니면 다른 팀들도 다 치룬 3일간격의 게임으로 인한 체력소진일까요?
다른 팬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인유를 응원하는 것은 리그 우승, 아챔진출을 바라고 하는게 아닙니다. 물론 팀이 우승하고 아챔진출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팀경기를 팬들이 봤을때 즐거워하는 경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2년전까지만해도 볼튼은 정말 재미없는 축구를 했습니다. 강등 당하지 않고 오랜시간 프리미어리그에 버티고 있지만 단지 지지않으려고 롱볼축구에 한골 넣으면 일단 잠그기.전형적인 지루한 축구였죠. 팬들은 결국 버티고 버티다가 들고 일어났고 감독이 교체되고 현재의 볼튼이 되었죠. 지금같은 틀을 갖게 된게 제 기억으로는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고 두달만의 일입니다. 팬들이 보기 즐거운 축구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나는게 아닐까요?
볼튼의 감독보다 허감독님의 능력이 훨씬 높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감독님도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아직도 감독님께서 보여주고자 하는 축구를 이런저런 핑계로 완전하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질 때 지더라도 팬들을 위한 축구를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2006~7년 전남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아닌가 살짝 걱정도 되구요.(아시죠?) 져도 괜찮습니다. 이기면 좋구요. 팬들에게 그리고 상대 팀들에게 '우리 인유는 이런 팀이다'라는 강력한 각인이 남는 인유의 색깔을 기대하면서 2주후에 있을 경남전을 기다릴게요.
인천 유나이티드 화이팅, 허정무 감독님 화이팅, 인유 팬들 화이팅입니다.